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발 1,340미터 카르다다산 정상 호수가 한눈에
▶ 삿소 사원, 광장 옆 골동품 구경 쏠쏠한 재미
[스위스 로카르노]
스위스 남부 티치노주에서 느껴지는 단상은 생김새도, 언어도 이탈리아색이 완연하다. 열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내렸다면 분명 이탈리아의 한 고장으로 착각했을 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와 맞닿은 남쪽 티치노주의 도시 로카르노에서는 ‘나른하고 여유로운’ 스위스가 꽤 어울린다.
브리그를 출발한 붉은 열차는 도모도솔라를 지난다. 이탈리아 국경을 넘어 다시 로카르노(스위스)로 가는길. 스위스를 장식한 붉은색 기운은 도모도솔라를 거치며 쾌활한 악센트의 이탈리아 분위기로 변장한다. 지치도록 쫓아다니던 알프스의 눈 덮인 산들도 어느덧 자취를 감춘다. 도모도솔라와 로카르노를 잇는 첸토발리 열차는 깊은 계곡과 숲을 지나 마조레 호수를 비껴 아슬아슬하게 달린다.
# 4대 영화제가 열리는 미녀들의 도시
스위스 로카르노는 매년 여름이면 세계 4대 영화제 중 하나인 로카르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곳이다. 찌뿌듯하던 날씨는 로카르노가 속한 티치노주에 접어들며 화창해진다. 이탈리아, 스페인계 탱크톱 차림 미녀들이 역 주변에서 서성거린다. 세계 곳곳의 사람들은 스위스를 유럽여행의 최적지로 꼽고, 스위스 사람들은 휴가 때면 ‘스위스 속 이탈리아’인 로카르노로 향한다고 했다. 따사로운 기후와 여유로운 사람들, 마조레 호숫가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이국적인 내음이 물씬 묻어난다.
휴양도시 로카르노를 둘러보는 것은 2,3일이면 족하다. 중앙역에서 호수를 향해 1분만 걸어 내려오면 로카르노의 상징인 마돈나 델 삿소 사원으로 연결되는 톱니바퀴 열차 ‘퓨니콜러’와 만난다. 5분 정도 오르면 사원으로 이어지는 입구인데 이곳에서는 로카르노 시내와 마조레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사원과 맞닿은 카르다다산(1,340m)에 올라 이곳 카르다다 맥주를 마시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 단아한 풍경 마조레 호수를 거닐다
마돈나 델 삿소 사원을 구경한 뒤 걸어서 내려오면 한적한 분위기에서 다양하게 변하는 호수를 바라볼 수 있다. 그란데 광장은 국제영화제나 로카르노 음악제 때 대형스크린과 무대가 설치되는 곳이다. 89년 대상인 금표범상을 받은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역시 이곳에서 상영됐다.
광장 옆 옛 골목에 접어들어 골동품 상가를 둘러보는 것도 로카르노 여행의 쏠쏠한 재미다. 광장 뒤 언덕에는 천년 역사를 지닌 비스콘티성이 자리잡았고 로카르노 인근 베르자스카 계곡은 댐 위에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번지점프대가 마련돼 있다.
티치노 관광의 마침표는 인근 벨린초나에 찍는다. 벨린초나는 티치노주의 주도가 있는 곳이다. 카스텔그란데, 몬테벨로, 삿소 콜바로 등 3개 고성은 알프스와 이탈리아를 잇는 길의 요새 역할을 하던 곳으로 최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고성 안 미술관을 둘러보거나 이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스위스 남부 도시의 시장들은 꽃, 야채, 과일들을 좌판대에 늘어놓으며 따사로운 도시의 단상을 더욱 짙게 채색한다. 토요일에는 구시가지마다 주말장터가 들어서며, 골목의 식당들 또한 스위스 중부에서 전해졌던 투박함과는 다른 향을 뿜어낸다. 이탈리아의 여느 한 골목처럼 치즈가 곁들여진 파스타, 올리브가 듬뿍 얹어진 피자 가게가 유독 눈에 많이 띄는 것은 이곳에서 희한한 일도 아니다.
이탈리아어를 쓰는 이곳 티치노 지방은 일조량이 많아 레드와인으로도 유명하다. 호수나 계곡 곳곳에서 일광욕을 하며 와인을 홀짝이는 사람들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여행 메모>
●가는길: 스위스, 이탈리아 양방향에서 이동이 가능하다. 중부 스위스에서는 브리그, 도모도솔라, 로카르노로 향하는 첸토발리 열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도 열차는 수시로 오간다. 마조레 호수 크루즈와 첸토발리 열차는 이동수단 뿐 아니라 관광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기타정보: 로카르노는 연중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다. 연간 2,300시간의 일조량을 자랑한다. 로카르노는 매년 여름이면 축제로 풍성해진다. ‘문&스타’로 불리는 로카르노 음악축제가 7월 열리면 전 세계 뮤지션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8월에는 로카르노 국제영화제가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