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방휘성 변호사의 법률칼럼]700회 법률칼럼을 쓰며 (700th Legal Column...)

2015-08-2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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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이탈리아의 베니스, 로마, 프로렌스, 피사, 시실리를 비롯해 그리스, 터키, 몰타, 프랑스 등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유럽의 유서 깊은 역사의 발자취와 문화 그리고 그들의 소피스트케이션 등 그들의 다양성을 경험했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필자가 이번 여행에서 놀란 것은 유럽 여러 나라들과 도시들을 다녔지만 길거리 노숙자들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미국 그리고 하와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숙자들을 보지 못한 것이다.

여러 미국인들이 유럽의 사회주의 제도와 사상을 비판하는데 결코 미국의 자본주의가 더 좋고 인간적일까? 물론 경제적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은 유럽지역에서도 많았다. 손을 내밀며 돈을 구걸하는 사람들도 여기저기 있었다.

어느 한 여인은 필자와 가족이 메씨나에 있는 시계타워가 있는 성당에 들어갈 때 문 앞에서 그릇을 내밀며 돈을 요구했다. 그 여인을 보며 필자는 문득 데이브 댈리가 떠올랐다.

데이브 댈리는 흔히 ‘홈리스’라고 부르는 사회적 약자이다. 그러나 그는 상류사회 사람들도 흔히 하기 힘든 일을 실천에 옮겼다.

현금 3,300달러가 든 백을 우연히 손에 갖게 되었지만 그는 망설임도 없이 그 돈을 애리조나주 탬파 커뮤니티 단체에 기부했다. 이 단체는 이 돈을 주인을 찾아 돌려 주었다. 필자는 이 같은 내용을 예전에 뉴욕타임즈를 통해 읽으면서 하와이의 팬 핸들링 법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법(法)’을 간단히 설명하면 인간들이 모여 의견을 조율하고 공동, 단체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규칙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법은 완벽할 수 없다.

이번 칼럼에서는 전에 호놀룰루 시의회가 통과시킨 법이 있는데 이 법을 독자들과 분석하며 법의 철학적 문제점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 법은 와이키키와 다운타운의 ‘하우스리스’, (이 사람들은 절대 ‘홈리스’는 아니다. 정확하게 침대 또는 지붕이 없다 하여 집(Home)이 없는 것은 아니다. 리어카를 끌어도 그 리어카가 그들의 집(Home)이 될 수 있다. 홈이라는 곳은 사랑 또는 정이 흐르는 곳이다) 들이 지나가는 사람들 또는 은행의 ATM머신 근처에서 돈을 강력하게 요청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다. 만약 이런 사람들이 강력하게 또는 귀찮게 돈을 요청한다면 경찰은 25달러 벌금을 내야 하는 티켓을 그들에게 발부할 수 있다.

필자의 의견은 이런 법은 솔직히 필요도 없지만 요즈음 사회가 얼마나 비인간적(inhumane)이고 냉정하게 변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건강한 사회일수록 경제적인 강자들이 경제적인 약자들을 인간적으로 보호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세계 각국이 자국의 우수성을 자랑하지만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좋은 법을 통과시켜 보호하지 못하는 나라는 절대 우수한 나라라고 할 수 없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여러 주와 인종들로 구성된 다민족 사회이다. 다행히 ‘팬 핸들링’법을 통과시킨 동네는 극히 소수이다. 호놀룰루와 빅 아일랜드 그리고 미 본토 몇 도시만이 이런 법을 통과 시켰지만 비교적 적은 편이다. 다행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와 우리 사회가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도와주지 못할지언정 그들에게 25달러 벌금까지 부과하며 타인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배가고파 먹기 위해 누군가가 돈을 요청할 때 우리는 여유가 없다면 돈을 주지 않으면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상대는 여전히 배가 고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필자는 호놀룰루 시민의 한 사람으로 우리 사회에서 이런 법을 통과시켰다는 것이 참 안타깝고 부끄럽고 경제적으로 힘든 약한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법은 동양인들이 미국 시민이 될 수 없었고 여자들은 투표할 수 없었고 흑인들을 노예로 부리는 것이 적법했다. 필자는 미국 법을 해석하고 이용하는 것을 생활도구로 삼고 있지만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법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메씨나의 성당을 구경 한 후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젤라토와 그곳에서 유명한 냉커피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던 중 한 여인이 우리 테이블로 다가와 돈을 요청했다.

돈을 주려고 지갑을 열며 그 여인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더니 성당에 들어 올 때 우리 가족에게 돈을 받아 간 여성이었다. 이에 필자는 “조금 전 성당 문 앞에서 돈을 줬는데요”하고 말했더니 여인은 환하게 미소 지으며 “그랏지” 서툰 영어로 “God bless you”라고 말하고 떠났다.

필자는 옛날에는 여행을 마치고 하와이에 돌아오는 것을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하와이 귀향길이 예전처럼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700회 칼럼을 쓰며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다.

fsp@dkpv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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