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 칼럼] 김문철 목사 ㅣ애쉴리 메디슨

2015-09-09 (수) 12:00:00
크게 작게
김문철 목사/ 엘세리토 천성장로교회


애쉴리 메디슨(Ashley Madison)은 불륜 싸이트다. 이 싸이트의 구호는 단순하다. “Life is short. Have an affair / 인생은 짧아요. 바람 피세요.” 참 민망하기 그지없는 구호다. 하지만 인간의 본능적 욕망을 자극하기엔 매력적인가보다. 현재 4천만명이 넘는 회원수가 이를 방증한다.
그런데 이 싸이트가 최근 해킹을 당했다. 가입회원의 신상정보가 온 세상에 노출되어 유명인사들의 명예가 먹칠당하고 입지가 좁아졌다. 이로 인해 사임, 부부싸움, 이혼소송등 가정이 파괴되는 일로 전 세계가 아우성이다. 이중에는 성직자등 종교계 인사 400여명도 현재 사임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특별히 부인들이) “주여, 어찌 이런 일이!”를 외치며 한숨을 쉰다.


애쉴리 메디슨 해킹 덕분에 나는 이 세상이 생각보다 얼마나 은밀한 유혹과 죄악으로 그득 채워져 있는지를 실감했다. 그리고 그 죄악의 주인공이 바로 내 이웃이나 내가 잘 아는 사람들중의 한명일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 세상의 죄인에 대한 규정은 어쩌면 들킨죄와 안들킨 죄의 차이일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인간은 자기만의 더러운 빨래감을 벽장속에 은밀히 감추고 있기때문이다.



아무튼 애쉴리 메디슨 해킹은 인간의 죄악된 욕망을 자극하는데에는 성역이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그리고 그 유혹이 얼마나 내 주변 가까이서 집요하게 치고 들어오는지도 일깨워주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가 얼마나 유혹에 더더욱 조심스럽고 치밀하게 방어해야 하는지에 대한 경종역할도 하고 있다.

성은 하나님께서 주신 가장 고귀한 선물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혼제도를 통해 부부간에 사용할때에 선물로서의 가치가 있다. 그래서 결혼과 부부관계는 아름답고 침해할 수 없는 신성한 것이다. 그래서 율법의 집합체인 십계명에서도 이 신성함을 두번이나 강조한다.“간음하지 말라” ”네 이웃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출 20) 예수님은 한걸음 더 나가신다.“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것도 간음이다.”(마 5:28) 그만큼 성적 유혹에 대한 취약성을 경계하는 것이다.


애쉴리메디슨은 그 본능적인 성적 취약성을 아주 잘 이용하는 듯하다. 절묘한 구호로 죄악을 합리화시키며 유혹의 손길을 보낸다.“짧은 인생, 왜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사세요. 그냥 끌리는데로 살아가세요”식이다. “괜찮아요. 남들도 다 하는데요 뭘…”하고 엮는 격이다.


이 시대는 온라인 지식 없이 삶이 운영되기 힘들다. 회사업무, 상거래, 회의, 통신업무, 학교수업등 점점 더 많은 영역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그런 차원에서 온라인은 인류에 엄청난 편리를 가져왔다.“더 빨리, 더 많이, 더 가까이, 더 자세히…” 와 같이 이전에는 경험할 수도 없는 엄청난 세계가 내 눈앞에서 순식간에 확인된다. 히말라야 산맥과 북극의 한 구석에서도 가족소식을 확인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선은 항상 악을 부른다. 악은 원래 스스로 존재하지 못한다. 항상 선의 피를 빨아먹고 산다. 그래서 악의 별명이 기생충이다. 편리하고 유익한 온라인에도 살기 위한 기생충들이 득실거림은 당연하다. 도박, 불륜, 마약거래가 은밀하게 유혹의 손길을 펼친다. 바이러스가 천사의 얼굴로 파괴자로 잠입한다. 기생충의 생리다.


기생충은 많으면 많을수록 몸에 해롭다. 장기를 훼손시키고 결국에는 기능을 마비시켜 목숨을 끊어버린다. 온라인의 유익을 최대로 활용하는 것은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애쉴리메디슨같은 기생충의 유혹과 공격에 나는 얼마나 안전한가를 점검하는 것 또한 신자의 경건한 삶에 필요한 일일 것이다. 나아가 혹여 내 주변에 애쉴리메디슨의 덫에 걸려 신음하는 가족이 있다면, 들키지 않은 나의 죄를 돌아보면서, 정죄보다는 지혜롭게 도와서 일으켜 세워줄 일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