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SF 총영사관이 동네 파출소?

2014-10-09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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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전화번호로 ‘욕지거리’ 다반사

▶ 새벽에 술주정 “차 부서졌다, 와라”

“술 먹고 나왔더니 차 유리창이 깨져있네. 영어 못해서 그러니까 와서 대신 경찰에 연락해 처리해줘요.”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측이 업무시간이 끝나고 혹시나 있을 긴급을 요하는 중요한 상황에 전화해 달라고 개설한 긴급전화로 온 내용이다.

이 한인 취객은 밤에 총영사관으로 전화, 응급 시 긴급전화번호로 연락하라는 메시지를 듣고 번호를 알아냈다. 그는 “와서 사건 접수하고, 경찰에 자초지종 설명도 하고, 렌터카 예약도 하라”며 억지를 부렸다.

취객이 전화해 “너희들이 하는 게 뭐가 있어. 그것도 못해. 도와달라면 도와줘야지”라며 긴급전화로 입에 담지도 못할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술주정 하는 전화를 받는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다른 한인은 휴일인 토요일 오후 6시27분에 긴급전화로 영사관 직원에게 “재외국민등록문의를 하고 싶다. 내용을 알려 달라”는 요구를 했다.

영사관 관계자는 “긴급전화로 그것도 주말 저녁에 연락할 만큼 재외국민등록문의가 비상 상태였는지 모르겠다”며 “어떤 한인은 새벽에 10여 차례나 전화를 해 아무리 설명해도 막무가내”라며 난감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같이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외교관 신분이지만 삿대질과 욕설을 감수하고 밤 늦게 오는 전화에 가족의 눈치를 봐야 하는 남모를 고충도 있다. 총영사관에 따르면 휴일에 긴급전화로 걸려오는 전화가 주당 10건, 1년이면 약 500건에 달한다.

이외에 “한국에 가야 하는데, 지금 보니까 여권이 만료됐다. 여행증명서를 발급해 달라”는 전화를 토요일, 일요일 등 휴일 새벽에 받는 것도 다반사다. 이런 전화를 받게 되면 민원 업무를 보는 직원들은 어쩔 수없이 휴일을 포기하고 영사관으로 달려와야 한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긴급여권발급 때문에 직원들이 출근한 횟수는 19차례에 달한다. 한 달에 2번 꼴로, 순전히 여권 발급 부서만 이만큼이다. 다른 민원 부서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영사관 관계자는 “다급한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본인이 조금만 신경 썼으면 되는 문제들”이라며 “주말에 민원업무를 위해 특별 출동을 해도 민원인이 지불하는 수수료는 평일 업무시간과 같다”며 국고가 낭비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영사관 직원들의 업무누적과 주말포기 등으로 인한 실적 및 민원 서비스 저하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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