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마크·스웨덴·핀란드 등 고복지 국가들 재정상황 양호… 유럽 부채위기에도 꿋꿋
▶ 그리스 경제위기도 과다 복지 비용 아닌 “아테네올림픽 적자가 가장 큰 이유” 주장
■ 복지 사회와 그 적들 / 가오롄쿠이 지음ㆍ부키 펴냄
지난 2009년 불거져 현재도 진행 중인 그리스 부채 위기의 원인은 과다한 복지 비용때문일까.
일각에서는 그리스 경제 위기를 진단하며 남유럽의 복지 정책이 실패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인민대 중양금융연구원 연구원이자 신복지 사회 이론 등을 발표한 경제학자인 가오롄쿠이는 ‘복지 사회와 그 적들’을 통해 남유럽에서는 이제껏 어떤 고복지 국가도 존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스에서 사회 복지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6%로, 유럽연합의 평균에도 못 미칠 뿐 아니라 2011년 그리스의 실업률이 17%가 넘었을때도 실업급여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0.1%에 그쳐 유럽 평균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았던 사실이 그 근거다. 저자는 아테네 올림픽 적자가 그리스 경제 위기의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한다. 아테네 올릭픽의 총 지출은 당초 계획한 예산의 3배가 넘었다.
그럼 그리스가 복지 국가로 둔갑하게 된 이유는 뭘까.
저자는 그리스가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서는 복지에 드는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영국과 미국 등이 부채 상환 압박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그리스를 과도한 고복지 국가로 낙인찍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리스 경제가 지금까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나마 있던 복지 혜택이 축소되는데 따른 소비 위축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이처럼 저자는 책을 통해 복지 사회에 대한 잘못된 사실과 편견들을 객관적인 통계 등을 바탕으로 바로 잡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복지 사회를 옹호한다.
“복지 사회는 실패했다.”, “복지 사회는 국가 부채를 늘린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저자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등 대표적인 고복지 국가들의 재정 상황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0년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재정은 흑자였고, 덴마크의 재정 적자는 GDP의 2.6%, 핀란드는 2.5%에 불과했다. GDP 대비 국가 부채 규모도 노르웨이 28.4%, 덴마크 46.4%, 핀란드 48.5%, 스웨덴 36.2%로 60%를 넘지 않고 있다. 반면 복지 부문을 확충해 오다 1980년대 이후 탈복지화 노선을 걸었던 미국은 99.4%, 영국은 81.8%, 일본은 211.7%에 이른다.
경제 상황을 봐도 북유럽 복지 국가들은 최근의 세계 금융 위기와 유럽 부채 위기에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이밖에 ‘복지사회는 부자 나라에서만 가능하다’는 주장이나 ‘복지는 국가의 부유함의 결과’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역사적 설명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19세기 말 세계 최초로 사회 보장 제도를 도입한 독일이나 20세기 초중반 사회 보장제도를 수립한 북유럽 국가들은 당시 모두 유럽에서 낙후된 나라들이었다. 저자는 오히려 이들 국가가 다른 나라보다 먼저 사회보장 제도를 도입하면서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분석한다. 심지어 미국의 가장 보수적인 우익 재단들조차 북유럽 일부 국가를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경제 체제의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복지국가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감세 주장이다.
그러나 저자는 지난 1980년대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감세 정책으로 중산층은 해체됐고 빈부 격차는 더욱 더 커졌으며, 감세로 이득을 보는 것은 언제나 부유층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복지국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현실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이유는 국가의 개입을 반대하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저자는 복지 사회가 충분히 찬사를 받을만 하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다. 저자는 생존형 소비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하고, 사치성 소비에 대해서는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고, 합리적인 구역 배치로교통 원가를 낮추고, 생필품의 통일된 유통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