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대표 발레리나 꿈꿔요”
▶ 뉴욕시 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아시안 최초 마리역
“제가 좋아하고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덕분에 올 겨울 세상에서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어요.”
뉴욕시의 명문 사립 호래스맨 스쿨 5학년에 재학 중이며 최고의 발레 꿈나무 양성기관 ‘아메리칸 발렛 스쿨’(School of American Ballet) 소속의 임수정(미국명 에이버리·사진)양은 지난 11월28일 개막한 ‘뉴욕시 발레단’(New York City Ballet)의 2014~15 ‘호두까기 인형’(The Nutcracker) 공연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주인공 마리 역을 맡으며 불과 10세의 나이로 일약 스타 발레리나로 우뚝 섰다.
미전역에서 최정상으로 손꼽히는 뉴욕시 발레단이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공연하는 ‘호두까기 인형’은 발레단 설립자이자 세계적인 안무가였던 ‘조지 발란신’이 1954년 2월 첫 막을 올린 뒤 매년 10만 명 이상이 관람하는 연말 최고인기의 공연이다.
특히 올해는 공연 60주년을 맞아 약 200여명의 무용수들과 뮤지션이 투입된 초대형극으로 진행된 가운데 임양은 수천 명의 관객들 앞에서 호두까기 인형과 사랑에 빠진 어린 마리의 역할을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완벽한 몸짓으로 표현해 극장을 가득 메운 2,500여 관객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한인으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수석 발레리나이며 독일 무형 문화재로 등재된 강수진 한국 국립발레단장 역시 임양의 공연 소식을 전해들은 뒤 자랑스러움을 표시하며 "국적을 넘어선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가 되길 기대한다"는 격려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임양은 "막상 수천 명의 관객들이 지켜보는 무대 한 가운데 올라섰을 때는 숨이 막힐 듯 떨리고 무섭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연습처럼만 하자는 생각으로 서서히 집중하니 어느새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그 순간이 무척 행복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고 개막공연 당시의 기억을 여전히 상기된 목소리로 전했다.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많고 춤추기를 좋아했던 임양은 부모를 졸라 3세 때부터 발레교습을 받기 시작했다. 표현력과 이해력이 남달랐던 임양은 7세가 되던 해 매년 수백 명의 어린 꿈나무들이 오디션을 보는 ‘아메리칸 발렛 스쿨’에 당당히 발탁됐다.
발레 영재들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였던 임양은 발렛 스쿨 연습 1년 만에 ‘호두까기인형’의 배역을 따낸 뒤 지난해 ‘버니’역을 거쳐 올해 당당히 주연까지 맡게 됐다.
발레 뿐 아니라 뛰어난 음악적 재능도 보이고 있다. 춤을 추며 자연스럽게 익힌 음악적 감각이 탁월한 피아노 연주 실력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책읽기와 글쓰기도 즐겨 장차 극작가가 돼 자신이 직접 쓴 작품으로 공연을 하고픈 욕심도 내비쳤다. 매일 계속되는 힘겨운 발레 연습에도 불구하고 학업성적 또한 뛰어나다. 미 전역에서도 명문으로 손꼽히는 호래스맨 스쿨에서도 항상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뉴욕시 발레단의 최고 발레리나로 아메리칸 발레스쿨의 최고 ‘마스터’로 불리는 ‘디나 애버젤’을 가장 존경한다는 임양은 뉴욕을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발레리나로 자리 잡는 것이 장차 꿈이다.
"발레는 신이 선물해준 아름다운 신체를 예술적 도구로 이용해 사람들에게 영감과 감동을 전해주는 예술 행위"라고 밝힌 임양은 어머니 김현주씨의 1남1녀 중 장녀이다. <천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