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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아메리칸 리포트/ 미주 한인 과학자와 한국 천안함

2015-08-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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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관련 소송비용 100만 달러’진실인가?

재미 과학자 안수명씨, 천안함 관련 자료 조사비 100만 달러 과연 진실인가?
천안함 폭침사실 부인, 학술적 차원인지 돈 벌기 목적인지 가려져야 한다는 게 중론

재미 과학자 안수명(72· 미국명 샘 안)씨가 한국 해군 천안함의 북한폭침 사실을 부인한 것이 “순수한 학술적 차원‘인지 아니면 ‘자신의 경제적 목적 차원‘에서 제기한 것인지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 ‘한겨레’ 신문은 지난 1월 ‘천안함의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내가 나를 싫어할 것’(2015년 1월15일자 A27면)이라는 제목으로 안씨가 ‘천안함’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를 비롯한 장문의 견해를 밝히는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는 이 인터뷰 기사에서 “안 씨가 지난 3년간 남짓 각고의 노력과 소송 끝에 미국 정보공개법에 따라 확보한 1,300여 쪽의 천안함 관련 자료와 100쪽에 걸쳐 정리한 자신의 보고서를 <천안함의 거짓과 진실>이란 제목으로 온라인에 공개한 것이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이어 “이 보고서는 16일(현지시각 15일)부터 안 박사가 만든 누리집(ahntime.come)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단 돈을 내야 한다. 한 달에 1만 5,000원 정도다. 그의 말로는 미 해군에 지급한 자료구입비만 100만원이 넘었으며 3년간 소송비용 등 변호사 비용을 따지면 100만 달러(10억 원) 이상의 경비가 들어갔다고 한다. 유료화는 최소한의 예의인 셈인데, 그는 정색하며 ‘이걸로 돈을 벌고 싶다’고 말했다”고 적고 있다.

이 내용은 결국 미주한인 안 씨가 개인 차원에서 100만 달러 이상을 들여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해가면서 ‘미 정부문서들’을 입수했으므로(관심 있는) 사람들은 돈을 내고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한겨레의 기사대로 안 씨가 미국 정부의 대외공개 자료를 이 같은 거금을 들여 확보했는지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안 씨는 인터뷰에서 대놓고 “이걸로 돈을 벌고 싶다”고 언급했다고 보도됨에 따라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소위 ‘진상 규명’이 학술적 차원인지 돈벌이 차원에서 비롯된 것인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겨레 보도 외에도 한국의 ‘미디어 오늘’은 지난 3월 ‘미 해군 기밀문서에 드러난 천안함의 의문’(2015년 3월12일)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밝히기 위해 3년 여 동안 미 해군과 정보공개 소송을 벌이고 있는 미 잠수함 전문가 안수명 전 안테크 대표가 천안함 5주기를 맞아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에 의한 침몰 확률 자체가 모순이라고 밝혔다”고 쓰고 있다.
미디어 오늘 역시 ‘한겨레’ 보도와 유사하게 ‘천안함’ 사건에 대한 안 씨의 주장을 게재한 뒤 “그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미 해군을 상대로 정보공개 소송을 벌인 끝에 에클스 제독 등의 이메일 자료 1,500페이지 가량을 제공받는 등 일부 성과를 얻기도 했다”고 전했다.

미디어 오늘은 안 씨의 말을 직접 인용해 “내가 소송에서 약 100만 달러(10억 원) 이상을 들여 미 정보자유법에 의거하여 얻은 정보를 보면 이러한 나의 주장을 뒷받침 한다”고 강조했다.
안 씨가 언급한 ‘미 정보 자유법’(FOIA: Freedom of Information Act)은 미국 정부 보관 기록에 대해 공개 관람을 요청해 받는 절차로 일반 국민 또는 단체 누구나 제공받을 수 있는 기본 권리이다.

미 정부 각 기관은 법으로 FOIA 부서를 두고 있으며 누구든 행정적 절차를 밟아 정부 문건·자료·기록을 명시해 공개를 신청하면 관람할 수 있다. 흔히 언론에 ‘비밀해제’(declassified) 또는 ‘기밀취급해제’ 자료·기록이라며 기사에 인용되는 문건들이 이처럼 공개된 역사기록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 중 상당 부분이 ‘시한적 비밀해제’(25년 정기 검토)나 아니면 ‘사회적 관심사’ 등을 이유로 사전에 이미 일반 공개된 내용이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과 같이 특정 개인 또는 집단의 소송절차를 거쳐 법정명령에 따라 내용이 일반 공개되는 경우도 있다. FOIA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지만 국가안보·형사수사·정보출처 등을 포함해 10여개 분야에 해당되는 특정 관련 정보는 대 일반 공개를 제외하고 있어 때로는 관람을 희망, 요청한 서류가 전체 검정색으로 새까맣게 삭제돼 제공받기도 한다.

신청을 편지 또는 인터넷으로 접수한 미 당국은 1차적으로 내용을 검토한 뒤 구체적인 조사·검색에 들어가는 인력비용과 문건 복사비용 등을 신청자에게 통보한다. 그리고 동의를 얻으면 자료를 찾아 해당 문건의 대외 비공개 부분이 삭제된 사본을 신청자에게 제공해준다. 언론의 경우 자료가 공공 관심사이자 공익을 위한 내용이라는 자체 판단이 서면 모든 비용을 면제해 주고 있어 기자들이 수시로 특정 기사 취재 과정에서 FOIA를 활용한다.

이와 관련 미 정부 기록에 따르면 안씨는 2011년 6월24일 미 해군에 ‘대한민국 함선 천안 공격 조사에 대한 미 해군의 참여 관련 기록’을 요청했으며 일반 개인이면 누구든 직접 할 수 있는 FOIA 요청을 워싱턴 D.C. 소재 ‘Reed Smith LLP’(리드 스미스 법률사무소)를 통해 제출했다.

하지만 이는 그가 한국 언론에 언급한 100만 달러 이상의 미 정부 상대 소송비용과는 별개이다. 당시 안 씨와 미 해군과는 서로 아무런 법률적 분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씨는 2014년 6월 미 연방 워싱턴 D.C. 지방법원에 미 해군 FOIA 부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의 골자는 자신의 FOIA 요청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법원이 이행을 명령해 달라는 내용이다.

안 씨는 소송을 ‘in forma pauperis’(빈민으로 소송비용 면제) 자격으로 변호사를 고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제기했다. 이에 담당 판사는 소장을 접수한 같은 날(2014년 6월11일) 안 씨의 연간수입을 검토한 결과, ‘빈민 가격에 해당됨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사건을 기각했다. 결국 소송 관련 직접적 변호사 비용은 일체 없었다는 의미다.

그러자 안 씨는 약 한달 뒤인 7월15일 같은 법원에 같은 내용의 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단 이번 소송은 해군 FOIA 부서가 아니라 해군 자체를 피고소인으로 지정했다. 이번에도 역시 변호사 채용 없이 자신이 ‘자신의 변호인’(Pro Se)으로 직접 나섰다. 하지만 법원은 2015년 1월15일 안 씨에게 소송 기각 사유를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사건을 담당한 로스메리 콜리에 판사가 안 씨에게 “2월6일까지 피고소인(미 해군)에게 소장을 직접 전달해 소송에 응하라는 ‘영장집행’(summons) 절차를 밟았다는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라”고 명령 것이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콜리에 판사는 올해 2월18일 안 씨의 소송을 ‘법정 명령 불복종’ 이유로 기각했다. 역시 소송 관련 직접적 변호사 비용은 일체 없었다. 따라서 한국 언론이 선전한 안씨의 100만 달러 소송비용 주장에 커다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미 해군은 안씨의 FOIA 신청을 접수한 뒤 2012년 4월20일 관련 문서 전문 12페이지, 2013년 1월11일 관련 문서 36페이지를 각각 제공했으며 실제로 찾아낸 2,810페이지 문서에 대해 21시간 조사·검색비용(시간 당 44달러)과 복사비용(페이지 당 0.15센트)에서 기존 서비스비용을 제외해 총 1,242달러60센트를 통보, 청구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애당초 안 씨를 대표해 FOIA를 신청한 ‘리드 스미스’의 담당 변호사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그는 더 이상 그 법률회사에 근무하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 거주 안 씨도 10일 오후 현재 기사마감시간까지 자택에 전화와 음성메시지를 남겼으나 반응이 없다.

미국 정부는 안씨가 2013년 9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자신을 대북투자 협상 담당 북한 당국 관리라고 소개한 여성을 만나 방북을 추진한 경위와 배경을 조사하고 있다. 안 씨는 이외에도 한국에서는 한국 국가정보원 해킹 대상자로 지목돼 논란의 가운데 서 있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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