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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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음악 오디세이/ 로맨틱(낭만)시대

2015-04-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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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석<음악박사>

로맨틱이란 말은 로맨스에서 왔다. 사람들은 로맨스하면 사랑을 얼른 떠 올리지만, 사실은 로맨스란 피안(다른 세계)의 전설적이고, 희한하고, 불가사이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란 뜻이다. 간추리면, 아름다움에 신비함을 더한 이야기 쯤 되겠다. 드디어 로맨틱 작곡자들은 그런 이야기를 음악에 쓰기 시작했다. 상상, 동경, 꿈, 환상 같은 판타지의 세계를 말이다.

프랑스의 천재 작곡자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당시의 최고 여배우 스밋슨을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어쩌란 말인가!! 베를리오즈는 이름도 없는 무명의 작곡자이고 스밋슨은 당시 가장 잘 나가던 배우, 그녀가 그의 사랑을 받아줄 리는 만무하다.


그런데 베를리오즈의 사랑은 깊고도 깊었고 그런 만큼 상처도 심했다. 우리는 잘 알지 않는가? 사랑과 미움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그는 그녀를 죽이고 싶었다. 요한을 사랑해서 그의 목을 잘랐던 살로메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죽였다. 아뿔싸! 그런데 걱정하지 마시라. 실제가 아니라 작품 속에서다.

환상 교향곡은 5악장으로 구성된 교향곡이다. (1악장) 그녀를 만난다. 아니 본다. 그녀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녀를 나타내는 멜로디는 아름다움에 극치이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면 빠질수록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고통은 점점 더 커진다.

(2악장) 무도회에서 사람들은 춤을 추며 어울린다. 그는 거기서도 그녀를 찾아 헤맨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그녀, 아니 어쩌면 그녀는 그곳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환상이었을지도…….

(3악장) 그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처음에 그녀는 그의 사랑을 받아들일 듯이 대답한다. 음악은 편안하고 아름답다. 그런데 음악은 점점 불안하고 어두워진다. 마지막에 그는 다시 고백한다. 그녀의 대답은 없다. 그리고 천둥소리만 울려댄다.

(4악장) 단두대로 끌려가는 그, 아! 그는 그녀를 죽였다. 단두대로의 행진 그리고 마지막 목이 잘리는 소리.. 쿵! 그는 그녀를 죽인 죄로 죽었다.

(5악장) 마녀들이 춤을 춘다. 소름끼치는 춤의 향연이다. 사랑하는 그녀도 그 그들 속의 있다. 장례식의 종소리가 들린다. 바순 과 튜바가 “분노의 날”의 멜로디를 연주하고 음악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아니 사랑의 격정 속으로 미친 듯 달려간다.

그는 이곡을 발표하고 일약 스타가 된다. 그럼 그의 사랑은? 하! 이런 쌩 난리를 치며 사랑했던 베를리오즈, 그의 사랑은 이루어졌을까? 이루어졌다. 이곡을 발표하고 3년 후에 스밋슨과 결혼한다. 그런데 행복하지는 않았다. 오죽하면 주의에서 그렇게 반대했겠는가!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사랑이라고 말하면 이미 사랑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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