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론마당

2014-11-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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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창문을 닦으면서

꿈속인가 했었는데 소록소록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서 창밖을 내려다보니 기다렸던 비가 조용히 내리면서 대지를 적시고 있었다. 나뭇잎들 위에 은빛 물방울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물기에 젖은 세상은 어느덧 깨끗하게 새 단장을 하고 짙어가는 가을의 모습은 넋을 잃게 했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홀아비가 길 건너 집에 살고 있는 과부를 은근히 좋아했다. 빛 바랜 커튼 사이로 창가에 앉아서 책 읽기를 즐기는 그녀를 훔쳐보고 싶었지만 먼지 낀 창문으로 제대로 보이지 않자 투덜거렸다. 저렇게 창문이 더러워도 닦지 않는 게으른 여자라고. 며칠 후 자기 집 창문을 닦고 보니 투명하게 건너 집이 보이는 것이었다.

또 투덜거렸다. 나만 닦은 줄 알았는데 앞집 과부도 창문을 닦았구먼. 이렇게 우리는 자기의 창문을 관리하기보다 쉽게 남의 나태함에 포커스를 두면서 자신의 몫을 방관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창문이 더러워지면 바깥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듯이 마음의 창문 또한 흐려지면 인간의 참다운 본성을 보기 힘들다. 나를 지배하는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은 걸림돌이 되어서, 인생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바로 매일의 일상 속에 묻혀있음을 깨닫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깊은 성찰로 마음의 먼지를 닦아낼 때 보이기 시작한다.

여성들은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남성보다 더 큰 이별과 상실의 고통에 시달린다. 생활의 균형이 깨어지고 우울증으로 시달리는 여성이 갈수록 많아진다고 보고된다.

그러나 나는 우리를 지탱해주는 힘은 가장 동질성을 느낄 수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에서 온다고 믿는다. 남을 의식하기보다 미국에 사는 한인여성으로서의 고유한 진면목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자애로운 눈길을 보내면서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우리가 여성들의 글을 통해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최현술 /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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