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고전음악 오디세이/ 슈베르트

2015-04-22 (수)
크게 작게
이정석<음악박사>

많은 사람들은 단명한 음악천재를 모차르트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단명한 음악 천재를 한 사람 더 알고 있다. 슈베르트이다. 그는 모차르트보다 네 살이나 적은 31세에 세상과 이별을 고하였다.

짧은 삶 이었지만, 그는 후세의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남겨주었고, 그 중에서도 특히 가곡은 지금도 듣는 이에 마음을 기쁘고, 슬프고, 쓸쓸하고, 안타깝고, 그리고 아련하게 한다.


그는 아름다운 시에 멜로디와 화성을 입혀 시의 한마디 한마디를 살아서 움직이게 하였다. 그의 유명한 연 가곡 "겨울 나그네와 물방앗간에 아가씨"를 들어보자.

시는 영혼과도 같고, 그의 멜로디와 화성은 그 영혼을 담고 있는 몸과도 같이 알맞다. 어떻게 시의 깊은 의미를 그렇게 깊게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을까? 그의 아픔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난 때문에, 자신의 음악을 친한 친구들 이외에는 그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허무함 때문에, 그리고 젊은 나이임에도 병들어 날마다 조금씩 죽어가고 있는 슬픈 육체 때문에, 그래서 그는 시에 진실에 한층 더 깊이 접근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고통을 시로부터 위로 받았고, 한발 더 나아가 음악으로 승화 시켰던 것이다. 그러기에 그의 음악에는 슬픔이 많은 듯 하지만 그만큼 또 희망도 가득하다, 아니 그에게 있어서는 슬픔과 기쁨, 절망과 희망, 고통과 구원, 이들은 다른 반대의 의미가 아니라 이미 하나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슈베르트"라는 영화의 한 장면 이다.

"무더운 여름날 슈베르트는 작곡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피를 찍어 한음 한음을 그리는 창작의 고통으로 괴로워하고, 수백 아니 수천 번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땀은 흐르다 흐르다 이제는 훔칠 기력도 없다. 그런데 그의 바로 뒤 침대 위에서는 그의 여동생이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침대 위에서 뛰어 놀고 있다." 대사는 한마디 없고,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란 곡이 멈추지 않고 연주된다. 같은 공간 에 두 가지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슈베르트의 슬픔과 절망 그리고 소녀의 기쁨과 희망. 그는 그런 감정을 장단 음계 (major minor mode) 라는 기법으로 표현한다. 말 그대로 기쁘고 즐거운 장조와 슬프고 어두운 단조를 합쳐놓은 음계와 화성이다.

즉 두 감정이 합쳐져 있는 것이다. 이전의 작곡자들에게 있어서 장조에서 단조로의 이동은 음악적인 준비와 해결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슈베르트는 장단음계의 사용으로 하여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음악을 창조한다. 그러기의 그의 음악은 슬픈듯하지만 기쁘고, 기쁜듯하나 어딘가 쓸쓸한 이런 묘한 감정들을 표현해 내고 있다.

그의 음악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는 늘 그리스 신화의 나오는 판도라의 상자가 생각난다, 슬픔, 절망, 아픔이 튀어나온 판도라의 상자 그러나 그것으로 슬퍼하는 우리들에게 숨겨놓은 희망도 보여준 그 상자 말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