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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따기, 이렇게 힘들어서야...”

2015-09-23 (수)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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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르포/ 뉴저지주 차량국에 가다

“운전면허 따기, 이렇게 힘들어서야...”

뉴저지 로다이 소재 주차량국 객장에서 민원인들이 운전면허 발급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6포인트 채우고 우편물 주소확인까지 거쳐야
4단계 통과절차...단계마다 탈락자 속출

지난 11일 오전 8시30분 뉴저지 로다이에 위치한 주차량국(MVC). 운전면허증 발급을 희망하는 사람들로 이미 북적이고 있는 이곳엔 이른 오전 시간이었지만 한인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한인들 대부분은 타주 면허를 뉴저지 면허로 교체하거나, 체류신분 변화로 새 만료기간의 운전면허를 발급받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모두 한국여권과 함께 서류뭉치가 한 손 가득했다. 운전면허 발급받기 위해 늘어선 행렬은 건물 안을 가득 채운 지 오래. 안내 직원은 새로 온 사람들을 건물 바깥에 줄을 서게 했고, 어느새 건물 밖에는 30여명의 사람들이 새로운 줄을 만들었다.


비시민권자가 뉴저지에서 운전면허증을 손에 넣기 위해 거처야 하는 단계는 모두 4단계다. 기본적인 서류 확인을 하는 첫 번째 단계를 지나면, 이민서류를 확인받는 창구로 이동을 하고, 이어 또 다시 서류를 확인받는 창구를 거친 뒤에야 면허 발급 직원과 만나게 된다.
민원인이 많은 탓에 첫 번째 단계까지 도달하는 데만 족히 15분은 걸렸다.
하지만 1단계부터 탈락자가 속출했다. 뉴욕의 한 청과도매상에서 근무한다는 한인 P모(54)씨 역시 여기에 속했다.

운전면허 갱신을 위해 MVC에 일찍부터 온 P씨는 기본 주소증명을 위해 지참해야 하는 우편물을 가져오지 않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짧은 영어로 “(우편물 대신 주소가 찍혀 있는) 유효한 면허증이 있지 않느냐”고 따졌지만 소용이 없었다.

뉴저지는 2003년부터 ‘6포인트 확인제’를 시행하고 있다. 단기 일시 체류자의 경우 유효한 I-94(출입국 증명서) 등이 4점, 은행 체크카드가 1점, 소셜시큐리티 카드가 1점. 이런 식으로 6점을 채워야만 운전면허 발급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6포인트 외에도 우편물을 통해 주소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는데, 상당수 사람들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6점을 채운 한인들은 2차 관문으로 향한다. 여기서 이민서류나, 체류신분 등이 적법한지 등을 이민국 시스템을 통해 확인받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부부로 보이는 한인 남녀가 걸러졌다. 학교에서 발행된 I-20를 소지하고 있던 이들은 I-94가 등록된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 사이트에서 이름이 확인되질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다음 단계 진입이 좌절됐다. 자신들 잘못이 아니질 않느냐는 이 부부의 항변에도 직원은 내가 알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세 번째 단계에 도달했을 때 또 다른 한인여성이 좌절을 맛봤다. 체류 신분으로 인해 소셜시큐리티가 발급되지 않는 이 여성은 소셜국에서 ‘소셜넘버 신청 불가확인서’를 받아왔어야 했다. 통상 첫 번째 단계에서 걸러지지만, 운이 좋게 세 번째 단계까지 통과를 했다가 결국 걸린 것이다.

물론 이런 탈락자들 속에서도 네 단계를 모두 통과한 일종의 ‘합격자’들도 속속 나왔다. 이들은 마지막 네 번째 단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면허증용 사진을 위한 카메라 앞에 섰다. 사진을 찍을 때 터지는 플래시는 마치 이들을 위한 축하 세레머니 같았다.

4개의 단계를 거쳐 겨우 받아든 면허증을 손에 쥔 김수정(30)씨도 기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세 번째 방문에서야 면허증 획득에 성공했다는 그녀는 플라스틱 카드 1장을 얻기 위해 이날도 장장 1시간30분간을 씨름해야 했다.

그러나 김씨의 기쁨은 3년짜리에 불과하다. 비자는 2018년까지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운전면허 시험은 한 번에 통과했지만, 갱신은 삼수 끝에 성공했다”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하지만 이어 “3년 뒤 이 고생을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우는 게 맞는 듯하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A3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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