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석 <음악박사>
“현대음악도 20곡만 들어보면 이상하지 않다”
대학교 때 서양음악사 선생님 하시던 말씀이다. 나는 그때 20곡은커녕 다섯 곡도 듣지 않아서 현대음악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미국에 와서 20곡 이상을 듣게 되었고 현대음악도 고전이나 낭만 음악만큼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왜? 현대음악은 듣는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들리는 것일까? 우선은 익숙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장조, 단조화성이나 음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다른 스타일에 화성과 음계는 거부감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듣다 보면 그 거부감은 새로움의 신선함이나 신기함으로 바뀐다.
현대음악이라 하여 다 똑 같은 것은 아니다. 우선은 전통적인 작곡법을 사용하는 작곡자들이 있다. 그들의 화성과 음계는 얼핏 들으면 이전시대의 것들과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예전의 쓰지 않던 화성을 쓰거나 또는 새로운 화성을 개발하여 사용한다.
불협화음, 즉 어울리지 않는 화성이 많이 쓰이고 아주 옛날 장조와 단조가 사용되기 전에 쓰던 모드선법이라는 것을 사용하기도 하고 동양 음계나, 다른 종류의 음계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들이 가장 전통적인 고전음악의 기반을 둔 작곡자들이기에 가장 이해하기가 쉽다.
그리고 이들보다 한발 더 나아가는 작곡자가 등장하는데 바로 12음계 기법이라는 것을 창조한 "쇤베르크"라는 작곡자이다. 이전시대에 쓰는 음 체계를 거부하고 음악에 가장 기초적인 12음을 한 번씩 사용하면서 음악을 만드는 그의 기법은 20세기에 들어 가장 혁신적인 기법으로 받아들여져 많은 작곡자들이 그의 기법을 작품에 도입한다.
그리고 가장 이상한 음악이 바로 아방가르드(초현실주의)적인 음악이다. 존 케이지의 4분 33초라는 곡이 연주되는 연주회장으로 가보자. 박수소리와 함께 피아니스트가 등장한다. 피아니스트는 인사를 하고 피아노 앞에 앉는다. 늘 그렇듯이 천장을 한번 쳐다보고 피아노를 본다.
관중들은 피아니스트의 첫 음을 기다리지만, 어쩐 일인지 피아니스트는 피아노를 치지 않는다. 관중들은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그러나 여전히 기다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피아니스트는 좀처럼 연주를 하지 않자, 서서히 웅성거리기 시작하고 몇몇 사람들은 좀 심하게 소리까지 지르기 시작한다. 그래도 연주자는 연주를 하지 않고 그저 앉아 있을 뿐이다. 소요가 좀 심해 지려는 그때 시간이 4분33초가 지나고 피아니스트는 일어나 인사를 하고 퇴장한다. 이 곡의 악보에는 단지 이렇게 쓰여 있다.
"tacet (쉬시오), 그리고 설명이 이렇게 쓰여 있다 "이 곡은 솔로, 실내악, 오케스트라, 협주곡으로도 가능합니다". 심지어 악장도 3악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아래의 유튜브 영상은 관중이 이 곡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정보가 있는 듯하다. 그러니 연주가 끝나니 브라보를 외치지 이게 어디 브라보를 외칠 일인가!
연주가 쉬울 것 같지만 정말 어렵다. 한번 실험적으로 해보았는데, 무대에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다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4분 33초가 상상도 못 하게 길다.
그런데 작곡자가 이 곡에서 표현하려 하였던 것은 무엇일까? 침묵 혹은 관중들의 반응, 아무튼 현대음악은 이전시대의 것에서부터 다르고자 하는 자유로부터 시작한다. 한번 끝까지 들으면서 자기 자신의 반응을 살펴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