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비보조·졸업 후 취업 고려 ‘알짜’ 찾아라
[A-·B+ 학생들 입시전략]
해를 거듭할수록 대학입시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아이비리그, 스탠포드, MIT 등 소위 명문대 합격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알짜배기 중의 알짜배기들만 이들 명문대학이 흡수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꼭 이들 대학을 들어갔다고 해서 인생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대학생활을 무사히 마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입학을 해서도 치열한 경쟁으로 말미암아 대학재학 중에 중퇴를 할 수도 있고 설혹 대학 문을 나선다고 해도 간신히 턱걸이 졸업에 그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따라서 각 고등학교에서 최고의 스펙을 보유한 학생들은 주로 아이비리그급 대학들의 입학문을 노크하지만 실력이 다소 처지는 학생들은 자신의 스펙에 맞는 현실적인 대입 전략을 짜서 실행에 옮길 필요가 있다. 최상위급 대학에 도전할 경우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은 A마이너스(A-) 또는 B플러스(B+) 학생들을 위한 입시전략을 살펴본다.
■ 시야를 넓힌다
미국 내 대학은 4,500개가 넘는다. ‘스펙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수도 없이 많다’는 얘기다. A- 및 B+ 학생들은 입학경쟁이 가장 치열한 상위 40위 안에 드는 대학에 안주하지 말고 40위 밖으로 시야를 더 넓힐 필요가 있다.
많은 공립대학들과 소규모 사립대학, 한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리버럴 아츠 칼리지 중 일부가 이에 해당된다. 이들 대학들은 합격률도 높고 재정보조가 필요한 학생들을 적극 지원하며 타주 출신 학생 유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펙이 아이비리그급 대학에 합격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학생들에게 무시하지 못할 액수의 장학금을 제시하는 공립대학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학자금에 대한 부담이 신경이 쓰인다면 과감하게 전액 장학금을 제시하는 타주의 공립대학도 검토해볼 만하다.
대체로 대학들은 지원자 가운데 로컬 학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많은 대학들은 신입생 출신지가 특정 지역에 쏠리지 않도록 입학사정 과정에서 신경을 쓰기 때문에 입시전략 차원에서 로컬 학생이 대거 몰리는 대학은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 아카데믹 스펙을 확실히 파악한다
최고 수준의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스펙은 당연히 차이가 난다. 고등학교 GPA, SAT I, SAT II(서브젝트 테스트), ACT 점수, 택한 AP 과목수와 AP 시험점수 등 숫자로 표시되는 객관적인 지표는 같을 수가 없다.
9학년 때는 성적표를 A로 채웠는데 AP 과목을 듣기 시작한 10학년 이후부터 높은 학업 수준을 감당하지 못해 성적이 떨어진 학생도 있을 것이고 어떤 이유에서든 그 반대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한 GPA는 우수한데 대입 학력고사 점수가 기대했던 것보다 신통치 않게 나와 마음고생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도전적인 AP나 아너스 과목을 거의 듣지 않았지만 성적은 우수한 학생 등 최상위급이라고 하기엔 스펙이 딸리는 학생은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어쨌든 대학마다 입학사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아카데믹 스펙이라고 말한다. 어떤 아카데믹 스펙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지원 대학 리스트가 결정된다. 올 가을 입시전쟁을 치를 11학년생들이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자신의 아카데믹 스펙을 냉철히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 완벽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경우에는 차선책으로 자신에게 맞는 대학을 한 단계 낮춰서 현실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 과외활동의 ‘질’을 평가한다.
명문대 입학 문을 통과하려면 아카데믹 스펙에다 ‘플러스 알파’를 추가해야 한다. 플러스 알파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과외활동이다.
남들이 다하는 운동 하나, 악기 하나 정도 하면서 특별한 성취욕 없이 고교시절을 보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한 가지 활동을 깊이 있게 하면서 해당 클럽 회장도 하고, 스테이트 또는 내셔널급 대회에 나가 큰 상을 받는 학생도 있다.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단 한 개의 활동을 하더라도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고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면 합격점은 따 놓은 당상이다. 아카데믹 스펙과 마찬가지로 입시를 앞둔 학생들은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과외활동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과외활동의 질은 대학 입시의 방향을 바꿔놓을 정도로 결정력이 크다는 점을 명심한다.
자신의 과외활동을 주관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 평가가 나온 후에는 이에 맞춰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선배의 경험담을 활용한다
올 가을학기 명문대 입시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했다. 거의 모든 최상위급 사립대들의 합격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최고의 스펙을 가진 학생들이 입학 문턱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현 11학년생들은 특정 스펙을 가진 학생들이 어떤 대학에 지원했다가 떨어졌고 어떤 대학에 붙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특히 자신이 A- 또는 B+ 학생이면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미 입시를 치른 선배들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 볼 것은 자신의 스펙을 무시한 채 명문대 일변도의 입시전략을 짜는 것보다는 현실감각을 잃지 않고 실력에 맞는 대학을 집중 공략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아이비리그에 ‘올인’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훗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합격 가능성이 높은 대학에 지원해 캠퍼스에 당당히 입성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란 뜻이다.
자신과 비슷한 스펙의 선배가 합격한 대학의 신입생 프로파일을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많은 대학들은 이번에 합격한 예비 신입생들의 평균 GPA, 대입 학력고사 점수, 출신지 등 기본 정보를 공개하기 때문에 이 정보를 바탕으로 지원할 경우 합격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어떤 대학의 신입생 평균 GPA는 3.50, SAT I 점수는 2,000점이라고 가정하면 GPA와 SAT 점수가 평균치보다 높은 학생은 수천명에 달하는 지원자 중 더욱 돋보이게 마련이다. 이를 십분 활용해 지원하면 합격할 가능성도, 필요한 만큼 재정보조를 받을 가능성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양으로 승부를 거는 것도 고려한다
여기저기 지원을 많이 해놓으면 합격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욕심 많은 12학년생들은 10개 이상의 대학에 입학원서를 제출한다. 거의 모든 사립대들이 채택하는 공통지원서(Common Application)로 인해 동시에 여러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갈수록 치열해지는 입시경쟁과 맞물려 수험생들의 평균 지원 대학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요 대학들은 한해 전보다 더 많은 입학원서를 접수하므로 자연스럽게 입학 경쟁률이 상승한다. 결국 원서를 많이 넣으면 넣을수록 합격할 확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복수의 대학으로부터 합격통보를 받으면 각 대학이 제안하는 다양한 액수의 재정보조 패키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도 갖게 된다. 따라서 경제적인 형편이 허용하는 대로 많은 학교에 지원하면 선택의 폭은 넓어진다. 즉 옵션이 많아질수록 학생과 가족에게는 유리하다.
■ 학벌보다는 실속을 택한다
사실 대학 입학 합격통지서가 발송되는 시즌에는 ‘누구 집 아이는 아이비 대학을 들어갔고 누구 집 자녀는 스탠포드 대학을 들어갔네’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그 집 자녀들이 부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요는 대학졸업 후를 보는 거시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대학을 졸업했는데 막상 취업도 시원찮고 진로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을 해보아라.
인생을 거시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약간 급이 떨어지는 학교라도 그 대학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경쟁이 치열한 유명 사립대에서 고전을 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수 있다. 그렇다고 아이비리그 학교와 그 아래 수준의 학교에 걸쳐 있을 때 무조건 안전하게 하향 지원을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학생 자신과 학부모가 여러 가지 상황을 잘 고려해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의 선택은 일생에 딱 한 번 하는 것이고 평생을 따라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흥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