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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인구 50%가 한인인데 타운모임엔 ‘달랑 2명’

2015-09-24 (목)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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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단 - 한인타운 의회 방청석에 한인이 없다?

지역인구 50%가 한인인데 타운모임엔 ‘달랑 2명’

지난 22일 열린 팰팍 월례 타운의회 모임에 참석한 주민들. 한인은 2명에 불과했다.

불리한 조례안 통과되도 모르고 지나기 일쑤
언어문제 커...통역 시스템 도입 필요 지적도

세이즈 팍의 월례 타운의회 모임이 열린 22일. 해가 떨어진 어둑한 시간이 되자 제임스 로툰도 시장을 비롯해 이종철 부시장과 크리스 정 의원 등 6명의 타운의원들이 속속 회의장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방청석처럼 꾸며진 그 앞쪽 좌석으로도 주민들이 하나 둘 앉았다.

회의가 무르익을수록 의원들 말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는 주민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해졌고, 때때로 손을 들어 의사를 표시하는 주민도 눈에 띄었다.


그런데 이날 모임에 참석한 주민 대부분은 백인. 한인은 정치인과 타운 관계자, 기자를 제외한 전체 25명의 참석자 중 2명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지면 8%. 팰팍 전체 인구대비 한인 비율인 50%에 한참 못미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팰팍과 같은 중소형 타운의 의회 모임은 주민들의 목소리가 어렵지 않게 반영된다는 특징이 있다. 불만 사항이 있으면 회의 중간 발언 시간에 털어놓을 수 있고, 쉬는 시간 중간 중간에도 시장을 붙들고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기회도많다.

의회가 어떤 특정 조례안을 표결로 밀어붙이려 할 때도, 현장에 있는 주민들이 목소리를 높이면 금세 표결에 대한 연기가 결정되는 건 흔한 일이다. 회의에 참석한 주민들은 이를 당연한 주민의 ‘권리’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의 절반이 코리안인 타운에서, 정작 한인을 찾아볼 수 없는 건 비단 이날 만이 아니다.

타운내 주요 요직을 맡은 한인의 임명식이 열렸던 지난달이나, 한인사업주들의 생존문제가 걸린 조례안 표결을 앞뒀던 몇 번의 회의를 제외하곤 한인 주민은 매월 넷째주 화요일 열리는 타운의회 모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게 타운 관계자의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뒤늦게 한
인들에게 불리한 조례안이 통과됐음을 알게 되는 웃지 못 할 상황도 생긴다.

실제 지난 5월엔 타운 의회가 타운 내 주차미터기 요금 인상에 대한 조례안 입법을 예고했고, 다음 달인 6월에 표결을 거쳐 통과까지 시켰지만 이를 알고 있는 한인주민은 없었다.물론 한인들의 타운의회 모임참여 결여를 단순히 지역정치나 지역 현안에 대해 무관심에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언어 장벽 때문이다. 영어로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한인 주민들이 회의에 참석해 의사를 표현하고,민원을 제기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팰팍 한인들을 중심으로 타운의회에 한국어 통역이 배치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강일 팰팍 한인회장은 “한인들이 타운의회 모임에 가서 바른 말도 하고, 민원도 제기해야 타운이 더 살기 좋아진다”면서 “이를 위해 당장 한국어 통역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지 않은 문제일 수 있지만 통역 자원봉사자를 배치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타운측과 나눠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jiha@koreatimes.com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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