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희생자 유족들, 용서로 미국 울렸다

2015-06-21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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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점 하나하나 다 아프지만 용서할게”

▶ 사건 발생 교회, 희생자 애도 예배 열어

백인 청년의 권총 난사로 희생된 흑인들의 가족들이 보여준 애끊는 고통과 힘겨운 용서가 미국 사회를 다시 울렸다.

지난 19일 로프는 노스찰스턴 카운티의 구치소에 감금된 채 화상으로 재판을 받았으며 유족들은 가해자에게 직접 얘기할 시간을 주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관례에 따라 한 명씩 자리에서 일어나 화면으로 보이는 로프에게 말을 건넸다.

희생자 미라 톰슨의 유족인 앤서니 톰슨은 "나는 너를 용서하고 우리 가족도 너를 용서한다"고 결단을 내렸다.


톰슨은 "네가 우리의 용서를 참회의 기회로 삼아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로프는 지난 17일 찰스턴 시내에 있는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흑인들이 이 나라를 떠나야 한다"며 권총을 쏘아 신자 9명을 숨지게 했다. 그는 수요일마다 열리는 성경공부 모임에 새로 참여하는 것처럼 찾아와 신자들과 함께 한 시간 가량 앉아있다가 갑자기 권총을 꺼내 들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펠리시아 샌더스는 죽은 척하면서 총격을 피할 수 있었으나 함께 있던 아들 타이완사 샌더스는 로프의 총에 맞아 숨지고 말았다.

샌더스는 "내 몸에 있는 살 오라기 하나하나가 모두 아프고 나는 예전처럼 살아가지 못하겠지만 하나님께서 너에게 자비를 베풀기를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족 앨라나 시먼스는 "할아버지(대니얼 시먼스 목사)와 다른 희생자들이 증오의 손에 의해 돌아가셨지만 모두가 당신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먼스는 "이는 우리가 사랑으로 살아왔으며 이번 사건도 사랑을 유산으로 남길 것이며 증오는 결코 사랑을 이길 수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울면서 강조했다.

로프의 가족은 관선 변호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사태가 충격적이고 슬프고 믿기지 않는다"며 사죄하는 마음을 유족들에게 전했다.

한편 9명의 희생자를 내는 비극적 사건 이후 문을 닫았던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는 사건 발생 나흘만인 21일(일) 오전 9시30분 다시 개방을 하고 숨진 이들을 애도하는 예배를 열었다.

흑인들의 ‘성지’로도 불리는 찰스턴 지역내 교회의 종들이 일제히 울리자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로 모여든 수백 명의 신자들은 힘겨운 ‘사랑과 회복, 치유’의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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