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가 최근 펴낸 ‘오자와 세이지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는 음악 애호가라면 반드시 읽고 싶은 책이다.
하루키의 소설에는 재즈에서부터 클래식까지 다양한 음악이 등장한다. 단단한 문장가인 하루키는 음악을 들으며 리듬을 느끼고, 그 리듬에 따라 단어를 배열하고 문장을 구축한다고 말한다.
“글 쓰는 법을 어디서 배웠느냐 하면 음악에서 배웠거든요. 거기서 뭐가 제일 중요하냐 하면 리듬이죠…. 글의 리듬이란 단어의 조합, 문장의 조합, 문단의 조합, 딱딱함과 부드러움, 무거움과 가벼움의 조합, 균형과 불균형의 조합, 톤의 조합에 의해 리듬이 생겨납니다”
10대 때부터 꾸준히 클래식 음악을 접한 하루키와 일본 출신 세계적 지휘자인 오자와 세이지가 나누는 음악 이야기는 넓은 바다처럼 풍요롭다. 레코드판을 들으며 나누는 이들의 자연스러운 대화는 2010~2011년 도쿄, 하와이, 스위스 등에서 이뤄졌다.
1950년대 당대 최고의 지휘자로 손꼽혔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이제 막 데뷔한 햇병아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한판 승부, 뉴욕필의 부지휘자였던 오자와가 말하는 카라얀과 레너드 번스타인의 이야기, 사후 완전히 무시되었다가 1960년대 이후 인기를 끌기 시작한 구스타프 말러의 악보에서 느낀 충격… 책은 베토벤, 브람스, 말러 등의 명곡에 대한 두 사람의 감상을 비롯해 ‘토스카’를 연주하다 밀라노 청중들에게 야유를 받았던 오자와의 일화 같은 이야기들을 상세하게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