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J 국민주택 포문… MB 보금자리 땐 해제 총량도 늘려
▶ 이번엔 공공출자마저 없애 개발이익 고스란히 민간에
수도권 가용택지 감소로 그린벨트가 택지 공급원으로 무분별하게 활용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조성된 서울 우면지구.
[기업형 민간임대 활성화, 이것이 문제다 <중> - 도시 허파서 가용택지로 전락한 그린벨트]
기업형 민간임대를 활성화 방안에 담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해 임대주택용지를 공급한다는 정부 방침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과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지정한 그린벨트를 가용택지가 필요할 때마다 동원하는 것이 관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활성화 방안에서는 그린벨트 개발시 공공기관 출자의무를 한시적으로 폐지하는 내용도 담겨 개발이익을 민간이 독점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사업자 육성 방안’은 기업형 민간임대 사업자에게 택지지원을 비롯해 기금지원과 세금면제 등 종합적인 지원책이 담겼다. 지원 가능한 택지로는 도심 내 공공부지, LH 보유 토지, 그린벨트 해제 등이 거론됐다. 이중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기업형 임대 공급촉진지구(이하 촉진지구)’를 지정하면 현재 해제 총량 내에서 임대주택을 지을 길을 열어준 것이 눈에 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은 전국적으로 233㎢, 수도권에만 97.8㎢에 달한다.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촉진지구 제안을 하면 총량 내에서 그린벨트 지역을 풀어주는 것이다. 특히 지구 지정을 할 때 공공기관이 지분의 3분의1 이상 의무적으로 출자하도록 하는 ‘출자의무 비율’을 오는 2017년까지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그린벨트에서 순수 민간사업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지구로 지정되면 사업 승인 소요 기간을 면적에 따라 최대 1년6개월까지 당겨주며 용적률을 법정 상한까지 일괄부여하기로 했다. 또한 용도지역이 주거지역이라도 임대주택을 제외한 용지는 판매·업무 등 복합건설을 허용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까지 부여했다.
일각에서는 그린벨트가 주택 공급이 필요할 때마다 어김없이 가용택지로 활용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 땅 필요할 때마다 등장하는 그린벨트 해제
주택사업에 그린벨트가 동원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김대중 정부의 국민주택지구에 이어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지구 역시 그린벨트가 주공급원 역할을 했다.
지난 2000년 정부는 대대적인 그린벨트 해제 작업에 나서면서 “그린벨트 해제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했지만 2008년 보금자리주택지구 조성을 명목으로 해제 가능 총량은 30%나 더 늘어났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환경평가를 한 후 훼손된 택지를 해제·이용하기로 한 김대중 정부 시기와는 달리 이명박 정부에서는 해제 총량부터 늘리고 지구를 선정한 다음에 환경평가를 했다”며 “필요할 경우 언제든 그린벨트를 풀어 쓸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 역시 “애초부터 가용택지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게 문제”라며 “도심의 무분별한 확장과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존재하는 그린벨트를 규제로만 여기고 풀어서 개발하려는 생각만 있다”고 꼬집었다.
■ 개발 이익 민간에게 돌아가는 것도 문제
특히 이번 방안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그마저 유지했던 공익성마저 후퇴했다는 점이다. 민간이 단독으로 개발사업을 할 수 있도록 것은 2000년 그린벨트 해제 지역 개발이 시작된 후 이번이 처음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그린벨트 추가 해제 추진 당시에도 공영개발이라는 원칙이 있었다. 지분의 절반 이상을 공공이 출자하도록 한 것. 이번 정부 들어 출자 비율을 줄이기는 했지만 3분의1 이상으로 유지됐다. 그러던 것이 이번 기업형 민간임대에서는 한시적이지만 아예 면제를 해주기에 이른 것.
서순탁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기업형 민간임대는 민간이 공공 목적을 위해 기여하는 면이 있지만 결국 주택은 민간 소유이니 개발 이익 향유 측면에서 정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의 실효성 자체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린벨트 해제 대상 지역은 대개 입지가 떨어지고 인프라가 부족해 수요가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 실제로 기존 보금자리주택도 서울 강남·서초 등 시범 및 일부 지구를 제외하고는 수요가 많지 않았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그린벨트 자체의 보존관리도 문제지만 주민들이 살기가 불편한 곳이라 사업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그러한 한계와 문제점은 촉진지구 지정으로 돌파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먼저 기존의 보금자리주택을 제대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