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반도에서 바라본 홍콩의 야경.
홍콩여행은 100년 넘게 홍콩섬에 흔적을 남긴 트램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창이 열리는 2층 트램에 앉아 거리를 내려다보면 덜컹거리듯 요지경같은 삶들이 가슴으로 밀려든다.
■ 트램의 향취 묻어나는 요지경 도시
여행자들은 센트럴의 란콰이펑이나 소호를 기웃거리며 이국적인 풍경을 받아들일 워밍업을 한다. 편안한 노천바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는 란콰이펑은 흡사 서울의 홍대앞을 닮았다.
낮에는 한산한 식당가이지만 해가 저물면 온갖 클럽들이 불을 밝히며 이방인들을 유혹한다. 좀 더 격조높은 레스토랑들은 란콰이펑에서 두블록 건너 소호지역에 밀집해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요리 등 홍콩 최고의 고급 식당들로 거리는 고급스럽게 장악됐다.
■ ‘첨밀밀’서 여명·장만옥 지나친 길
센트럴역에서 성완역까지는 메트로로 단 한 정거장. 성완지역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낡은 건물 사이에 손때 묻은 골동품 상점이 가득한 풍경이다.
성완은 1841년 영국군이 홍콩에 주둔한 이래 상업지구로 성장한 곳이다. 20세기 중반 홍콩 곳곳에서 재개발 붐이 일었을때도 옛 모습을 간직한 채 남겨졌다. 최근에는 무역 및 금융업무는 죄다 센트럴이나 구룡반도의 침샤추이로 옮겨진 상태다.
성완지구의 골동품 거리 이름은 할리우드 로드, 캣 스트리트로 오히려 이국적인 향기가 강하다. 하지만 거래되는 물건만큼은 고색창연하다. 도자기, 불상, 옥 장식품들이 거리에 빼곡하게 도열해 있다.
센트럴로 이어지는 세계에서 가장길다는 에스컬레이터와 할리우드 로드가 만나는 길은 영화 ‘첨밀밀’에서 돈을 벌기 위해 중국을 벗어났던 여명과 장만옥이 지나치던 바로 그 골목이다.
홍콩섬을 배회하던 이방인들은 한번쯤 코즈웨이베이에 집결한다. 코즈웨이 베이는 서울 명동에 비견되는 홍콩 제일의 번화가다.
365일 인파가 끊이지 않고 밤 10시 넘어서까지 상점들은 불을 밝힌다. 성완지구의 골동품 상가가 해만 저물면 문을 닫는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메인로드인 헤네시 로드 주변은 백화점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코즈웨이 중심가에서 살짝 벗어나 위치한 빅토리아 공원은 도시인의 숨통을 트듯 바다를 향해 들어서 있다.
빅토리아 공원은 홍콩 최대의 꽃시장이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 명품거리와 야시장에 깃든 두 모습
바다 건너 구룡반도 침샤추이역 인근은 홍콩의 과거와 현재가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나단 로드에 나서면 70년대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낡은 아파트와 해변 산책로, 명품의 거리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다. 전세계 명품숍들이 총집결한 캔톤 로드는 ‘여성을 위한 거리’로 사랑 받는 골목이다. 해변가 워터프런트 프롬나드는 연인의 길로 불리며 홍콩 젊은이들의 아지트로 자리매김했다.
침샤추이에서 북쪽 야우마테로 향하면 완연한 홍콩의 옛 모습이 펼쳐진다.
재래시장 등 서민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중 템플 거리는 야시장으로 명성 높다. 낮에 한적했던 거리는 어둠이 깔려야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곳 노천에서는 경극 공연이 펼쳐지며 점쟁이들의 천막도 줄지어 도열한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생년월일만 알려주면 외국인들도 운세를 점칠수 있다.
홍콩의 밤이 이슥해지면 야경을 즐기기 좋은 구룡반도 남단의 홍콩문화센터나 센트럴의 빅토리아 피크로 발길을 옮긴다. 홍콩은 밤이 탐스럽다. 홍콩 전역에 180m를 넘는 초고층 빌딩이 120여개.
해변에 늘어선 마천루 사이로 빅토리아 항 주변에서 화려한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구룡반도의 해변 산책로에는 홍콩 스타들의 손바닥 동판이 전시된 스타의 거리가 조성돼 있어 분위기를 돋운다.
홍콩의 거리는 신구가 교차하는 골목들이 곳곳에 담겨 있어 더욱 반갑다. 메트로 1일 티켓 한 장과 들뜬 심장, 튼튼한 다리만 있다면 긴 추억속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글ㆍ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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