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부장적 권위 무너지고 경제적부양 책임 못할 때 악화돼
▶ 말도 안되는 의심에 가족불화 심화***서둘러 치료받아야
■기획-위기에 빠지는 한인가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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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랑 자고 왔느냐?" "뒤를 다 밟았으니 자백해라" "그렇게 남자가 좋냐?"
오클랜드 김모(51)씨는 남편의 말도 안되는 의심이 수그러들지 않고 날로 강도가 심해지자 요즘 사는게 사는 게 아니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남편 건강이 나빠지면서 1주일에 사흘은 웨이트레스로, 이틀은 가정집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김씨는 몸이 힘든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남편의 끝없는 의심은 견디기 힘들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남편과 10살 나이차가 나는 것이 이렇게 큰 속박이 될 줄 몰랐다"면서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 의심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심지어 내가 일하는 집에도 다녀간 모양"이라며 "내가 그 집에서 남자와 나왔다고 억지를 부린다"고 말했다. 김씨가 아무리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을 해도 남편의 고질적인 생각을 바꿀 길이 없어 속이 탄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남편은 내가 차린 식사도 거부하고 집안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어 같이 사는 자녀 앞에서 자주 다투게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세상일이 모두 뜻대로 풀리지 않고 건강까지 악화되자 아내마저 자신을 우습게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을 남편이 하는 것 같다”면서 “의처증이 이렇게 무서운지 몰랐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의처증은 자신이 상상한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처럼 믿는 망상장애로 일종의 정신질환"이라 정의한다. 이해왕 선교사(한인 중독증회복 선교센터)는 "대개 35~55세 중년에 의처증이 많이 발병한다"면서 "주로 편집증적인 성격, 열등의식과 시샘이 많은 배우자들에게서 일어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민 와 사는 한인 남성은 가장으로서의 권위가 무시될 때 견디지 못한다”면서 “경제적 고민이 있어도 믿고 털어 놓지 못하다가 갑자기 폭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민생활 적응도도 남성이 여성보다 낮은 편이라 남성의 무능이 의처증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여성 혼자 가정경제를 부양할 때 남성들은 울분과 열등감에 휩싸여 심지어 자신이 무가치하다고까지 여기게 된다고 말했다.
2011년 휴스턴에서 평소 의처증이 있던 한인 박모씨가 사업이 실패하자 자신의 부인을 총으로 살해한 뒤 알고 지내던 한인일가족 3명도 사살하고 자살했던 광란의 살인극을 상기보더라도 의처증이 얼마나 큰 화를 불러일으키는지를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의처증 환자들은 알콜이나 약물 등에 중독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서둘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했다. 이해왕 선교사는 “치료방법에는 병원치료와 항정신성 의약품 치료가 있고, 망상을 이해시켜 주는 인지치료, 심리요법 등이 있다”면서 “의처증 증세가 있는 중독자는 필히 중독증과 의처증 치료를 병행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신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