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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사실의 차이

2015-03-23 (월) 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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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의 작품 중 오치콩이라는 농부의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길을 걷던 오치콩은 떨어진 끈을 발견하고 그것을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무엇인가 주머니에 담는 모습을 본 목격자의 신고로 그는 다른 사람이 잃어버린 지갑을 편취한 죄목으로 체포돼 시장 앞에 끌려가게 된다. 그는 자신이 주운 끈을 보여주면서 결백을 호소했지만 아무도 그를 믿으려 하지 않고 돌아오는 건 냉소와 비웃음뿐이었다.

다음날 문제의 지갑이 발견돼 오치콩은 혐의를 벗었지만 거짓 기소로 인해 받은 모욕감과 자존심의 상처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며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럴수록 마음의 상처는 더욱 깊어져 결국은 병에 걸리고 죽는 순간까지도 ‘끈끈’ 하면서 생을 마친다는 내용이다.

다음 날 혐의를 벗고 자유의 몸이 된 사람도 이 정도인데 부당하게 옥살이를 하거나 심지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당사자나 그 가족들의 억울함과 분노는 오죽하겠는가. “검사에게는 기소권이 있고 재판 결과 무죄를 받는다 해도 저 피고석에 앉은 놈은 어차피 만신창이 되는 거지” 검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중 부장 검사의 대사가 섬뜩하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내면적 의지인 진실과 객관적 현상인 사실이 존재한다. 오치콩이 끈을 주운 것은 진실이지만, 무언가 주워 주머니에 넣은 것을 본 목격자의 증언은 객관적 사실일 수밖에 없다. 객관적 사실이란 당사자의 진실과 상관없이 3자의 판단에 따라 정의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법원은 객관적 판단에 의한 선의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엄격한 증거제도를 채택하고 있지만 현실은 확실한 범죄자를 풀어주는 어이없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선한 사람과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소수의 나쁜 사람들에 의해 악용되고 있음이 엄연한 현실이다.

강자와 약자의 법적 정의는 없지만 부자는 가난한 사람보다 강자로 인식되고 종업원은 고용주보다 약자로 보는 것이 사회적 통념일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약자의 위치를 악용해 다른 사람이나 기업을 무차별 공격하는 사례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경영자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최근엔 근무 스케줄을 바꾸려면 최소 2주 전 통보해야 하는 법안이 캘리포니아주 의회에 발의됐다. 법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문제는 법안을 발의한 의원이 기업을 보는 시각이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마치 고용주는 종업원들을 착취만 하는 악당들이고 자신은 불쌍한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수호신이라 생각하는 느낌이다. 표로 죽고 사는 정치인에겐 사회의 건실한 균형보다는 다음 선거에 당선되는 게 우선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해선 안 될 현실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명분의 법들이 오히려 불순한 사람들을 양산한다는 사실이다. 몇 주 전 유명한 순두부 식당이 오버타임과 관련한 집단소송으로 300만달러를 배상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언론과 통화에서 우리는 노동법을 철저히 준수하며 사업을 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지만 결국 합의를 한 것이다.

소송 진행 중 아무런 잘못이 없는 당사자가 중간에 합의를 하는 것은 비용이나 심리적 피곤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법원 판단에 신뢰감이 낮은 것도 한몫을 한다. 나쁜 사람이야 어차피 잃을 게 없지만 선한 사람은 혹 엉뚱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샌디에고 법원은 임신한 종업원을 차별했다며 자동차 부품 소매점인 오토존에 1억7,000만달러라는 거금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도대체 천문학적 배상금의 판단의 근거가 무엇인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지만 법조계에선 이를 법리적 판단이라 설명한다. 법리적 판단이란 법 앞에는 진실보다 객관적 사실이 중요하다는 기술적 표현으로 이해하면 된다.

불순한 생각을 갖은 사람은 자신의 주장만 가지고도 기업을 괴롭힐 수 있지만 회사는 객관적 증거로 대응하지 않으면 백전백패를 면할 수 없다. 진실은 통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버리고 번거롭고 귀찮더라도 원칙을 지키며 꼼꼼하게 객관적 사실을 증명할 서류를 갖추는데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안타깝지만 진실과 사실이 구분되는 험난한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한 생존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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