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돈이 돈을 버는 부의 편중 가속, 해법은 가진자에 세금 더 거둬야

2014-10-06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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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자본 / 토마 피케티 지음ㆍ글항아리 펴냄

“우리는 현대의 경제성장과 지식의 확산 덕분에 마르크스적인 종말은 피해갈 수 있었지만, 자본의 불평등의 심층적인 구조가 바뀐 것은 아니었다. 자본의 수익률이 생산과 소득의 성장률을 넘어설 때 자본주의는자의적이고 견딜 수 없는 불평등을자동적으로 양산하게 된다. 이러한불평등은 민주주의 사회의 토대를 이루는 능력주의의 가치들을 근본적으로 침식한다.”

토마 피케티의 연구는 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이같은 인식에서 시작됐다. 그 첫 결과물은 22세 때 부의재분배에 관한 박사논문으로 선보였고, 꼭 20년 후인 2013년 선보인 ‘21세기 자본’은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안겨줬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가 이 책을‘향후 10년 동안 가장 중요한 경제학저서’라고 극찬했을 정도다.

특히 그가 관심을 가진 부분은 국민소득에서 최상위 소득의 비중이 장기간 변화해온 양상이다. 3세기에 걸친 20개국 이상의 역사 속 비교자료를 무려 15년간 다른 경제학자들과연구한 끝에 그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자본은 한번 형성되면 생산 증가보다 더 빠르게 스스로를 재생산한다. 과거가 미래를 먹어치우는 것이다.” 즉 돈이 돈을 버는 것이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를앞지른다는것이고, 당연히 가진 자와 못 가진자의 불평등은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볼 때 부의 분배는언제나 정치적 개입에 의해 가능했으며, 시장 자체는 양극화를 자연적으로 막지 못한다고 설파한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지극히 단순한 수학적 경제모형이 아니라 전세계 학자 30명의 공동연구에바탕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 ‘세계 최상위 소득계층 데이터베이스(WTID)’다. 바로 소득의 불평등한 분배, 부와소득의 상관관계를 증명해줄 역사적기록들이다. 이를테면 소득세·상속세신고자료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의 변화를, 토지·부동산·금융/산업자본을아우르는 민간과 국가의 자산 추이를통해 사회 전체적인 자본이 얼마나축적되고 국민소득에서 얼마나 이익을 내왔는지를 추적한다.

그리고 일반 독자들로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들 수 있는 3개의 공식으로 자본주의 궤적을 설명한다. 요컨데 자본이 스스로 증식해 얻는 소득(자본수익률·r)이 언제나 경제성장률(g)보다 높다(r>g)는 것을 역사적 자료에서 도출해낸다.

그가 내놓는 해법은 누진적인 자본세다. 정부가 나서 가진 자에게 더많은 세금을 거두고, 세계 각국이 연대해 부의 해외도피를 막는 ‘과세네트워크’를 형성하자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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