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주 세도나]
북부 애리조나는 신이 빚은 장관이 펼쳐져있는 세계적인 자연 관광지다. 붉은 핏빛의 콜로라도 강이 억겁의 세월 동안 흐르고 흘러 빚어낸 수많은 협곡과 계곡이 자리하며 그 중 지상 최고의 비경으로 알려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그랜드캐년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이처럼 비현실적 풍경과 처음 마주한 이들은 숨이 멎을 만큼의 벅찬 감동을 체험하게 된다.
반면 그랜드캐년 남쪽 2시간 거리의 세도나(Sedona)는 레드락 컨트리(Red Rock Country)라 불리는 구역에 속해 있는 소도시다. 푸른 하늘을 제외하고 바위도, 도시를 둘러싼 산도, 인간이 만든 건축물까지도 모든 것이 황토처럼 붉은 빛을 띠고 있어 일출과 일몰 무렵에는 바위가 마치 불타오르는 황홀한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매년 새해 해맞이 명소로도 유명하여 많은 이들이 즐겨 찾기도 한다.
지친 몸과 마음을 아무 말 없이 감싸주는 어머니 품속처럼 따스하고 편안한 세도나의 자연 풍경은 장대하고 웅장한 스케일의 그랜드캐년과는 전혀 달라서 사람들은 “신은 그랜드캐년을 만들었지만 정작 신이 사는 곳은 세도나” (God created the Grand Canyon, but he lives in Sedona)라고 말한다.
취재협조: 세도나 상공회의소(Sedona Chamber of Commerce)
주소: 331 Forest Road, Sedona, AZ 86336, 1-800-288-7336
웹사이트: www.visitsedona.com
▧ 레드락 컨트리
애리조나, 유타, 콜로라도, 뉴멕시코에 걸친 콜로라도 분지(Colorado Plateau)의 남쪽 끝자락에 해당하는 세도나 인근 지역을 레드락 컨트리라고 부른다. 이곳의 독특한 풍광은 철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진한 오렌지 빛의 사암층인 쉬네블리 힐 지층(Schnebly Hill Formation) 때문인데 약 2억7,000만년 전, 고생대 페름기(Permina) 무렵 형성되었다.
그랜드캐년에서 이어지는 비교적 단단한 지층인 흰색의 카이밥 라임스톤(Kaibab Limestone)이 붉은 사암층 위에 자리해서 더욱 강렬한 느낌이 든다.
레드락 컨트리는 세도나와 도심을 감싸고 있는 코코니노 국유림(Coconino National Forest) 구역을 모두 포함한 이름이며 인디언 유적에서부터 여름 피서지로 사랑받는 울창한 숲과 계곡, 등산로와 산악자전거코스, 4륜 차량 전용 비포장 시닉 루트 등 사계절 내내 북애리조나주 특유의 순수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명소다.
그리고 지층에 포함된 다량의 철성분과 지하에 매장된 광물질(크리스탈)로 인해 지구의 자기장인 볼텍스(vortex)를 가까이 느낄 수 있어 더욱 유명하다. 전 세계에 흩어진 강력한볼텍스가 흐르는 21곳 가운데 5곳이세도나에 밀집해 있다고 하며 양성볼텍스가 흐르는 벨록(Bell Rock)을포함, 에어포트 메사(Airport Mesa), 커시드럴 락(Catherdral Rock), 보인튼 캐년(Boynton Canyon) 등 3가지(양성·음성·중성) 형태의 볼텍스 표출지역이 존재한다.
▧ 세도나 오버뷰
북애리조나주 지명의 상당수는 미국 원주민과 연관되어 있는데 세도나란 도시 이름은 원주민이 아닌 우체국장 시네블리(Schnebly)의 아내 이름이다. 1901년 최초의 우체국장을 시네블리가 맡게 되었고 도시명을 우체국장 이름을 사용했으나 발음하기 어려워 이듬해인 1902년, 아내의 이름 ‘세도나’를 도시명으로 채택하였다.
오늘날 업타운 거리에 세도나 기념동상이 세워져 있다.
원래 세도나는 나바호(Navajo), 아파치(Apachi) 등 원주민 부족의 성지였으나 독립전쟁 이후 밀려드는 백인에게 땅을 내어주고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쫓겨나는 운명을 맞게 된다. 세도나에 정착한 백인들은 과수원과 농경지를 일구며 생활하였는데 이때까지 작은 시골마을에 지나지 않았으나 1950년대 빼어난 자연풍광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예술가, 영화배우, 자본가 등이 대거 정착 1990년대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어 고급 리조트, 명상센터, 샤핑몰 등을 갖춘 연간 400만명 이상이 찾는 관광도시가 세도나다.
세도나의 중심은 애리조나 국도 AZ-179, AZ-89A가 만나는 Y자형 삼거리로 이곳을 기점으로 북쪽은 업타운(Uptown), 서쪽은 거주지구, 남쪽은 오크 크릭 빌리지(Oak Creek Village)로 나뉜다. 방문객 대부분은 북쪽·남쪽상업시설 지구를 방문한다.
세도나는 여행정보 없이 무작정 방문할 경우 즐길 거리 대부분을 놓치게 되는데 예를 들어 볼텍스 포인트의 경우 안내표지가 없으며 간판의 경우에도 엄격한 시 당국의 통제를 받기에 눈에 띄지 않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방문자 센터에 들러 자료와 지도를 챙기거나 사전 자료수집이 꼭 필요한 여행지다.
가는 길을 살펴보면 피닉스에서 I-17 프리웨이 북쪽, AZ-179를 따라 9마일 더 북상하면 세도나 초입에 도착한다. 그랜드캐년 방면에서는 플래그스태프를 지나 I-17 남쪽, AZ-89A 분기점에서 남쪽으로 22마일 이동하면 닿을 수 있다. 피닉스와 그랜드캐년 사우스림의 중간 지점으로 자동차로 이동한다면 각각 2시간이 소요된다. LA에서는 편도 9시간 거리다.
■ 먹을거리와 즐길 거리
100여곳의 레스토랑과 카페가 성업 중이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대형 수퍼마켓도 도심 서쪽에 모여있어 관광지 치곤 편리하다. 최근 천안삼거리라 불리는 세도나의 유일한 한식당 마고 카페가 안타깝게도 문을 닫았다.
업타운과 남쪽 빌리지의 카페는 관광객 위주로 운영되므로 저렴하면서 현지 음식을 맛보려면 도심 서쪽이 좋다. 그 가운데 하트라인 카페(Heartline Cafe·www.heartlinecafe.com)는 인근 텃밭에서 수확한 유기농 채소와 달걀, 송어 등의 차별화된 식재료에 세도나의 건강한 기운을 담은 요리를 선보이며 근사한 야외 패디오도 갖춘 현지인 맛집이다.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미국 사우스웨스트(Southwest) 지역, 그 가운데 세도나의 독특한 색채와 자연풍경을 담은 회화·사진작품을 전시해 둔 무료 갤러리를 방문해 보는 것도 좋으며 미국 원주민 전통 수공예품에는 부족 특유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업타운을 중심으로 주말이면 다양한 문화행사가 준비되므로 주말에 맞춰 방문한다면 보다 활기찬 세도나를 만끽할 수 있겠다.
여행 일정 가운데 가장 추천하는 즐길 거리는 두 발로 걷는 ‘하이킹’이다. 세도나 인근에는 약 350여개의 트레일 코스가 조성되어 있고 산악자전거 코스도 상당하다. 그 가운데 약 10여곳의 트레일(Bell Rock, Cathedral, Boynton, Huckaby, Brins Mesa, Doe Mesa, West Fork, Devil’s Bridge 등)이 누구나 다녀올 수 있는 완만한 코스다. 소요시간은 1~4시간 사이이며 산행 때 레드락 패스(Red Rock Pass·5달러)를 구입, 차에 비치해 두어야 한다.
AZ-179번 선상, 도심 남쪽의 벨락루프 트레일(Bell Rock & Courthouse Loop Trail)의 경우 한바퀴 돌아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으로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도로에서 보는 풍경과 전혀 다른 세도나의 비경을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트랙션의 경우 험로에 적합하도록 개조한 4×4 지프나 군용 트럭 험머를 이용한 오지 투어, 세도나 공항에서 출발하는 헬리콥터와 쌍엽 비행기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시닉 투어, 호젓한 계곡을 돌아보는 승마나 열기구 등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그 가운데 반나절 코스의 4×4 지프 투어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으며 프로그램으로는 미국 원주민의 암각화, 푸에블로(고대) 인디언 주거지 방문, 시닉 투어 등이 인기다.
scurtis@sedonachamber.com
<글·사진 정철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