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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 하락하면 바이어 위험부담 높아져

2015-07-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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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입 원하는 주택에 렌트로 살고

▶ 임대계약 만료 때 구입 우선권

[‘렌트 투 오운’(Rent to Own)]

당장 주택을 구입할 능력이 없는 구입자들에게 ‘렌트 투 오운’(Rent to Own)이란 대안이 있다. 일단 렌트부터 시작하고 일정기간 뒤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옵션이 주어지는 계약이다. 구입자는 렌트기간에 부족한 다운페이먼트 금액을 마련하고 크레딧 점수를 개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셀러 측은 불확실한 미래의 구입자를 미리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셀러나 바이어 모두에게 유리하도록 고안된 계약이지만 바이어 측 위험부담이 큰 편이다. 특히 최근 주택가격이 정점에 달해 조만간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주택가격 하락이 예상될 때 바이어 측 위험부담은 더욱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 렌트 투 오운 방식


리스 옵션이라고도 불리는 렌트 투 오운은 바이어가 구입을 원하는 주택에 일단 임대형식으로 거주한 뒤 임대계약 만료 때 구입 권리가 우선적으로 주어지는 계약 방식이다. 당장 주택구입 능력이 없는 바이어들이 주택구입 대안으로 주로 활용한다. 임대계약 기간에 납부하는 임대료 중 일부는 주택구입 때 다운페이먼트 금액으로 적립하는 계약이 일반적이다.

집주인과 테넌트가 미래에 체결할 매매가격을 20만달러로 합의했다면 체결가격의 약 2.5%에 해당하는 5,000달러를 계약금으로 납부하고 월 임대료 1,000달러에 프리미엄 400달러씩을 더 내는 방식으로 리스옵션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 중 계약금 5,000달러와 프리미엄에 해당하는 월 400달러는 임대가 끝난 후 주택구입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 금액으로 적립된다. 대부분의 임대계약 기간이 1년인 점을 감안하면 1년 후에는 9,800달러를, 만약 3년을 임대하게 되면 1만9,400달러의 금액을 다운페이먼트로 모을 수 있게 된다.


■ 바이어(테넌트) 측 위험 높은 편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바이어 측의 위험부담이 비교적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큰 부담은 미래 다운페이먼트로 활용하기 위해 매달 적립한 금액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이 크다는 것. 계약금과 렌트비의 일부인 프리미엄은 렌트비로 분류되는데 만약 렌트비 연체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금액을 몰수당하기 쉽다. 렌트비 연체로 집주인이 테넌트를 강제 퇴거조치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집주인의 모기지 페이먼트 연체로 차압이 발생할 경우도 바이어의 피해를 막기 어렵다. 은행에 주택이 압류될 경우 그동안 적립한 프리미엄을 받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당장 이사를 가야 할 집을 찾아야 한다.

바이어의 모기지 대출 승인 여부에 따라서도 위험부담은 발생한다. 임대계약 기간이 끝나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을 받지 못하면 자칫 다운페이먼트 용도의 프리미엄을 날리기 쉽다.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바이어나 셀러 모두에게 불리하다. 렌트 투 오운은 임대계약 만료 시기의 주택시세를 바이어와 셀러 측이 합의해 구입가격을 정하는 계약 방식이다.

집값이 떨어지면 바이어는 더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만약 구입 옵션을 포기하면 프리미엄을 받지 못하게 된다. 셀러 측도 미리 확보한 바이어를 놓치고 부동산 수수료 등을 지급하고 다시 바이어를 찾아야 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 집값 상승 때 바이어 측 유리

계약서 내용만 잘 작성되면 셀러나 바이어에게 돌아가는 장점도 많다. 당장 주택구입 능력을 갖추지 못한 바이는 임대와 다운페이먼트 마련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또 임대기간 부족한 크레딧 점수를 개선할 기회를 갖게 된다. 차압이나 숏세일 등으로 집을 처분해 당장 집을 구입할 수 없지만 가까운 미래에 재 구입 계획이 있는 부메랑 바이어들에게도 적합한 옵션이다.

구입을 희망하는 주택에 미리 거주해 봄으로써 해당 주택과 동네 사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도 바이어 측에게 장점이다. 마치 차량 구입 전 시운전해 보는 기회가 제공되듯 향후 구입 가능성이 있는 집을 미리 테스트해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셀러와 바이어가 미리 주택 거래가격을 합의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면 바이어 측의 혜택은 더욱 커진다. 증권시장에서 선물 거래하듯 미래에 오를 물건을 현재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이다.


■ 계약서에 보호조항 반드시 포함

전문가들은 렌트 투 오운은 계약서 내용을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양측의 위험부담을 낮추고 윈윈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충고한다. 바이어 측은 현재 주택구입 능력을 갖추지 못한 점에 대한 보상으로 여러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철저한 조사가 필수다.

주택 구입지역의 향후 주택시세를 정확히 예측해야 하는 한편 계약서에 여러 보호조항을 삽입토록 셀러 측과 합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모기지 대출을 받지 못할 경우 계약금 및 프리미엄 등을 반환토록하는 내용 등을 포함시킨다.

또 렌트 투 오운을 악용하려는 셀러에 대비해 계약서에 ‘선매입권’(first right of refusal)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선매입권은 셀러가 집을 내놓아 주택구입을 희망하는 다른 바이어의 오퍼가 제출됐을 때 렌트 투 오운 계약을 맺은 바이어에게 먼저 구입할 수 있는 선택권이 제공되는 계약조건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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