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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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우편물은 왜 안 오지?

2015-09-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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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체국 포워딩 서비스’ 로 엉뚱한 집 배달 가능성도

뉴저지 잉글우드에 거주하는 한인 김모(32)씨는 최근 이민국으로부터 받아야 할 서류를 받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이민국 웹사이트에는 관련 서류가 발급돼 배송이 됐다고 표시됐지만, 정작 이 중요한 우편물이 김씨의 집에 배달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현재의 집으로 이사를 온 지난 3개월 동안 자신의 이름으로 된 우편물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은행이나 유틸리티 등 기본적인 우편물이 상당부분 남편의 이름으로 돼 있던 터라 자신의 이름으로 된 우편물이 오지 않고 있다는 점은 미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던 부분이다. 그러나 이민국 서류가 오지 않는 것을 계기로 우편물 배달 시스템에 무언가 오류가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결국 우체국을 찾아다니고, 우정국에 전화를 건 끝에야 찾아낸 사실. 김씨의 우편물이 다른 사람의 집으로 포워딩(forwarding)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현재 김씨가 거주하는 아파트에 살던 기존 거주자가 이사를 나가면서 우체국에 ‘포워딩 요청’, 즉 우편물을 새 주소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신청했다.

그런데 이 기존 거주자의 성씨가 하필 김 씨였기 때문에, 김씨에게 배달된 모든 우편물이 기존 거주자 김씨의 새 주소지로 자동으로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체국은 포워딩 서비스를 할 때 ‘개인’으로 할지, ‘가족’으로 할지를 묻는다.

개인으로 할 경우 신청한 이름과 똑같은 이름만을 구분해 새 주로로 배달을 하지만, 가족으로 할 경우엔 해당 성씨로 된 모든 편지를 포워드 시켜버린다. 이번 경우 역시 기존 거주자 김씨는 신청구분을 ‘가족’으로 해 버린 뒤 떠났고, 이후 새롭게 이사를 들어온 김씨는 영문도 모르는 채 우편물 분실 사태를 겪었던 것이다.

현재 우체국은 김씨의 요청을 받아 해당 주소의 포워딩 서비스 세부내역을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동안 받지 못한 편지에 대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선 이 같은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이와 같은 일을 하소연하는 사람들의 글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한 한인 역시 같은 성씨의 기존 거주자의 포워딩 서비스 때문에 영주권을 받지 못했다고 한 언론사 게시판에 글을 남겼으며, 또 다른 한인은 지인이 해당 서비스를 신청하면서 아파트 호수를 명시하지 않는 바람에 아파트 전체의 ‘김(Kim)’씨 편지를 전달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우정국 관계자는 1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흔치 않는 일이지만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우편물이 집으로 도착하지 않는 경우 즉시 우체국에 상황을 알려야 하고, 반대로 다른 사람의 편지를 포워드 받은 경우에도 우체국에 관련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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