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석 <음악박사>
미술사에 보면 빛을 그리고 싶어 했던, 그래서 빛의 화가들이라 불리는 이들이 있다. 인상파로 분류되는, 모네, 마네, 세잔느, 르노와르 같은 화가들이다. 사물을 그저 단순히 보이는 그대로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빛의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잡아내려 하였고, 우리가 보는 사물의 실체보다, 빛의 의해 결정되는 형상을 보여주려 하였다. 그러기에 그들의 그림에는 선명한 사물보다 순간적으로 포착되는 빛, 색채, 그리고 느낌 등이 먼저 다가온다. 이제 회화는 더 이상 사물을 똑같이 재현하는 사실적 묘사가 의미 없게 되어버렸다.
음악사에도 인상파로 분류되는 이들이 있다. 드뷔시, 라벨, 레스피기 같은 작곡자들이다. 음악으로 빛을 표현했을까? 그것은 아니다. 그들이 생각한 것은 낭만시대의 감정과 사상의 표현 그리고 이야기의 묘사 아니라 느낌으로 다가오는 감각적인 음악이었다. 낭만시대의 음악처럼 절정을 향한 (도입-발전-절정을 만들기 위한) 음악의 형식도 역시 의미가 없게 되었다.
대신 순간순간의 매혹적인 울림과 음빛깔을 찾아내려 하였다. 그러기 위하여 인상파는 색다른 음계와 화성 그리고 음색을 사용하였다. 일반인들에게 매우 생소하다고 하는 현대음악의 초석을 바로 그들이 놓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들이 사용한 음악 언어는 이전까지의 기능화성 즉 우리가 잘 아는 장조 단조의 음계와 화성과는 매우 다른 것이었다. 19세기 말에 등장한 인상파 음악은 이렇게 전통적인 방법의 작곡법을 극복하고 뛰어 넘으려는 노력으로 시작되었다.
그들 중 가장 앞서는 이가 바로 드뷔시이다. 그가 파리음악원 학생시절 한 행동은 그것을 잘 보여준다. 그는 전통적인 작곡기법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 기법만 사용하여 곡을 작곡하기 일쑤였고, 선생님이 그것을 지적하면 이렇게 이야기 하였다 " 오늘의 안 어울리는 음은 내일의 어울리는 음 이랍니다" 그런 그에게 가장 영향을 준 사람들이 바로 인상파화가 그리고 상징주의 시와 시인들이었다.
상징주의시란 한 단어, 한 문장의 의미보다는 전체적인 느낌을 중요시하는 시이다. 드뷔시의 곡들 중 가장 유명한 "목신의 오후"를 들어보면 우리는 그런 특징을 잘 발견 할 수가 있다. 우선은 안 어울리는 화성으로 가득 차 있다. 만약 그 이전의 시대라면 이런 안 어울리는 화성을 반드시 해결이 돼야 하는데 그런 해결이 없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장조 단조 음계도 사용하지 않는다. 곡의 전체 분위기는 마치 인상파의 그림과 같이 어떤 물체는 있으나 뚜렷하지 않고 빛과 형체와 느낌만 있듯이 그렇게 선명하지 않고 모호하다. 형식은 매우 단순하지만 선율은 뚜렷하지 않아서 그저 아득한 느낌만 깊을 뿐이다. 그의 음악은 어렵고 또한 어떤 면으로 지루하기도 하다.
그런데 그의 음악 안에 녹아 들어있는 인상파미술, 인상파음악, 그리고 상징주의 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감각적 느낌 아닐까! 아무튼 예술의 목적은 변하고 있었다. 그런 느낌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그 당시에는 그것이 파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