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세탁과 환치기
▶ 안병찬 / ABC회계법인 대표
지난 9월10일 LA 다운타운 자바시장은 그야말로 ‘마비’가 되었다. 연방 수사국과 연방 마약단속국 등 여러 정부 수사 당국에 소속된 1,000여명의 무장 수사요원들이 70여개 업소를 급습해서 6,500만달러 상당의 현금을 압수했다.
이 사건은 규모가 커서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도 있지만, 우리 한인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사업을 하고 있는 LA 한인사회의 젖줄로 불리는 자바에서 일어났다는 점이 더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이 LA 다운타운 경기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게 될지 현재로서는 미지수이다.
연방 수사국에서는 이번 급습이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 뿌리를 뽑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금은 경제에 꼭 필요한 결제수단이다.
따라서 현금을 주고받는 것은 당연히 합법이다. 그런데 현금거래는 추적이 어렵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불법적인 거래에 많이 사용되어 왔다.
이런 대표적인 것 중에 하나가 돈세탁과 환치기이다. 돈세탁은 탈세, 마약거래, 밀수, 뇌물 등 범죄나 불법 활동에 쓰이는 자금을 금융기관이나 현금거래를 통해서 자금의 출처 또는 용도를 숨기고 합법적인 돈으로 바꾸려는 과정을 말한다.
돈세탁은 국내에서만 이루어질 수도 있고, 외국을 통한 거래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어렵지만, 한국에서는 차명계좌의 개설이 가능하다. 차명계좌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이들의 이름을 사용하는 등 다른 사람의 이름과 정보로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것으로, 정치자금 또는 경제인들의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외국과의 거래일 경우 합법적인 송금이 어려울 경우 해당 국가의 화폐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소위 ‘환치기’를 통한 돈세탁 또는 부적절한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결국 이런 거래들은 자금의 출처를 밝히는 것을 꺼리고, 자금의 용도 역시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 거래가 있는 한 사리지기가 어렵다. 이런 성격의 거래들 중에는 자금의 추적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철저한 자금의 추적을 통해서 자금의 출처와 용도가 밝혀지기도 한다.
이번 사건에서 용의자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다. ‘잘 몰랐다’ 또는 ‘돈에 써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그 돈이 마약거래와 관련이 있는 것인 줄 알 수 있는가’라고 입장을 주장할 수 있다.
이런 입장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현금이 만들어진 과정을 증빙자료를 기초로 한 회계적인 증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량의 현금을 보관했지만, 모두 세금보고를 잘 했다면,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모르고 구입한 물건이 장물일 경우에도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용의자들이 소지하고 있었던 현금과 참여했던 거래들이 마약거래와 관련이 있었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왜 일반 사업자들이 이렇게 다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을까?가장 큰 이유는 세금부담이다. 즉, 거래자들이 세금을 피하는 방법으로 현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 현금을 보관하는 것은 점점 어리석은 일로 인식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큰 액수의 현금 사용이 어렵다. 둘째, 다량의 현금 보관은 사고위험이 크다. 셋째, 보관하고 있는 현금은 아무리 오래 있어도 증식되지 않는다. 넷째, 불법적으로 모아진 현금은 발각되어 압수되면 찾지 못하게 된다.
이번 일은 우리 한인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왔다. 4.29 폭동 이후 한인타운이 안전해 졌던 것처럼 이번 사고가 다운타운 자바시장이 더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13)738-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