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왕 통신원의 미 대륙횡단 여행기(7)] 어머니의 길 ‘루트 66’과 화이트 샌드
2014-12-01 (월) 12:00:00
서부개척의 뒤안길로 살아진 루트 66개척의 역사이자 길의 어머니로 불려백색 모래와 푸른 하늘만이 존재하는 화이트 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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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깨닫게 되는 것 중의 하나가 친구의 소중함이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을 친구로 두고 있는 나는 분명히 복 많은 사람이다. 이번 여행에서 그런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내겐 큰 보람이고 즐거움이다. 그 중 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산타페에서 한 시간을 달려 앨버커키(Albuquerque)라는 뉴 멕시코 주에서 제일 큰 도시에 도착했다. 80년대 초 반도체 붐이 일었을 때 대기업들이 실리콘밸리의 인건비 상승을 피해 이곳 앨버커키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면서 도시가 급성장하는 계기가 되었고 일찍이 1930년 커크랜드 공군 기지(Kirkland Air Force Base)가 들어서고 1949년 샌디아 국립 연구소와 국방과학 분야의 연구개발 센터가 세워져 이로 인해 도시가 크게 발전했다. 아울러 이곳의 맑은 날씨가 폐결핵 치료에 좋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요양원이 많이 생기고 병원 시설도 많이 세워져 수많은 한국인들도 이곳에서 치료를 받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부부는 그 중 일원이 되어 아직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30년 세월의 공백을 넘어 어제 만난 사이처럼 이야기 보따리는 한나절 넘게 이어져 하룻밤 쉬어가라고 막무가내로 붙잡지만 깊은 포옹으로 아쉬움을 대신한 채 25번–380번–70번으로 이어지는 프리웨이를 달려 서부 개척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루트 66’(Route 66)을 찾아 나섰다.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의 소설 ‘분노의 포도’에서 주인공 조드(Joad)는 오랜 가뭄으로 사막이 되어버린 오클라호마 고향을 버리고 젖과 꿀이 흐르는 캘리포니아로 가는 길 66번에 오른다. 그러나 남루한 마차에 헐벗은 행색으로 도착한 그들을 기다린 것은 지주들의 착취와 노예 같은 고된 노동뿐이었다.
1938년에 출판된 분노의 포도는 농민들의 생활을 너무 참담하게 그렸다는 이유로 전국 도서관에서 금서가 되었지만 일년 만에 50만부가 팔릴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스타인 벡은 이 소설로 1940년 플리쳐 상을 수상하게 된다.
분노의 포도에서 자세히 묘사된 미국 농민들의 비참한 상황은 모두가 사실이었다. 실제로 1930년대 미 중부의 농민들은 계속된 가뭄으로 농지가 황폐화된 데 이어 기계화로 대폭 일자리가 줄어 들면서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되자 많은 농민들이 루트 66을 따라 서부로 향했다. 스타인 벡은 미국 역사에 남을 중부 농민들의 대이동 행렬에 끼여 함께 대륙을 횡단하며 소설을 구상했다. 그는 소설 속에서 루트 66을 ‘길의 어머니’라 불렀다. 소설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루트 66은 미국 도로의 어머니격인 길이다. 1926년에 처음 공사를 시작해 1938년 완공된 이 길은 시카고에서 출발해 미시간 오클라호마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등 7개 주를 거쳐 로스앤젤스에서 끝나는 장장 2400마일, 미국 최초의 횡단 도로 국도였다. 지금의 55번 44번 40번 15번 10번 고속도로다.
지금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도로 루트 66, 최근 국회가 천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이 길을 복원하기로 결정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서부개척시대 이래로 전해져 내려오는 캘리포니아 드림이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인지 또 길의 끝에 좀더 나은 삶이 자리하고 있을지 기대를 해보며 루트 66을 달려간다. 4시간 정도 달려 화이트 샌드 국립공원(White Sands National Monument)을 찾았다. 치와와 사막(Chiwawan Desert)의 북부 툴라로사 분지(Tularosa Basin)에 있는 화이트 샌드는 석고의 모래가 흰 파도처럼 271 평방 마일의 면적을 덮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큰 석고 모래의 들판이다. 화이트 샌드에서 볼 수 있는 색채는 오직 두 가지뿐, 눈부신 화이트와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블루, 백색 모래와 푸른 하늘이 있을 뿐이다.
툴라로사 분지는 약2억 5천만년 전에 얕은 바다였는데 7천만년 전에 융기 현상으로 고원지대가 되었고 천만년 전에 다시 가라앉아 분지가 되었다. 동서 양쪽의 산에서 들어오는 석고(Gypsum) 물질이 분지에 있는 호수로 들어왔다가 갇힌 후 호수 물이 증발되고 물속에 녹아있던 석고는 투명석고(Selenite Crystal)라는 수정체가 되어 바닥에 남게 되었는데 이 단단한 투명 석고가 풍화 작용으로 깨어지고 부서져 모래같이 작게 되자 바람에 날려서 오늘의 흰 석고 모래 언덕(Dune)을 만들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흰 모래라고 말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모래와는 무관하고 색갈이 신비로울 정도로 하얀 석고인 것이다. 모래는 열을 잘 흡수하지만 석고는 열 전달을 막는 차단 효과가 크기 때문에 보통 모래라면 여름에 발을 델 만큼 뜨겁지만 흰 석고모래는 덜 뜨거운 것을 알 수가 있다. 이 석고모래 언덕은 지금도 바람에 의해서 매년 30피트씩 이동하며 언덕의 모양도 계속 변하고 있다.
8마일 정도 이어지는 듄스 드라이브(Dunes Drive) 종점에 있는 넓은 주차 공간과 피크닉 테이블은 편리함을 넘어 명물로 자리 잡기에 충분하며 수 십 개가 넘는 지붕이 설치된 피크닉 테이블은 개인 또는 그룹이 와서 즐길 수 있도록 잘 설치되어 있다. 또한 짧게는 1마일에서 길게는 5마일까지 이어지는 트레일(Trail)은 화이트 샌드를 속속들이 즐길 수 있도록 잘 설계되어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사항은 이곳이 미 공군 미사일 시험 기지(White Sands Missile Range)이기 때문에 때때로 몇 시간씩 출입이 통제 될 때가 있으니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 각처에서 사진작가들이 모여드는 이 신비한 사막 위에 나도 오늘만은 사진작가도 되어보고 모델도 되어 카렌다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보련다.
<글∙사진 성기왕 통신원>
사막에 피는 꽃 - 장 금자 –
아프게 눈 시린 사막에 피는
검은 꽃 보셨나요
심장의 붉은 멍울 가루 되어
흰 모래밭에 누웠습니다
하늘의 별 함께 누운 밤
온몸 태워준 님 떠나고
허허로운 바람만 남았습니다
덧없는 밤 지나 별 떠나고
바람도 떠난 자리
오늘도 당신 기다려
온 몸 태웁니다
White Sand
그 슬프게 아름다운 눈부심 위에
피는 검은 꽃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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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얀 모래와 파란 하늘만 보이는 화이트 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