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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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 뉴욕장로교회 러브미션 임수영 지도교사

2015-02-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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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소리 대신 몸짓으로 찬양, 그 자체가 감동이죠”

▶ 남편 질환으로 장애우들과 인연, 마음 나누기 위해 바디워십 배워

바디워십은 우리 몸의 아름다운 선율을 통해 몸짓으로 하는 찬양이다. 몸으로 드리는 기도이자 신앙고백이다. 찬양율동은 그 자체가 메시지이며 불신자들의 마음속까지 파고드는 놀라운 힘이 있다. 목소리로 찬양할 수 없는 장애우하고 몸짓으로 대화하고 찬양하는 이가 있다. 그는 뉴욕장로교회 러브미션에서 몸짓찬양 지도교사를 맡고 있는 임수영(42) 집사다.

■장애우하고의 인연
임수영(42) 집사가 장애우하고 첫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남편 때문이다. 지난 2010년께 남편에게 원인모를 병이 찾아왔다. 병 치료로 10년 동안 다니던 교회도 그만두었다. 그는 남편이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을 오갈 때 화가 나고 짜증을 부렸다. 멀쩡한 남편이 병명도 모른 채 환자로 됐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가 면역질환’ 진단이 나왔다.

“생명을 위협하는 병. 꼽추의 장애가 생길 수 있는 질환”이었다. 그 때부터 그는 남편을 위해 기도에 매달렸다. 살 수만 있다면 장애인도 상관없다는 심정이었다. 예전에는 관심 밖이었던 장애인들의 삶을 생각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서 가까운 교회로 새벽 기도를 하기 위해 찾은 곳이 뉴욕장로교회. 그 곳에서 장애인 친구들을 만났다. 그 때부터 그는 그들과 함께 하는 삶이 바로 하나님이 준 사명임을 깨닫게 됐다고. 그렇게 장애우하고의 인연을 맺고 어느 덧 4년 정도의 세월이 지났다. 그동안 그들과 몸짓으로 대화하고 찬양하며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가꿔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남편이 생사기로에 놓였던 극적인 체험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장애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후 장애우하고 대화하고 찬양하다 보니 남편의 건강도 좋아지는 것을 보면서, 바로 이것이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사명이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기쁘게 살고 있다”고 말한다.

■몸짓찬양으로 마음을 열고
그는 장애 친구들하고 함께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말도 못하고 표현도 잘 못하는 아이들하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기 위해 바디워십(몸짓찬양)을 배우기로 했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혼자 배우려니 처음에는 만만치 않았다. 4분 정도의 찬양 1곡을 하루 종일 반복하며 보았다.

침실, 거실,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짬날 때면 동영상을 보면서 몸동작을 배웠다. 따라하면서 익히고, 어려운 동작은 쉽게 응용도 해 보았다. 그렇게 배운 몸짓찬양을 장애우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가르칠 때는 그들이 잘 따라할 수 있도록 쉽고, 편안한 동작을 위해 1-2개월 동안 하루 100번 이상의 동영상을 보면서 몸동작을 새로 만든다.

그렇게 잘 따라할 수 있도록 응용동작을 만들어도 그들이 따라 하기는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몸짓찬양을 배우고부터는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마음을 활짝 열었다. 하고픈 표현도 몸짓으로 나타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들이 남들 앞에서 공연하며 동작이 틀려도 행복해하는 모습과 몸짓 그 자체가 감동이라고 귀띔한다.

그는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몸짓찬양을 가르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배우고 나서 목소리로 찬양할 수 없는 그들이 몸짓찬양을 같이하며 하나님께 마음과 정성을 다해 감사와 찬양을 드리는 모습을 볼 때는 너무나 뿌듯하고 감동적”이라고 말한다.

■바디워십 축제 정상에 오르다


그는 주일 예배를 몸짓 찬양으로 시작한다. 밝은 표정으로 리듬과 박자에 맞추어 다양함 몸동작으로 경배와 찬양을 드린다. 모든 것을 다 바치는 마음으로 온몸찬양을 하는 것이다.

그가 가르치는 장애우들의 지적능력은 대충 5-8세. 교육이 쉽게 될 리가 없다. 한말 또 해야 하고 그렇게 똑같은 말은 수차례 반복해야 한다. 배운 동작도 쉽게 잊어버린다. 연습 중에는 딴청피우거나 도망가기 일쑤다. 처음에는 짜증도 나고 장애 사역하는 선생님들이 2-3년만 그만두는 이유도 알게 됐다.

그렇지만 그는 그만 두지 않고 버텨나갔다. 그들과 몸짓으로 대화하고 찬양하다 보니 그들의 마음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단지 지적 능력이 떨어질 뿐이지 정상인과 같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가까워 질 수 있었다. 그 후부터 그들에게 더욱 정성껏 몸짓찬양을 가르치고 있다. 그들이 공연에 나가려면 최소 6개월에서 1년을 배워야 하기에 꾸준히 반복적으로 몸동작을 알려준다.

어려운 동작을 따라하는 친구도 있지만 제 멋대로 하는 친구들도 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공연할 때는 지도 선생의 동작을 잘 따라 하지만 전혀 엉뚱한 동작을 하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그는 동작을 잘 따라 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꼭 무대에 세운다. 연습하면서 찬양을 많이 듣고 공연할 때 그 찬양을 들으면서 전체 동작하고는 다르지만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으로 몸짓으로 표현하는 그 자체도 은혜고 감동적이기 때문이란다.

그런 마음으로 그들과 몸짓찬양을 하다 보니 보고 듣는 이들도 꾸밈보다는 가식 없는 자연스러움에 감동하고 있다고. 그는 장애인과 봉사자로 구성된 뉴욕장로교회 러브미션 팀으로 지난해 뉴욕청소년센터가 주최한 바디워십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다 표현 못해도’란 제목의 몸짓찬양으로 가장 많은 박수갈채를 받으며 영예로운 1위를 차지했다. 상금 1,000달러는 뉴욕밀알선교단 센터마련 기금으로 기부해 더욱 큰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매주 장애인, 봉사자들과 함께 몸짓찬양을 연습한 그는 1등 영예 수상 소감으로 “장애인과 봉사자들이 함께 어울려 몸짓으로 화음을 만들고 표정으로 찬양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배우며 은혜 받고
그는 몸짓 찬양을 홀로 터득하다보니 많은 시간을 배우는데 투자한다. 유-튜브 영상을 하루에도 수백 번 본다. 그 만큼 찬양도 많이 듣게 된다. 그렇게 주중에도 몸짓찬양을 배우며 신앙생활을 하다 보니 예전과 달리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도 겸손해지면서 은혜를 받고 있다고.

그가 교회를 처음 간 것은 중3 때 친구를 따라서다. 그 동안 신앙생활은 했지만 지금처럼 열심인 것은 남편의 질환으로 장애우들과 인연을 맺기 전까지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그런 그가 이제는 배우고 가르치며 몸짓 하나로 주님을 향한 마음을 드리고 있다.

그는 장애를 앓고 있는 친구들과 1년 동안 몸짓찬양 연습을 하고 매해 크리스마스 공연을 한다. 그 때마다 장애친구들이 연습하고 공연하면서 감동에 울고, 공연을 보던 교인들도 감동 받아 울면서 감사를 표할 때가 참으로 오랜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그렇게 가르칠 때는 힘이 들지만 장애 친구들이 본인들 스스로와 남들에게 몸짓찬양으로 감동을 줄 때가 기쁘다고. 무엇보다 공연을 보면서 장애우들에 대해 올바로 인식을 갖게 되고 그들에 대한 시선이 달라질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친구들을 가르칠 때보다 그들이 좀 더 편하고 쉽게 잘 따라할 수 있도록 영상을 보면 열심히 배울 때 더 많은 은혜를 입는다. 그런 장애사역의 사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더욱 열심히 살 것”이라고 거듭 다짐한다.

■봉사로 감사하는 삶
그는 몸짓찬양은 사랑을 갖고 있어야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마음자세가 우선돼야 하고, 믿음이 열려야 하며 그리고 은혜를 받아야 제대로 배울 수 있음을 강조한다. 특히 바디워십은 나의 표현을 세상 사람에게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인 만큼 보는 사람이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남편이 생사기로에 놓이기 전까지 예수의 향이 전혀 없는 신앙생활을 했지만 이제는 하나님 은혜 속에서 겸손하게 살고 싶다는 그는 남편에게도 한 발 양보하고 이해하며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고 자신과 굳은 약속을 한다.

장애 친구들에게 몸짓 찬양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검도를 가르치고 있는 건강해진 남편 임송섭(45)씨 사이에 조엘(8)과 이슬(5)양등 2 자녀를 두고 있다. 그는 “남편이 건강을 찾으면서 더욱 가정의 소중함을 알았다. 이제 남은 제2의 삶은 봉사로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겠다”고 말한다.<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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