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진실 세상에 알려야죠”
역사를 공부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슬픈 이야기를 접하게 됐습니다. 작으나마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었어요.”
용커스 고등학교 12학년에 재학중인 다이애나 첸(17·사진)양은 지난 27일 뉴욕한인회관 ‘다 갤러리’에서 열린 한국일보 주최, 한미현대예술협회 주관 ‘제15회 한미 청소년 미술대전 시상식’에서 ‘찾아올 꿈들’(What dreams may come) 이란 제목의 자화상으로 ‘금상’을 수상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작가 제임스 볼드윈으로 부터 영감을 받아 책을 읽다 잠든 자신 위로 책속의 주인공들이 되살아나는 모습을 자화상으로 표현해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얻어낸 첸양은 이날 인상적인 수상소감을 남겼다. 바로, 부상으로 받은 상금 500달러를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서울 ‘나눔의 집’으로 기부해 달라는 소감이었다.
첸양이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국제학사학위(IB) 프로그램을 수강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과제를 수행하게 되면서다.“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공부하던 중 많은 한국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12살의 나이에 강제로 위안부로 끌려간 뒤 기나긴 세월동안 고통의 기억에서 살아왔던 한 위안부의 이야기에는 눈물까지 흘렸어요. 그분들을 위로해 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그들의 고통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6세때 한국을 떠나 뉴욕으로 건너오며 우리 문화와 역사를 접할 기회가 부족했으나 대학에서 한국사를 전공한 어머니로 인해 몰랐던 한국의 근현대사에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인 아버지로부터 중국의 역사까지 배우고 있는 덕분에 첸양의 가족들은 매일 저녁마다 각국의 역사이야기로 대화의 꽃을 피운다.
이번 한미 청소년 미술대상의 상금 기증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을 위한 작은 사랑을 실천한 첸양은 이일을 계기로 거대한 사회의 폭력에 희생된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인권운동가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중이다.
“아직도 일본군 위안부들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특히 일본정부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부정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세상에 이런 부당함을 알려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라도 할 수 있다면 말이죠”
첸양의 이런 행동가적 리더십은 이미 ‘고교생 모의 유엔클럽’, ‘대학진학자들을 위한 권리강화 클럽’(College Applicants Self Empowerment Club) 등 다수의 과외활동을 통해 잘 나타나고 있다.
학업성적 역시 전교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타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8학년 이후 매년마다 학교장 추천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물론 지역 학군장으로부터 표창장까지 수상한 바 있다. 용커스 학군내에서는 유일하게 내셔널 메릿 장학생(National Merit Scholarship) 후보로 꼽혔다.
전미 최고 명문가운데 하나인 프린스턴 대학교에 진학해 ‘역사’ 또는 ‘국제관계’를 전공하길 희망하는 첸양은 “어떤 ‘직업’을 가지겠다는 꿈보다는 의미있는 ‘경력’을 쌓아갈 수 있는 꿈을 꾸고 싶다”며 “상처받고 고통받는 이들을 쓰다듬어 줄 수 있는, 때로는 그들을 억압하는 부당함에 맞설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첸양은 조지 첸·서니 유 부부의 1남1녀 중 첫째이다. <천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