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들 사이 SNS 이용한 왕따 만연
우울즐 시달리고 학업 중단 등 피해 심각
#사례1. K군(15·퀸즈 모 중학교)은 요즘 학교 가기가 무서워졌다. 지난 학기 언쟁을 벌였던 옆반 학생 몇몇이 K군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쏟아내면서 학교 친구들을 보기가 겁이 난다는 것. 얼마 전부터는 다른 친구들까지 가세해 놀리는 글을 올리더니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바보 취급했다. K군은 학교에 가지 않는 날에는 온종일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쳐다보며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사례2. L군(16) 역시 친구들로부터 매일같이 셀폰 텍스팅과 페이스북을 통해 악성 메시지를 쉼 없이 받고 있다. 자신을 놀리거나 욕설이 대부분이다. 자신도 모르게 얼마 전 학교에 있었던 절도 사건의 용의자로까지 몰리면서 더욱 심해진 상태다. 이제는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텍스팅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렸을 정도다. L군은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도 해보려 했지만 오히려 문제가 더 만들까봐 망설이고 있다”며 괴로워했다.
이른바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으로 불리는 왕따 현상이 미 청소년들 사이에 여전한 가운데 이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는 한인 청소년들의 피해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불링은 주로 중·고교생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으로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나 셀폰 텍스트, 개인 홈페이지, 이메일 등을 통해 특정 학생을 타깃으로 온갖 험담을 하거나 악성 댓글을 다는 행위를 통해며 ‘왕따’시키는 현상을 지칭한다.
문제는 이런 도구들은 한 순간에 엄청난 수의 학생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는 해명 기회 조차 얻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당하게 된다는 데에 있다. 이 같은 사이버 불링 현상은 소셜 네트워킹 시스템의 발달과 함께 더욱 고도화되고 가속화되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실제로 미 사이버불링연구센터가 최근 10~18세 청소년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약 21%가 사이버 괴롭힘의 희생자가 되거나 이에 가담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청소년들은 관련 사실을 숨기려 하기 때문에 이 수치는 실제보다 훨씬 낮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조사기관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사이버 왕따’로 인한 피해사례가 늘면서, 주정부 당국들도 수년전부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실례로 뉴욕주는 지난 2013년 ‘사이버 왕따 금지법’을 제정, 발효에 들어간 상태다.
이 법은 학교내는 물론 이메일, 즉석 메시지, 소셜 미디어 사이트 등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각종 협박, 조롱 등을 모두 금지한 것으로 정신건강 및 신변 안전에 위협이 우려되는 모든 왕따 신고에 대해 학교의 즉각적인 조치를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레지나 김 뉴욕가정문제연구소장은 “사이버 왕따 등 사이버 공간의 폭력은 학업 중단·등교 거부·금품 갈취·폭력 등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피해자가 자기 정체성을 부정한 채 또다시 사이버 공간으로 침잠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며 “사이버 불링 근절을 위해서는 정부나 학교당국은 물론 가정에서도 자녀들에게 늘 관심을 갖고 대화를 통해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진우 기자> 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