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취재/ 갈수록 심각해지는 ‘왕따’ 현상
성장기 왕따는 성격형성에 심각한 후유증
부모관심 절실...쉬쉬 말고 즉각 신고해야
#현재 뉴욕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 모(30)씨는 조기유학으로 미국에 와 보스턴 칼리지 대학을 졸업한 수재지만 아픈 과거가 있다. 조기유학 때 백인이 다수였던 학교에 다녔는데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에 위축되면서 급우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 결국 이씨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조롱을 견디다 못해 자신을 놀리는 백인 학생을 구타했다가 학교에서 정학 처분을 받은 경험을 했다.
#퀸즈의 모 중학교에 재학 중인 박 모군은 같은 한인 학생들 사이에서도 왕따를 당하는 경우다. 체구가 작고 소극적인 성격인 박 군은 한인 재학생이 많은 자신의 학교에서 한인 학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구타를 당했다. 박군은 “친구가 없어 힘들다”며 전학을 하게 해달라고 부모에게 졸랐고 박군의 부모는 그제야 아들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은 물론 미국내 학교에서 소위 ‘왕따’(집단 따돌림)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한인 청소년들도 왕따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교에서 겪는 왕따는 한인 학생들이 타민족 학생들로부터 겪는 차별은 물론 같은 한인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뤄지고 있어 한인 학부모들의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태=뉴욕일원 한인사회 상담 전문기관들에 따르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상담 중 약 25%가 학교생활의 문제를 호소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왕따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웍 등 사이버 공간에서도 왕따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뉴욕주교육국이 최근 발표한 2013~2014 공립학교 왕따 현황을 분석한 결과, 뉴욕시 한인타운(25, 26학군) 인근의 학교들에서 왕따 사건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인학생들이 다수 재학 중인 프랜시스루이스 고교와 베이사이드 고교가 1년 평균 13건이 발생해 26학군 전체 학교 중에서 공동 2위를 차지했고, 벤자민 카도조 고교는 11건으로 3번째로 많았다.
25학군에서는 JHS194가 1년 평균 12건으로 가장 많았고, IS250 9건, IS25 7건, JHS185 7건, 플러싱 고교 4건, 벨 아카데미 4건 등의 순이었다.
문제는 왕따로 인해 한인 학생들이 단순히 괴롭힘을 당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성적이 떨어지고 성격이 난폭해지는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역시 지난해 까지 퀸즈 베이사이드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던 김모군은 체구가 작고 소극적인 성격 탓에 왕따와 구타를 당하면서 성적이 떨어지고 친구들과 트러블이 심해진 끝에 마리화나에까지 손을 댔다가 아예 학교를 중도 포기한 경우다.
■대책은 없나=왕따 문제는 피해를 당한 학생들이 이를 가정에서 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부모들의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유스&패밀리 포커스의 이상숙 대표는 “학부모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자녀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관찰이 왕따 피해를 발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데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옷이나 가방, 책 등이 인위적으로 훼손됐거나 ▲몸에 의문스러운 상처가 있다거나 ▲자녀가 소극적으로 변하거나 ▲학교 가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싫어하거나 ▲집에 왔을 때 감정의 변화가 심해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할 경우엔 왕따를 당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왕따로 인한 피해가 발견됐을 경우, 부모는 일단 자녀를 안심시키고 학교 측과 대응을 논의해야 한다. 학교 측의 대응이 미지근할 경우에는 교육청에 신고를 하는 등 적극 대처해야 하며 자녀와 함께 전문 상담기관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이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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