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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장로교, 동성결혼 공식인정

2015-03-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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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부터…산하 한인교회 충격

▶ 뉴욕일원 교단탈퇴 가속화 전망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교단인 ‘미국장로교(PCUSA)’가 올해 6월부터 동성결혼을 공식 인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뉴욕·뉴저지 등 미주 지역의 교단 소속 한인 교회들도 충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산하 171개 노회의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인 교단은 이중 절반이 넘는 86번째 노회가 동성결혼 인정을 찬성함에 따라 과반수이상 승인을 확정해 관련 개정안이 총회를 통과하게 됐다고 17일 발표했다.

교단은 지난해 7월 열린 제221회 총회에서 ‘남녀의 결합’으로 규례서에 정의됐던 기존의 결혼을 ‘두 사람 사이의 계약’이라는 확대된 개념으로 수정하는 개정안(14-F)을 채택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노회 찬반 투표를 진행해왔다. 16일까지 반대표를 던진 노회는 42곳에 불과해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과반수이상 찬성이 확정되면서 PCUSA는 올해 6월21일부터 동성결혼을 공식 인정하며 소속 목회자의 동성결혼 집례 및 소속 교회의 동성결혼 주최도 가능하고 소속 교인들의 동성결혼도 종교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단, 목회자가 동성결혼 집례를 요청받더라도 원치 않으면 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 동성결혼 반대 입장이 강했던 PCUSA 소속 한인 교회들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라면서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2012년 동일 개정안이 노회 투표에 부쳤다가 부결된 바 있기 때문이다.

PCUSA 동부한인노회 노회장인 김진호 목사(예수마을장로교회)는 “유감스럽다. 신앙적으로는 분명 반대지만 빛으로 어둠을 몰아내라며 하나님이 주신 우리를 향한 ‘도전’으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한인교회 2015년도 주소록을 기준으로 뉴욕 주내 한인교회 420곳 가운데 PCUSA 소속은 29개로 6.9%, 뉴저지는 261개교 가운데 27개로 10.3% 비중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율이지만 이번 결과로 한인 교회들의 교단 탈퇴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이번 표결에 앞서 동성결혼 인정 논란을 계기로 뉴욕·뉴저지 일원 일부 한인 교회들이 교단에 이미 탈퇴 신청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저지한인교회협의회 회장 이병준 목사(뉴저지행복한교회)는 “사회의 보편적 흐름을 막기에는 이미 역부족이지만 그렇다고 따라가는 것도 옳지 않다. 부부관계와 가정의 파괴가 더욱 심해질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고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그렇다고 동성애자들을 내치는 것은 그리스도의 정신에서 벗어난다. 이들을 보듬고 치료하며 모두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뉴욕지구한인교회협의회 회장 이재덕 목사(뉴욕사랑의교회)도 “교단 소속 한인 회원교의 개별적인 수용 여부 결정은 교협이 간섭할 부분이 아니기에 어떤 결정을 내리든 존중한다. 다만 이로 인한 교회간 또는 교인간 갈등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PCUSA는 동성결혼 허용뿐만 아니라 ‘목회자와 장로 및 집사 등 모든 재직자의 정절과 순결조항(G-6.0106)’을 삭제하는 개정안 통과로도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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