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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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신당은 인류역사의 보물

2015-07-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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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새밋당’ 지켜낸 조이 로시타노 감독

"비록 제주사람은 아니지만 제주 신당은 인류역사의 보물이기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주 신당의 하나인 제주시 오등동 설새밋당이 누군가에 의해 파괴됐다는 한 이방인의 제보가 올해 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급하게 올라왔다.
글과 함께 올라온 현장사진에는 다섯 그루의 신목이 잘려져 나가고 본향당 주변 담장이 산산이 조각나 있는 모습이 여실히 담겨 있었다. 신당 주변 흙도 깊이 파헤쳐져 주민의 접근조차 어려워 보였다.

오등동 죽성 마을의 역사와 같이 한 신당을 복구하자는 그의 호소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켜 설새밋당을 지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글을 올린 이는 제주에서 9년간 생활하는 미국 테네시 출신의 다큐멘터리 감독인 조이 로시타노(38·사진·Joey Rositano)씨. 그는 제주의 무속신앙 매력에 빠져 4년간 신당 100여 곳을 탐방했다.


그가 다닌 신당은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5호인 송당리마을제를 비롯해 월령리, 화북동 등 제주 전역에 퍼져 있다. 처음엔 외국인이 엄숙한 신당에 오는 것을 주민들이 꺼리기도 했지만 자주 다니다 보니 이제는 그를 알아보고 반기는 이들이 적잖다.
그는 "어떤 마을은 제례를 앞두고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풍습이 있어서 나 역시 이 마을 제례 참관을 앞두면 스스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등 마을 풍습을 존중해 왔다"며 "주민들이 이런 내 모습을 재밌고도 신기하게 봐줘 마음을 열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 곳곳의 신당을 탐방하며 틈틈이 마을제 장면과 아낙들의 모습을 촬영해 온 사진 220장을 엮어 이달 4일 ‘포토 북’을 발간한다. 발간에 맞춰 기념 전시회도 제주시 관덕로에 있는 전시공간인 아트세닉에서 연다.그는 "제주 신당에 있으면 정말 신이 나타날 것 같은 기운이 느껴진다"며 "이런 신비로운 느낌을 책과 전시회장에 옮겨놨다"고 소개했다.

제주는 탄생신화와 고유 무속신앙에 1만8,000개 신들의 이야기를 간직한 말 그대로 신들의 고향이다. 마을마다 신당을 마련해 각각의 수호신을 모시고 제례를 지낸다.그는 제주 신화는 로마·그리스 신화에 버금가는 세계의 보물이란 점을 깨닫게 되면서 제주 무속신앙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시화한 생활 속에서 많은 이가 신당의 이런 보물과도 같은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신당을 방치하거나 파괴하기도 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제주인의 정체성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신당을 보전하고 또 관광자원화해 세계에 알려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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