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미국의 대학 순위 - 100년 전은 어떤 모습?
2014-09-08 (월)
데이빗 김
매 년 ‘US 뉴스 &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는 미국의 대학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해마다 발표되는 이 대학 순위에 큰 변동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올 해 1위가 하버드일지, 아니면 예일이 될지를 궁금해 하지, 10위권 안에 어떤 대학이 들어갈 지는 별로 궁금해 하지 않는다 . 매 년 등장하는 대학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년 전으로 돌아가 살펴본다면, 그 때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듀크(Duke) 대학의 사회학 교수인 키란 힐리(Kieran Healy) 박사가 바로 그 작업을 해주었다.
1911년, 새로이 창시된 ‘전미 대학 협의회(Association of American Universities)’는 한 가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게 되었다. 미국 대학의 숫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기에, 대학원에서 특정 대학 출신의 학부생을 평가할 때 졸업한 대학의 이름만으로 이 학생이 어느 수준의 교육을 받았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각 대학의 수준을 반영하는 대학 순위를 알기 원했다. 전미 대학 협의회는 ‘미교육부( US Bureau of Education, 현재의 Department of Education)’에 대학 평가를 위한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미교육부의 고위급 책임자이자, 대학 총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켄드릭 밥콕(Kendric Babcock)은 이를 위해 수 천 명의 학부생 성적표를 검토하기 시작했고, 미전역의 대학 관계자들을 면담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 전체 대학의 절반 이상을 4등급으로 분류 평가했다. 1등급으로 분류된 대학에는 하버드, 프린스턴과 같이 우리의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명문 대학들이 선정됐다. 하지만 4등급에는 놀랍게도 버지니아텍(Virginia Tech), 텍사스 A&M(Texas A&M)대학 등 일반인의 예상을 뒤엎는 대학들도 있다.
일 년 뒤인 1912년, 각 종 신문사에서 미 교육부가 작성한 대학 순위를 공개했고, 여론에 공개된 대학 순위는 만만치 않은 파장을 야기했다. 1등급 평가를 받은 대학은 별다른 저항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낮은 평가를 받은 대학의 이의 제기는 커져만 갔다. 그리고 이들 대학의 불만의 목소리는 백악관으로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결국 당시 대통령이었던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William Howard Taft)는 대학 순위 배포 금지 행정 명령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연방 정부 차원에서 각 대학의 순위를 매기고, 이를 발표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을 생생하게 보여 준 사례이다. 최근까지 그 어떤 연방 기관도 미국 대학을 순위로 평가하는 작업을 시도하지 않은 것도 이 때 얻은 교훈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고려할 때, 오바마 정부가 제안한 대학 순위 평가 제도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 여부는 매우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연방 정부의 대학 순위 평가에 대한 논란도 개별 단체의 대학 순위 평가를 막지는 못했고, 이는 미국 고등 교육이 발전해 가는 모습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개별 단체가 발표하는 미국 대학의 순위는 1911년의 모습과 어떤 차이를 보일까?US 뉴스 & 리포트에서 발표한 미국 대학 순위 상위권에 있는 학교들은 100년 전에도 1등급에 속해 있었다. 프린스턴, 하버드, 예일, 컬럼비아, 시카고 대학(University of Chicago), 스탠포드, 펜실베니아 대학(University of Pennsylvania), MIT, 다트머스 등의 대학들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상위권에 속한 대학의 예이다.
하지만 100년 전에는 1등급 대학으로 평가 되었던 많은 주립 대학들이 현재는 그다지 좋은 평을 받지 못하고 있다. 네브래스카 대학, 캔사스 대학, 콜로라도 대학, 버몬트 대학, 미주리 대학 등은 100년 전에는 모두 상위권으로 평가 되었던 대학이지만, 현재는 중위권에 속하는 대학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리고 이는 그다지 놀라운 결과가 아니다. 오늘날의 상위 명문 대학들은 대부분 풍부한 재원을 확보하고 있는 사립대학이다. 즉 주립 대학들이 경기의 흐름에 따라 제한된 예산으로 운영되는 반면, 사립대학의 경우는 경기의 흐름에 상관없이 든든한 예산을 바탕으로 최고의 교직원을 유치하고 , 캠퍼스 및 각 종 자원을 풍성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경기가 악화되어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주립 대학의 순위 변동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1911년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았던 대학 중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좋은 평판을 얻은 신생 대학에는 어떤 학교들이 있을까? 듀크(Duke)나 칼텍(CalTech)은 1911대학 순위에는 없었던 학교이다. 하지만 오늘날 대학 순위에서 두 학교는 모두 정상을 달리고 있다. 밴더빌트(Vanderbilt), 라이스(Rice), 에모리(Emory), UCLA, 윌리엄 앤 매리 칼리지(College of William and Mary), 조지아텍(Georgia Tech), 카네기 멜론(Carnegie Mellon)과 같은 학교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의 학교는 놀랍게도 주립 대학이다.
1911년의 대학 순위가 현재 어느 학교에 진학할 것인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오늘 날의 순위와 100년 전의 순위 간의 패턴의 변화는 매우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