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지구는 시속 1,660km로 자전하면서 초속 30km의 엄청난 속도로 하루에 1도씩 태양을 중심으로 동에서 서쪽 방향으로 공전한다.
이렇게 빠른 속도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것은 관성의 법칙으로 사람과 공기가 함께 공전과 자전을 하기 때문이다. 지구가 한 바퀴 자전하는 시간이 짧을 때는 23시간56분 길 때는 24시간30초가 소요되므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하루 24시간은 지구가 한 번 자전하는 시간이 아니다.
태양이 자오선을 지나 다음 날 다시 자오선에 도달하는 시간, 즉 태양의 남중을 기준으로 하루의 길이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구가 자전하면서 타원궤도로 공전하기 때문에 이 시간 간격이 매일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이다.
매일 하루의 기준을 다르게 사용하면 우리는 날마다 시간을 다시 맞추는 불편과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불편을 없애기 위해 일 년 동안의 남중과 남중 간격을 평균한 값인 평균 태양일을 구해 24등분하여 하루를 24시간으로 정하고 1시간을 나누어 60분, 1분을 다시 60초로 나누어 사용하고 있다.
시간의 기본 단위인 1초는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평균 ‘태양일의 86,400분의 1’로 정해졌으며 하루를 24시간으로 정한 것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고려한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과 공전의 불규칙한 변동으로 발생하는 오차를 보정해 오다 지금은 세슘 원자시계를 채택하여 국제 표준시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시간이 상당히 복잡한 과학적 개념으로 정립됐음을 알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이 시간의 개념을 벗어나지 못한다. 물질은 시간의 법칙아래 탄생과 성장 퇴화와 소멸을 반복하면서 어쩔 수 없이 변화해 가며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한정 이상으로 늘릴 수 없는 시간의 잔고를 가지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시간과의 분리는 불가하며 이는 곧 죽음을 의미한다. 이 법칙과 개념은 무한한 시간이 흐르고 억겹의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것은 자명한 진리다. 그러나 주어진 한정된 시간의 의미를 우리가 얼마나 깨닫고 사는지 질문을 받는다면 과연 몇 사람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구축된 부모와 형제 간의 생물학적 관계와 살아가면서 맺게 되는 친구와 동료 그리고 고객들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지낸다. 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 간 혈연으로 맺어진 특수한 관계라 할지라도 그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사회적 관계인 친구나 동료보다 멀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 부부가 되면 자신을 낳아 주고 길러준 부모보다 우선하는 것도 부부의 관계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듯 관계를 살리고 발전적으로 이끄는 것은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의미는 죽어 있는 관계를 살리고 일반적 관계를 특별한 사이로 전환시키는 생명이며 힘이다. 따라서 사람에게 미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무심히 보낸다면 자기 성찰도 어렵고 발전은 더 더욱 불가능하다.
사회가 산업화 되는 과정에 시간의 개념을 금전으로 정의하기 시작하면서 부의 크기는 성공의 척도가 됐으며 경제력은 곧 행복의 등식이 된지 오래다. 그러나 무턱대고 돈을 쫒는 사람은 결코 큰 부를 이루지 못한다. 시간이 내게 주어진 의미를 새기면서 사람과 관계를 지속해 나갈 때 성공의 영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빡빡한 일정으로 시간에 쫒기며 분기마다 실적을 집계해 보고하는 CEO의 한 해는 그야말로 4개월처럼 짧게 느껴진다.
매년 연말이면 내년엔 기필코 휴가를 떠나리라 다짐을 하지만 막상 다음해 실적 걱정에 마음 이 무거워지는 시기다. 이럴 때 조용히 눈을 감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뜻을 새겨보고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하며 열심히 수고해 준 동료들 한 사람씩을 떠올려 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이틀 후면 우리의 지구는 긴 여정을 마치고 출발했던 자리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변함없이 또 반복해 돌겠지만 지나버린 우리의 소중한 시간은 시작했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한다. ‘시간의 본질은 생명이다’ 각각에 주어진 생명의 시간을 기꺼이 내주며 인연을 맺어준 동료들과 고객들 그리고 친구 독자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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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