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수도인 아바나 거리를 걷노라면 시간여행을 하는 듯 묘한 기분에 젖어든다. 건물과 도로 위를 누비는 자동차의 빈티지한 색감이 인상적이다.
카리브해에서 푸에르토리코와 도미니카 공화국 다음으로 인기 있는 여행지는 바로 ‘쿠바’다. 하지만 쿠바는 오랫동안 미국인 관광객에게는 ‘금단의 열매’와도 같았다. 쿠바의 연 관광객 수는 약 300만명이지만 미국인 관광객 수는 9만명에 불과했다. 한국인들도 자유롭게 방문했지만, 미국 시민권자들에겐 북한, 이란과 함께 금지된 땅이었다.
그러나 새 법안이 마련됨에 따라 쿠바로 향하는 여행이 반세기 만에수월해졌다. 쿠바의 수도인 아바나 북측 해안에 자리한 미국 대사관에는 54년 만에 성조기가 올라갔다.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의 관계회복을 선언한 지 7개월 만이었다. 섭씨 35도가 넘는 뙤약볕에도 아바나 시민 수백명은 미국 대사관 앞으로 향했고, 쿠바국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반겼다는 후문이다.
쿠바는 몇몇 인물들로 인해 유명해진 나라다. 설령, 대문호 헤밍웨이나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의 흔적을 찾고자 쿠바로 향했다 할지라도 쿠바를 다녀간 관광객들에게 남은 건 그뿐만이 아니다.
정열의 태양과 코발트 빛 푸른 바다, 시가, 모히토 칵테일,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피델 카스트로, 아바나 해변의 말레콘 방파제, 시간이 멈춘 듯 빈티지한 분위기와 유쾌한 지역민들, 그리고 밤낮 할 것 없이 연주되는 흥겨운 음악까지… 쿠바는 가는 곳마다 저마다의 짙은 매력으로 더 오래 머물고 싶은 충동을 한껏 부추기는 이색 여행지다.
▶쿠바와 크루즈… 환상의 만남
LA에서 밤 비행기를 타면 이른 아침 자메이카 ‘몬테고베이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자메이카 제2의 도시이자, 레게의 아버지인 밥 말리의 고향으로도 유명한 몬테고 베이를 가볍게 둘러보는 것으로 본격적인 쿠바여행이 시작된다. 그림 같은 바다와 산호초로 둘러싸인 몬테고 베이는 훌륭한 관광시설과 폭포, 야생동물, 그리고 진한 블루마운틴 커피의 매력으로 여행객들을 반긴다.
관광을 마치고 저녁 무렵에는 몬테고 항구로 이동해 크루즈에 오른다.
시니어층에게는 크루즈가 단연 ‘여행의 꽃’이다. 각 도시를 이동할 때마다 짐을 싸고 푸는 번거로움이 없는데다가, 선실부터 레스토랑, 수영장 등 다양한 레저시설을 내 집 드나들듯 마음껏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밤이면 바다를 마당삼아, 별빛을 이불삼아, 감미로운 파도소리를 자장가삼아 푹 자고 일어나면 매일 아침 새로운 기항지가 여행객들을 기다리는 환상적인 여행이 바로 크루즈다.
이번 여행의 첫 번째 기항지는 바로 ‘산티아고 데 쿠바’(Santiago de Cuba)다. 쿠바 문화의 본산지이며, 피델 카스트로가 최초로 독재정권에 대항해혁명을 일으킨 곳이다. 쿠바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지만 도시 분위기는 결코 오래 되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커다란 만에 위치하고 있어 도시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까닭일 터다. 산티아고 데 쿠바에는 도시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또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호초 군락을 가진 산타루치아 해변에서는 쿠바의 여유로움을 오롯이 느낄수 있다. 산타루치아에는 총 18개의 다이빙 포인트가 있어 다이빙 명소로도 유명하다. 또 해적들에 의해 침몰한 난파선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쿠바의 도시들 중에서 가장 카리브적인 매력을 갖추고 있다고 느껴진다.
산티아고 데 쿠바를 떠나 두 번째 기항지로 향하는 바닷길에는 캐리비안의 아름다운 풍경을 두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다. 영화 ‘타이태닉’의잭 또는 로즈가 된 것처럼 선상을 이곳저곳 누비다 보면 ‘이보다 더 좋을수도 없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선상에서는 최고의 음식과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돼 맛있고 멋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침이 밝아오면 크루즈는 쿠바의 수도인 ‘아바나’(Havana)에 당도해 있다. 아바나의 공식 명칭은 산크리스토발 데라아바나(San Cristobal de La Habana)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쿠바 제1의 도시로, 이곳에서 총 이틀을 머물며 아바나의 속살을 들여다보게 된다.
아바나는 크게 고층건물이 즐비한 현대적인 아바나와 스페인 통치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구 아바나로 구분된다. 먼저 유엔이 인류문화 유산으로 지정한 구 아바나는 마치 한 편의 오래된 무성영화를 연상시킨다. 대성당 광장과 식민시대 미술관, 무기광장, 도시박물관 등 중세 아바나의 흔적이 곳곳에 담긴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 묘한 기분에 젖어든다.
옛 스페인식 건물들과 사회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혁명광장은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이곳에는 체 게바라를 위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혁명 전대통령 궁으로 쓰이던 곳을 혁명박물관으로 개조하여 체 게바라의 총과책, 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다. 매캐하면서도 그윽한 시가 향이 퍼지는 이곳에는 쿠바 만큼이나 시가를 사랑했던 체 게바라의 추억이 지금도 시가 연기를 타고 피어오르는 듯하다.
날이 어두워지면 아바나는 또 다른 색깔과 모습으로 변신한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재즈 카페, 라이브카페, 살사클럽 등이 산재한 거리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처럼 아바나에서는 변화하고 있는 쿠바와 쿠바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다음 기항지는 ‘마리아라 고르다’(Maria la Gorda)다. 쿠바 북서쪽에 자리한 지역으로, 속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최고의 바다를 품고 있다.
바다에는 아름다운 산호초와 바다거북이, 희귀한 열대어들이 많아 스킨스쿠버나 스노클링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전 세계에서 집결한다.
여행 여덟째 날에는‘씨엔푸에고스’(Cienfuegos De Cuba)로 향한다. 씨엔푸에고스는 북쪽 다른 지역들과 비교해 사뭇 국제적인 분위기를 띠며, 국가 안팎으로 중요한 항구 역할을 담당한다. 거리의 길들은 곧고 넓으며수로의 끝까지 뻗어 있다. 거리는 남쪽으로 푼타고르다(Punta Gorda)를 지나며, 북쪽으로는 초원까지 이어져 멋진 장관을 볼 수 있다. 특히 저녁의해가 지는 광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윽고 쿠바 여행의 마지막 아침이 밝아오면 크루즈는 다시 몬테고 베이로 귀항한다. 이렇게 낯설지만 반갑고 아름다운 쿠바여행이 마무리된다.
1492년, 컬럼버스는 카리브해의 쿠바를 발견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상의 낙원’이라 극찬했다고 한다. 정열의 태양과 코발트빛 푸른 바다, 새하얀 백사장… 컬럼버스가 했던이 말은 분명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비단 필자뿐 아니라 쿠바를 찾은 모든 이들의 공통된 감상일 것이다.
#여행Tip
아주투어는 크루즈와 랜드투어, 쿠바를 즐기는 두 가지 방법을 준비했다. 대망의 쿠바 크루즈는 12월17일(목) 첫 출발한다. 총 9일간 자메이카를 포함, 쿠바를 여행하는 비용은 2,599달러다.
항공을 이용하는 랜드투어는 파나마와 쿠바를 동시에 여행한다. 5일과 6일 코스 등을 종류별로 선보이며, 11월2일(월) 특별 출발하는 랜드투어 비용은 6일간 2,199달러다.
<박평식 / 아주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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