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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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마저 멈춰버린 ‘다뉴브의 진주’ 매혹적인 한폭의 그림

2015-05-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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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을이 지면 더 황홀 유럽 3대 야경 중 ‘으뜸’

▶ ‘다뉴브의 잔 물결’ 한잔의 와인 잊지 못해

[세계 도시 기행 - ① 헝가리 부다페스트]

숱한 애환과 예술이 켜켜이 스며내린 도시 헝가리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의 우아하고 고풍스런 모습은 그 아픈 역사만큼이나 깊고 진하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발길 닿는 곳마다 독특한 매력이 넘친다. 특히 부다페스트를 껴안고 도는 다뉴브강(독일어로는 도나우)의 야경은 프랑스 센강의 야경, 체코 프라하의 야경과 함께 유럽 3대 야경으로 꼽힐 만큼 그 광경이 화려하고 매혹적이다.


부다페스트는 왕들이 거주해 부촌으로 꼽혔던 다뉴브강 서쪽의 부다(Buda) 지역과 상업과 예술의 도시로 성장해 비교적 서민적이었던 동쪽의페스트(Pest) 지역을 1873년 헝가리의 국민적 영웅인 세체니 이슈트반 백작이 하나의 도시로 통합해 오늘날의 부다페스트가 되었다.

부다페스트의 여행은 부다페스트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겔레르트언덕에서 시작된다. 11세기 헝가리에가톨릭을 전파하다 순직한 이탈리아 전도사 겔레르트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겔레르트 언덕에 오르면 다뉴브강의 도도한 물결이 부다페스트의 네오 로마네스크 건축물들과 어울리며 한 폭의 그림으로 선뜻 다가와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독일 남부에서 시작해 흑해로 흘러들어가는 2,860km길이의 다뉴브강은 그 아름다움이 부다페스트에서 절정을 이루면서 부다페스트를 ‘다뉴브의 진주’라고 불리기도 한다.

노을이 질 무렵 겔레르트 언덕의 카페에서 다뉴브강을 바라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헝가리 토카이 와인과 함께 요시프 이바노비치의 왈츠곡 ‘다뉴브강의 잔물결’을 듣는다면 평생 잊지 못할 부다페스트 여행의 또다른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이바노비치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유명한 왈츠곡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에서 영감을 받아 ‘다뉴브강의 잔물결’을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현해탄에 몸을 던진 윤심덕의 ‘사의 찬미’, 미국의 ‘애니버서리 송’(Anniversary Song)도 모두 ‘다뉴브의 잔물결’을 편곡한 것으로 지금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겔레르트 언덕을 돌아서면 네오로마네스크 양식의 고깔모양의 탑 7개가 있는 ‘어부의 요새’가 나온다.

다뉴브강에서 물고기를 잡던 어부들이 적의 침략에 맞서 싸웠던 장소라 하여 ‘어부의 요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7개 고깔모양의 탑은 헝가리를 세운 7명의 마자르 부족 영웅들을 상징한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부다페스트의 전경도 일품인데 특히 다뉴브강으로 나누어진 동서 두 도시를 연결하는 부다페스트 최초의 세체니 다리가 보인다.

1849년 템즈강의 런던 다리를 설계한 설계기사를 초빙해 만들었으며 밤이 되면 세체니 다리에 달린 수천개의 화려한 전구가 다뉴브강을 비쳐 부다페스트 야경의 최고 관광명소이자 유적지로 꼽히고 있다.


어부의 요새를 돌아서면 헝가리왕들의 대관식과 결혼식이 열렸던 마차시 교회가 나온다. 1255년부터 1269년 사이에 건설된 이 교회는 보통 유럽교회에서 볼 수 없는 화려한 지붕이 눈길을 끈다.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성 이슈트반 성당, 1987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부다 왕궁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중세 헝가리 왕들이 거주했던 부다 왕궁은 시간이 그대로 멈춘 듯 중세의 모습이지만 13세기부터 몽골의 침략과 오스만트루크의 침략, 십자군 전쟁, 그리고 근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파괴와 재건을 반복해야 했던 아픈 역사의 장소다. 현재 국립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부다페스트 문화거리인 안드리아시 거리 끝에 있는 영웅광장은 헝가리 천년 역사의 애환이 서린 곳. 헝가리 건국 1,000년을 기념하여 1896년에 건설된 영웅광장은 외국 국빈을 맞거나 국가행사가 열린다. 광장 중앙에는 36미터 높이의 탑에 헝가리의 수호천사인 개브리엘 천사상이 있으며 그 밑에는 헝가리를 건설한 7개 마자르 부족장 기마상이 있다.

천사상 탑 뒤로는 반원형태의 열주 안에 14인의 역사적 영웅들의 조각상이 있으며 탑 옆에는 무명용사의탑이 있다. 무명용사탑 석판에 ‘마자르인들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무명용사들을 기억하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산화한 선열들의 넋을 잊지 말자는 다짐은 어느 나라에서나 똑같아 보는 사람들에게 진한 교훈을 던져준다. 오랜 세월 숱한 외세침입을 겪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유와 독립을 위해 항거해야했던 애환의 민족이라는 점에서 한국인과 깊은 동질감을 느낀다.

영웅광장 뒤쪽에는 제법 큰 호수가 있는 시민공원이 있다. 이곳에는 서울시가 기증한 애국가의 작곡가인 안익태 선생의 흉상이 서있어 한인여행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안익태 선생은 1928년부터 1941년까지헝가리 리스트 음대에 유학했다.

부다페스트의 진가는 노을이 지고 어둠이 깔리면서 더욱 발휘된다.

중세의 건축물들이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다뉴브강 언덕이 수많은 전구로 수를 놓는 야경 때문이다. 그중에도 다뉴브강 크루즈를 타고 즐기는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매혹적이며 황홀하다. 네오 고딕양식의 대표적인 건물인 헝가리 국회 의사당의 화려한 조명과 세체니 다리의 오색불빛은 부다페스트 야경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다뉴브 야경 크루즈의 여행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야경을 즐긴다.

후레시를 연신 터뜨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여행객도 있고 뱃머리에 앉아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한 잔의 와인과 함께 낭만을 즐기는 여행객도 있다.

모두가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운 야경에 취한 듯 잠시 자신을 내려놓는 모습이다. 다뉴브의 야경은 화려함에서 파리의 세느강 야경보다 더 멋진듯하다.

부다페스트는 1956년 10월23일 소련의 공산지배에 항거하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은 헝가리 혁명의 장소이기도 하다. 고 김춘수 시인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은 이 헝가리 의거에 자극받아 쓴 작품으로 유명하다.

# 가는 길

"매달 갈 수 있는 아주관광 동유럽여행 프로그램"

헝가리 부다페스트 여행은 거리와 경비 등을 감안할 때 체코와 오스트리아 등을 묶는 동유럽 여행으로 하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갈 경우 LA에서 부다페스트 항공 난스탑 항공이 있다. 여행사를 통해서 갈 경우 다양한 유럽 여행 프로그램을 출시하고 있는 아주관광이 거의 매달 동유럽 여행을 실시하고 있다. 동유럽은 거의 모든 국가가 지난 1985년의 쉥겐조약에 의해 비자없이 국경의 입출국이 자유롭게 가능하다.


# 토카이 와인 헝가리 최대의 와인 생산지로 2002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토카이 와인은 깊고 풍미한 맛으로 유명하며 특히 프랑스 루이 14세 때 왕실에 선물하는 와인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됐다. 루이 15세는 ‘와인의 왕’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글·사진-권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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