한국일보

고희동 화백 훼손작 복원

2015-10-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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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럼비아대, 2년간 작업 ‘금강산 진주담도’ 공개

고희동 화백 훼손작 복원

훼손된 채 발견됐던 고희동 화백의 수묵산수화. <사진출처=뉴시스>

컬럼비아 대학에서 2013년 훼손된 채 발견됐던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 화백의 수묵산수화가 마침내 복원됐다.

대학은 지난달 25일 동아시아 라이브러리 켄트홀에서 2년에 걸쳐 복원작업을 한 70호 크기 고희동 화백의 금강산 진주담도를 공개했다. 금강산 진주담도는 1934년작으로 추정되며 일제 시대 조선에서 유학 온 학생이 대학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까지 대학 도서관에 걸려 있다가 언제부턴가 사라진 이 작품의 존재가 확인된 것은 2013년 2월10일 문화재 제자리 찾기 대표 혜문 스님에 의해서다. 뉴욕을 방문한 혜문 스님이 김정광 미주한국불교문화원장과 함께 한국미술품을 확인하다가 고 화백의 작품이 김은호 화백의 미인도와 함께 특별열람실 구석에 방치된 것을 발견한 것.


대한제국의 마지막 궁정화가인 김은호 화백과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가 그린 보기 드문 수묵산수화가 방치된 것도 놀라웠지만 고 화백의 작품은 두 군데가 찢어지고 구멍이 나는 등 크게 훼손된 상태여서 충격을 줬다. 김은호 화백의 작품은 괜찮았지만 먼지를 뒤집어쓴 채 액자가 손상돼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처음 알려진 후 당시 뉴욕총영사관 손세주 총영사가 직접 학교를 방문하는 등 실태조사에 나섰고 북촌 한옥마을의 고희동 화백 가옥을 관리하는 내셔널트러스트 문화기금이 보수 예산을 전액 부담하겠다는 뜻을 전해오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대학의 관리 소홀을 탓하기도 했지만 소장 작품과 작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우리의 관심 부족이 더 크다는 자성론도 제기됐다. 수많은 예술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대학이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작품들을 보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학은 훼손된 소장 작품을 외부기관의 지원으로 보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아래 자체적으로 복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념식엔 복원작업에 참여한 다트머스칼리지 김성림 교수와 시카고대학의 일리노어 현 교수, 컬럼비아대학의 알렉시스 해가돈, 디어도어 휴스 교수 등 관계자들이 자리해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고종황제 손녀인 이해경(84) 여사도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이 여사는 비운의 황태자 의친왕의 다섯 번째 딸로 정실 왕비 연안 김씨의 호적에 유일하게 올라 ‘조선의 마지막 공주’로 불리는 인물이다.

경기여고와 이대 음대를 졸업하고 1956년 도미해 텍사스 베일러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이 여사는 1969년 한국인으로는 처음 컬럼비아대학 동양학 도서관 한국학 사서로 27년간 일하고 1996년 정년 퇴직했다.

이해경 여사는 "내가 근무할 당시만 해도 고희동 화백 작품과 이당 김은호 화백 작품이 도서관에 걸려 있었다. 아마도 그 후에 옮겨졌다가 훼손된 것 같다"면서 "다행히 대학의 노력으로 잘 복원되고 다시 걸릴 수 있게 돼 기쁜 마음"이라고 소회를 피력했다.

춘곡 고희동(1886~1965) 화백은 한국 최초의 미술 유학생으로 일본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귀국하여 휘문과 보성학교에서 서양화를 가르쳤다.

1915년 매일신보는 그가 동경미술학교를 졸업했다는 뉴스를 사회면 머리기사로 ‘서양화가의 효시’라고 평가했고 서양화 작품인 ‘자매’ 사진을 싣고 "조선에서 처음 나는 서양화가의 그림"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일제의 식민통치에 대항하는 서화협회를 결성하기도 한 고희동 화백은 해방 후 친일작가들을 화단에서 배제하는 중추역할을 맡았고 국전 심사위원장을 초대부터 여섯 차례 연임할 정도로 큰 역할을 하며 초대 예술원장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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