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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음악 오디세이/ 두 줄기

2015-06-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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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석<음악박사>

역사의 흐름을 멀리서 자세히 바라보면, 뭔가 커다란 흐름이 보인다. 역시 음악사도 그렇다. 낭만시대는 그야말로 대단한 작곡자들이 많이도 등장한다.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작곡자들이 이 시대의 작곡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많은 작곡자들을 두 줄로 세우면 뭔가 낭만시대 음악의 흐름이 이해가 간다. 그것은 바로 표제음악파와 절대음악파이다. 물론 작곡자의 음악적 성향이라는 것이 딱 잘라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취향은 선명하게 보인다. 그럼 낭만시대의 작곡자들을 두 줄로 세워보자.


그런데, 표제음악은 무엇이고 절대음악은 무엇일까? 음악으로 감정, 정신, 혹은 사물, 스토리 등을 표현하면 표제음악이고, 멜로디 화성 리듬 같은 음악적 재료로 음악의 아름다움만을 표현하면 절대음악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표제음악을 지향하는 작곡자들은 음악의 형식이나 틀 보다는 작곡자의 표현력에 더 중점을 둔다. 즉 형식이나 음악의 틀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나타 알레그로 폼 같은 것은 그냥 고전시대의 유물쯤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반면 절대음악의 작곡자들은 표현력보다 형식과 틀 안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즉 형식과 틀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자! 계보는 이와 같다.
절대음악: 베토벤 - 슈베르트 - 멘델스존 - 슈만 - 브람스 - 말러
표제음악: 베토벤 - 슈만 - 리스트 - 베를리오즈 - 바그너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그런데 이렇게 써놓으면 꼭 물어 보시는 분이 있다. 왜 누구는 빠졌어요? 혹은 그 작곡자는 어디 껴요? 위의 설명에 따라 스스로 분류해 보시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눈에 보이는 이상함은 베토벤과 슈만은 양쪽에 다 속한다는 것이다. 아니 심지어 베토벤은 양쪽의 선두다. 베토벤은 자신은 절대음악을 지향하면서도 표제음악의 길을 열어 놓은 작곡자임으로 두 진영의 조상으로 인정받는다.

슈만은 어떤 면으로는 표제음악의 이론을 확립한 작곡자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나중에 브람스를 지지하며 절대음악을 진정한 음악이라고 강조하니 좀 묘한 입장의 작곡자가 되었다. 또 어떤 음악학자는 슈만은 원래 표제음악을 지향했고, 그의 아내 클라라 슈만이 절대음악을 지향했다는 설도 있다.

바그너와 브람스를 제외한 많은 작곡자들은 슈만과 입장이 비슷하다. 아무튼 낭만 음악은 이렇게 두 갈래의 큰 흐름으로 구분 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면 형식 안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면 절대음악파, 형식을 포기하고 표현력을 강조하면 표제음악파이다.


이런 토양 위에서 표제음악의 한 갈래로 등장하는 작곡자들이 국민음악파이다. 국민음악은 자신들의 국가나 민족의 음악적 특성이나 정신을 고전음악에 적용하여 표현하는 음악이다. 국민음악파라는 용어는 발라키레프, 보로딘, 큐이, 림스키코르사코프, 무소르크스키가 참여하는 러시아 5인조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시초는 우리가 잘 아는 쇼팽 같은 작곡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쇼팽은 자신의 피아노곡에 폴란드의 서민들이 추는 춤의 리듬 마주르카나 귀족들의 춤, 폴로네이즈를 도입하여 작곡하였다. 즉 폴란드의 음악적 특성과 또 그와 함께 정신을 자신의 음악에 집어넣은 것이다.

체코에 스메타나와 드보르작, 핀란드의 시벨리우스, 스페인의 사라사테, 영국의 본 윌리엄스, 러시아의 글린카와 러시아 5인조, 노르웨이의 그리그, 그리고 폴란드의 쇼팽 같은 작곡자들이 바로 국민음악파 작곡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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