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기지 개혁, 주택시장 회복 위한 기초 마련
▶ 페이먼트 연체 차압 2007년 이후 가장 낮아
[주택시장 2008년과 다르다]
주택시장이 냉각 중이라는 신호가 이곳저곳에서 감지된다. 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거래는 줄고 있는 지역이 늘고 있다. 워싱턴 DC나 보스턴 등 한때 ‘핫’했던 일부 대도시 지역은 주택가격이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택시장이 4년간의 가파른 상승세를 접고 이제 정체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부에서는 주택가격 거품론까지 들먹이며 위기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주택시장이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뚜렷한 징후는 없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위기 때와 달리 주택시장의 기초체력이 좋아졌기 때문에 근거 없는 위기론에 휘둘려 패닉상황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택시장이 2008년과 같은 갑작스런 침체에 빠질 수 없는 근거를 살펴본다.
■이자율 상승 쇼크 없을 것
주택시장과 이자율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자율 변동에 따라 주택수요가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 이자율이 오르면 수요가 감소하고 주택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지지만 반대로 이자율이 낮으면 수요가 유지돼 주택시장도 상승세를 탄다. 주택시장이 쉽게 위기에 빠질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낮은 이자율이다.
현재 이자율은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주택시장에는 호재다. 올해 안에 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지만 국내외 경제 여건상 금리 인상에 대한 탄력이 많이 약해졌다.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수년간 재융자를 통해 낮은 이자율로 갈아탄 주택 소유주가 많아 이자율 인상 쇼크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2008~2009년 이전 단기 변동이자율로 주택을 구입했다가 이자율 상승 조정을 견디지 못해 대규모 차압사태가 벌어진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최근 재융자를 실시한 주택 소유주들은 대부분 사상 최저수준의 이자율을 15~30년 등 장기간 묶어둔 경우가 많아 이자율 상승에 대한 부담이 매우 낮다.
■주택 차압위험 거의 제로
최근 은행 압류주택이 급증하고 있어 다소 불안한 모습이지만 내용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차압절차가 완료돼 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가는 압류주택이 2년래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반면 모기지 페이먼트 연체로 신규 차압절차에 진입한 주택은 약 2.1%대로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신규 차압비율은 2011년 약 4.6%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대출기준 강화 등으로 모기지 연체율이 낮아지는 등 모기지 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리얼티 트랙의 대런 블룸퀴스트는 “그동안 지지부진한 압류 절차가 제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신규 차압주택 숫자는 감소 중으로 차압주택에 따른 주택시장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모기지 시장 건전성 회복
2008년 주택시장 침체의 주범은 느슨해질 대로 느슨해진 모기지 발급 관행이었다. 도덕적 해이라고 불릴 만큼 당시 모기지 시장에서는 제대로 된 기준을 찾기 힘들었다.
크레딧 점수와는 아랑곳없이 소득이 전혀 없는 구입자에게도 모기지 대출이 발급되는가 하면 대출액을 늘리기 위해 감정가 부풀리기 관행도 만연했다.
결국 모기지 시장의 도덕적 해이가 주택시장에 거품을 불러왔고 거품이 한순간에 터지면서 장기침체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주택시장에는 그런 위험요인은 전혀 없다. 2009년 이후 각종 모기지 대출기준이 일제히 강화되는 한편 이자만 내는 융자 등 악성 융자상품은 자취를 감췄다.
주택수요 감소에 영향을 줄 만큼 대출기준이 너무 깐깐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 정도로 모기지 시장의 대대적인 정화작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5~7년간 실시된 모기지 시장의 개혁이 주택시장 장기회복을 위한 탄탄한 기초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주택 구입자 책임감 높아져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냉각되더라도 모기지 시장은 과거와 같은 갑작스런 붕괴는 없고 위축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강화된 모기지 대출기준 중 다운페이먼트 상향 조정이 주택시장 위기를 막는데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까지도 일반 융자를 통해 주택을 구입하려면 적어도 주택 구입 금액의 20%가 넘는 다운페이먼트가 마련되어야 한다.
강화된 다운페이먼트 규정으로 주택 순자산 비율이 약 30%(전국 평균)로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주택 소유주들의 책임감도 높아졌다.
주택시장이 침체되더라도 과거처럼 숏세일이나 차압을 통해 집을 포기하는 사례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 지원 활발
2008년 주택시장이 침체하자마자 오바마 대통령이 들고 나온 카드가 세제혜택 프로그램이었다.
생애 최초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수천달러에 달하는 세금을 감면해 주는 파격적인 주택시장 지원안으로 첫 주택 구입 비율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이후 세제지원 프로그램은 종료됐지만 여전히 유효한 첫 주택 구입 프로그램들이 많아 첫 주택 구입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
낮은 다운프로그램 규정으로 첫 주택 구입에 많이 활용되는 FHA 융자는 올해 초 가장 큰 부담이었던 보험료를 연평균 약 900달러까지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젊은층 구입자와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다. 보험료 인하 정책으로 올해 2분기 FHA 융자 비율은 약 23%로 급증하며 올해 상반기 주택거래 증가에도 기여했다.
지난해 말부터 국영 모기지 보증기관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3% 다운페이먼트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주택 구입 금액의 약 3%에 해당하는 금액만 준비되면 주택 구입이 가능해졌다. 패니매는 최근 가구 중 비대출자의 소득을 모기지 대출 심사에서 인정해 주는 방안을 발표했다.
노인 연금이나 장애 연금 수당을 받는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대출자의 경우 부모의 소득을 인정받아 모기지 대출 승인이 훨씬 수월해질 전망이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