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는 다른 통증, 의심스런 소화기 문제들, 설명하기 어려운 증상들이 나타날 때 환자들은 의사가 정확한 결론을 내려주길 희망한다. 하지만 최신 의료 기술이 발달했어도, 여전히 진단하기 까다로운 질환들이 있다. 최근 건강 잡지 ‘헬스’ 최근호에서는 의사들도 놓치기 쉬운 5 가지 질환들을 다뤘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 과민성 대장 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IBS)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궤양이나 염증 등 특정 질환이 없는데도 음식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복통과 개스가 차거나 속이 더부룩한 느낌, 복부 팽만감, 설사나 변비 등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만성 대장 장애다.
미국 내 성인의 약 10~15%가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는 있지만, 5~7%만 진단받고 있다.
속이 더부룩하고 개스가 차거나 복부 통증, 설사 또는 변비 등 증상들은 다른 염증성 장 질환, 셀리악 병(Celiac disease), 대장암 등과도 연관된 증상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성 문제들인 월경 전 증후군(PMS), 자궁내막증과도 혼동될 수도 있다.
특히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정확히 진단하는 기준이 되는 검사는 없다. 하지만 의심스런 증상들이 적어도 6개월간 지속됐거나, 혹은 불편한 증상들이 지난 3개월 동안 한 달에 적어도 3일 이상 지속됐던 경우, 다른 가능성 질환들을 배제하고 나서 진단된다.
다른 질환 가능성 여부를 위해 혈액 검사, 대변 검사, 내시경 검사나 X선 검사 등 을 통해 증상의 원인이 되는 다른 감염 질환이나 기질적 질환이 없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진단받게 되면 현명한 식습관이야말로 최선의 방어책이 된다. 유제품, 카페인, 인공 감미료, 콩류 등은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자제한다. 의사에게 오버-더-카운터로 구입할 수 있는 이모디움(Imodium) 같은 설사 조절약이나, 혹은 처방전으로 구입하는 린제스(Linzess) 같은 변비 증상 완화를 돕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 치료제 등에 대해 문의한다.
매일 프로바이오틱스 보조제를 먹는 것도 통증 증상 완화에 도움될 수 있다.
■ 섬유근육통(Fibromyalgia)
만성적인 전신의 근골격계 통증이 주로 나타나는데, 의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증상들이 포함된다. 종종 관절과 근육에 영향을 주며, 보통 만성 피로 또는 수면 장애 같은 문제들이 동반된다. 미국 내 약 500만명의 성인이 섬유근육통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섬유근육통은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우울증, 관절염 등으로 오인될 수도 있다.
예일 대학 유진 샤피로 박사는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환자가 류머티스 전문의에게 찾아갔을 때는 섬유근육통으로 진단받았지만, 위장 전문의에게 갔을 때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진단 받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섬유근육통도 다른 가능성 있는 질병들을 배제하면서 환자의 만성적인 통증과 피로의 근본 원인을 결국 찾아내지 못하면 최종적으로 진단이 내려진다.
의사는 전신의 광범위한 통증이 3개월 이상 됐는지, 피로 및 감각 이상 등에 대해 진찰한다. 또 다른 질환 여부를 위해 혈액 검사 등을 한다.
섬유근육통은 진단이 어려운 질환이지만, 섬유근육통 통증 완화를 위해 승인된 약은 리리카(Lyrica), 심발타(Cymbalta), 사벨라(Savella) 등이 사용되고 있다.
또 숙면을 취하고, 저 강도의 운동을 꾸준히 하는 등이 피로를 줄이며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된다.
■ 루푸스(Lupus)
면역계 이상으로 인한 염증성 질환으로 자가면역질환이다. 미국에서는 150 만 명 이상이 앓고 있다. 루푸스만의 분명한 증상이 없어 ‘천의 얼굴’로 불리는데, 발병 양상이 독감, 관절염, 스트레스 등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뺨에 나비 모양 발진이 나타나지만,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고, 모든 환자에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발진이 없는 환자는 사실 진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루푸스는 관절, 신장, 뇌, 피부, 폐 등에 발열, 관절통과 붓기, 신부전, 우울증이나 정신병, 탈모, 신경적 증상, 두통, 염증 등 여러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 다른 질환의 증상과 비슷한 구석이 있어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의사는 가족력을 조사해 유전적 소인이 있는지를 검사하며, 미 류마티스 학회 기준의 11가지 중 4가지 이상이 나타날 때 루푸스로 진단하다.
11가지 기준은▲뺨의 발진, ▲원판상 발진, ▲광과민성, ▲구강 궤양, ▲관절염, ▲장막염, ▲신장질환, ▲신경계 질환, ▲혈액학적 질환(백혈구 수치 감소), ▲면역학적 질환, ▲항핵항체 검사결과 양성반응 등이 있다.
또 혈액 및 소변검사와 신장 기능 검사, 간 기능 검사 등 신체 검사 등을 통해 진단이 내려지며, 치료는 완치가 어렵지만 생존율이 높은 편이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가 달라질 수 있다.
환자마다 증상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 대개 비스테로이드성 항 염증제가 오버-더-카운터 용 및 의사 처방전으로 통증과 관절 붓기 등을 줄이기 위해 처방된다. 또한 염증때문에 코르티코 스테로이드가 처방되기도 한다.
■ 라임병(Lyme Disease)
흔한 질환은 아니다. 라임 병균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려 나타나는 세균성 질환.
진드기에 물린 부위에 숨길 수 없는 과녁같이 생긴 발진이 생기고, 감기에 걸린 것처럼 열이 나고, 두통과 근육통, 오한, 피로감 등이 생긴다. 관절이 붓고, 일시적으로 마비가 오기도 한다. 심지어 심장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원인은 진드기가 옮기는 박테리아인 보렐리아 버그도페리(Borrelia burgdorferi)균.
미국에서는 매년 약 3만건이 전국적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실제 수치의 일부만이 보고됐을 수 있다. 특징적인 홍반 발진이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핵 세포증, 섬유근육통, 만성 피로 증후군, 관절염, 우울증, 독감 등으로 오진되기도 한다.
또한 감각이 없거나 시야가 흐린 증상 같은 신경학적인 증상은 뇌수막염으로 잘못 진단될 수도 있다.
라임병이 의심되면 효소 면역 측정법, 엘라이사(ELIS, 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을 의사에게 요구해 라임병에 대한 항체 여부를 검사해본다. 진드기에 물린 후 4~6주가 지나 검사해도 오진될 확률은 5~7%.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확진을 위해 웨스턴 블럿(Western Blot) 검사를 후속으로 하게 된다.
이상적인 치료법은 라임병 초기에 10~21일간 항생체 처방을 받는 것이다. 항생제로는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 아목시실린(amoxicillin), 세프록심(cefuroxime) 등이 있다.
근골격계 통증이나 신경게 증상 등 후유증이 남는 경우는 10~20% 정도로 대부분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낫는다.
만약 진드기에 물리면 즉시 진드기를 제거하고 바로 의사를 찾아가 보는 것이 좋다.
■ 자궁내막증(endometriosis)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이 아닌 다른 조직에서 증식하는 것이다.
자궁내막증에 걸린 여성은 심한 골반통, 복통과 경련, 월경 과다 등 증상을 호소한다. 미국 내 5백만명의 여성이 앓고 있으며 난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통증과 과다 출혈 증상 때문에 유섬유종(Fibroids), 난소 낭종, 자궁암,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으로 잘못 오진되기도 하며, 일반적인 월경통으로 진단되기도 한다.
골반 검사, 초음파 검사 등을 할 수 있지만, 복부에 최소 절개로 카메라를 넣어 검사하는 진단적 복강경 검사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증상이 가벼운 케이스는 오버-더-카운터 진통제를 복용하며, 피임약으로 생리 주기를 조절하게 된다. 하지만 약이 전혀 효과가 없다면, 복강경 수술로 유착 부위를 제거하게 된다.
<정이온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