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십. 포용력 갖춘 팔방미인
▶ 카도조 배구부 주장. 아너 클럽 부회장 활약
“공부를 하는 이유는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해서죠.”
벤자민 카도조 고교 12학년에 재학중인 양하은(영어명 그레이스, 17)양은 탁월한 리더십과 털털한 웃음으로 또래들의 구심점이 되는 팔방미인이다.
카도조 고교의 배구부의 주장으로 약 20명의 선수들을 매 경기마다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최상위 우등생 클럽인 내셔널 아너 소사이어티의 부회장으로 약 200명의 회원을 이끌고 있다.
카도조 고교는 지난 2013년 뉴욕시 공립 고등학교 챔피언십에서 1등을 차지한 배구 명문이다. 경기를 풀어나가는 리베로 포지션인 하은양은 배구부 주장의 가장 큰 역할이 경기 매 순간마다 선수들이 흥분하거나 낙담하지 않도록 다독이고 격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쉽게도 카도조 배구부가 올 시즌에서는 실력 발휘를 작년만큼 하지 못하고 있지만 하은양은 잊지 못하는 경기가 있다. 바로 지난 10월 열린 타운젠트 해리스 고교와의 경기였다. 당시 1세트를 15대 25로 따내며 낙승을 예상했지만 2세트와 3세트를 내리 내주며 결국 경기를 패했다. 선수들의 긴장과 방심이 경기에 영향을 미친 결과였다.
하은양은 "그 경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 이유는 아쉬운 경기 내용보다, 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이라며 "무슨 일이든지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것, 최선을 다해 끝까지 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배웠다"고 말했다.
하루 3시간씩 매일 맹연습을 할 정도로 배구에 대한 열정이 넘치지만 내셔날 아너 소사이어티에서도 부회장을 맡고 있어 눈코 뜰 새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듣고 있는 AP과목만 4과목으로, 짬짬이 학생들 튜터링을 맡고 있다.
앞서 2009년 7학년 시절 `주니어 영 리더십 컨퍼런스(Junior Young Leaders Conference)’에 참여, 각기 다른 나라, 다른 도시 출신의 다양한 학생들과의 만남을 통해 서로의 고민과 아픔을 나누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던 것도 하은양이 리더로 성장하는 데에 큰 재산이 됐다. 교회에서도 4년째 찬양단 활동을 하며 리더로 봉사하고 있다.
YG의 래퍼 바비의 열혈 팬으로 여느 십대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하은양은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바로 국경과 지역을 넘어 아픈 이들을 도와주는 의사가 되는 것이다. 3살 때 도미, 스패니시와 영어, 한국어 3개 국어에 유창한 하은양은 7학년 때 친구의 강아지 밀로의 죽음과 추억을 담담히 써내려간 에세이로 교내 스타가 될 정도의 문학소녀였지만 2년 전 푸에르토리코에서의 선교여행을 통해 의사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YG의 래퍼 하은양은 "아픈 어린이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느꼈다"며 "남들을 돕기 위해서는 내가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올라야 하기에 꼭 의사가 돼 이들에게 힘이 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수영이면 수영, 플룻이면 플룻, 다방면에서 수준급의 실력을 자랑할 정도로 만능 소녀이기도 한 하은양의 미래가 기대되는 것은 스펙과 성공만을 강조하는 차가운 현실에서 ‘공부해서 남 주자’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긴 따뜻함 때문이다. <최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