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 야자수 늘어진 낭만의 아드리아 해변
크로아티아 스플리트는 아드리아해의 훈풍이 닿는 도시다. 대리석으로 치장된 산책로에는 야자수들이 어깨를 늘어뜨리고, 밤이면 노천 바에 이방인들이 흥청대는 낭만의 항구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구시가그라드 지역은 궁전을 중심으로 미로처럼 뻗어 있다.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은퇴 후 노년을 보내기 위해 아드리아의 햇살 가득한 땅에 AD 300년께 궁전을 지었다. 그리스의 대리석과 이집트의 스핑크스를 가져다가 꾸밀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신하와 하인들이 거주하던 궁전안 200여개 집터는 그 잔재가 남아 상점, 카페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황제가 행사를 열었던 안뜰은 석회암 기둥이 가지런하게 도열된 채 여행자들의 쉼터와 이정표가 됐다.
■ 해안절벽 산책로 최고 드라이브 코스
좁고 구불구불한 구시가를 조망하려면 황제의 묘였던 성 도미니우스 대성당에 오른다. 숨 가쁜 계단 꼭대기에 서면 구시가의 붉은 지붕과 아드리아해의 탁 트인 푸른 바다가 나란히 늘어선다. 궁전에 기대 사는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도 이곳에서는 구식 슬라이드처럼 느리게 움직인다.
그라드 지역 어느 곳으로 나서든 발걸음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 서문밖 거리는 궁전 골목과는 달리 현대식 예술작품들과 다양한 럭서리 샵들이 늘어서 있다. 치즈 빛으로 채색된 옛 거리와 도시의 미녀들이 활보하는 광장은 불과 5분 거리로 연결돼 있다.
동문은 재래시장과 연결되고 남문은 바다, 서문은 샤핑가와 이어진다. 북문을 나서면 녹음이 우거진 공원이다. 궁이 지어질 때만 해도 남쪽문과 담이 바다와 접한 요새같은 형국이었지만 성벽 밖을 매립한 뒤 바닷가 산책로가 조성됐다. 스플리트의 해변 산책로는 마르얀 언덕으로 이어진다.
구시가지 초입에는 새벽이면 대규모 장터가 들어선다. 지중해의 해산물과 채소·과일이 쏟아져 나온다. 소박한 물건들이 오가는 크로아티아의 장터 모습이 생생하다. ‘황금 문’으로 불리는 북문을 지나면 크로아티아 종교 지도자였던 그레고리우스닌의 동상을 만난다. 동상의 엄지발가락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풍문때문에 유독 엄지만 반질반질하다.
■ 전쟁의 생채기 간직한 구시가 골목들
푸른 바다를 드리운 발칸 반도의 휴양지는 긴 질곡의 세월을 겪었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탈리아의 지배를 받았으며 1차 대전 후에는 문화와 언어가 다른 민족과 유고슬라비아라는 이름으로 통합됐다. 90년대 5년 동안이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전쟁과 그 상흔은 도시에 자욱하게 쌓여 있다. 스플리트가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이런 생채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해변 노천 바들이 빼곡히 들어선 오바라 히르바트스코그 거리에는 자정이 넘도록 관광객들과 이곳 청춘들이 뒤엉켜 맥주를 마시거나 벤치에 앉아 항구와 바다를 바라보며 데이트를 즐긴다. 이곳 풍경은 파란 하늘, 창가의 흰 빨래, 파스텔 톤의 담이 어우러진 한낮의 구시가지 골목들과는 또 다른 단상이다.
스플리트는 항구, 기차역, 버스 터미널이 한 곳에 어우러져 있다. 헝가리에서 열차를 타고 스플리트에 닿는 여정은 이국적이며, 스플리트에서 두브로브니크로 이어지는 길도 해안절벽과 지중해풍의 낯선 마을을 만나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다.
※ 여행 메모
* 가는 길
항공보다는 육로 교통이 일반적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출발한 열차가 수도 자그레브를 거쳐 스플리트까지 운행된다. 독일·오스트리아에서 오는 장거리 버스도 스플리트에 도착한다. 이탈리아 안코나에서 페리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다. 스플리트는 다른 동유럽 국가와 달리 열차보다는 버스 교통이 발달한 편이다.
* 음식·숙소
이탈리아 음식이 많이 들어와 있어 피자, 파스타 식당을 흔하게 찾을 수 있다. 스플리트에서 숙소는 ‘sobe’라고 써 있는 구시가 인근의 민박집들이 묵을 만하다. 구시가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일수록 인기가 높고 방세가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