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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네티컷/ 칼럼:성품(性品)이 문제다

2015-02-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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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헌 (맨체스터 대학 철학교수)


16일은 대통령의 날 공휴일이었다. 양키즈 클래식이라는 야구경기를 보면서, 운동경기에서도 역시 사람의 성품이 중요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데릭 지터라는 두 슈퍼스타의 선수 경력을 살펴보면 그런 느낌은 더욱 절실해 진다. 두 선수의 천재적 소질이나 야구에서 성취한 기록을 보면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그러나 누가 “야구의 명예전당”에 들어갈지를 묻는다면 우리는 아주 다른 의견을 듣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데릭 지터는 당연히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알렉스 로드리게스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사실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바로 성품이 문제라는 것이다. 데릭 지터는 2003년 양키즈 야구단의 최연소 주장(captain)으로 임명되어 2014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때까지 팀의 리더요 기둥으로 활약했다. 양키즈 팬은 물론이요 가장 치열한 경쟁자였던 보스턴 레드삭스의 선수들이나 팬으로부터도 존경을 받았다. 왜 그런가? 그의 성품 때문이었다. “진실하다, 겸손하다, 노력한다, 모범을 보인다, 사귀기가 쉽다”등이 그의 성품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에 반해 로드리게스는 건방지고 생활모습이 아름답지 않다고 말한다.

영어로 캐릭터(Character)라는 단어는 우리말의 성품 혹은 품성과 같거나 아주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다. 원래 그리스와 라틴어에서 온 단어라 한다.‘ 새겨 넣다,’ 혹은 인각(印刻)한다는 뜻인데, 도덕이나 윤리의 맥락에서는 교육과 훈련과 훈육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성숙해지는 사람들의 인격을 뜻한다.

도덕과 윤리는 사람이 사는 바른 도리를 가르치기도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라고 판단하는 것 또한 도덕과 윤리의 중요한 기능이다. 대체로 사람들의 행동과 그 결과, 그리고 행동의 동기와 행동한 사람의 성품이 바로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 사람이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쳤다고 하자. 남의 것을 훔치는 행동과 그 행동이 가져온 결과, 그리고 그 훔친 동기는 물론이요, 과연 이 사람이 어떤 성품을 가진 사람이기에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말 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건전하고 건강한 시민을 길러내는 것을 국가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했다. 국가의 운명이나 흥망성쇠가 건전한 시민의 책임감에 달려있다는 날카로운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신이 굳어지기 전 어린 아이들의 지성을 엄격하고 단호하게 교육하고 그들의 정신을 훈육하며 육체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듣던 지덕체 (智德體)라는 말이 바로 그리스인들의 전통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고대 그리스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훈육 (Discipline)이었다. 철저하게 어린이와 청년들을 훈육하여 정직한 성품을 가진 시민으로 기르는 것, 즉 덕 (德, Virtue)을 갖춘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었다. 자신을 절제하는 능력, 책임과 의무에 대한 철저한 인식, 이웃과 더불어 살고 나누는 공동체 의식, 동료들을 존중하고 윗사람을 공경하는 예절, 위험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용감한 성품을 갖춘 시민을 기르는 것이 교육의 가장 높은 이상이요 또 목표였다. 그 결과가 서양문명의 기초를 이룬 찬란한 고대 그리스 문명이었다.

지난달 BBC뉴스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듣고 본 10대 뉴스에 소위 “땅콩 회항” 사건으로 알려진 대한항공 조 부회장의 뉴스가 5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부끄러운 일이다. 결국은 성품의 문제이다. 한국 교육의 가장 중요한 이상과 목표는 과연 무엇인가? 경쟁력 있는 일꾼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야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른 성품을 갖춘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요, 바로 그 것이 한국 교육의 가장 높은 이상과 목표가 되어야 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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