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8) 자폐의 조기교육 및 치료의 중요성
2014-09-08 (월)
H어머니는 올해로 아홉 살 난 이란성 쌍둥이 자매를 키우고 있는데, 이 중 동생인 아영이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다. 아영이는 어렸을 때 쌍둥이 언니와는 다르게 많이 울었고, 잠을 많이 자지 않았으며, 항상 배고파하는 아기였다. 한살이 지나기 전까지는 쌍둥이 자매와 다른 점이 별로 없었으나, 15개월부터는 엄마와 눈을 잘 맞추지 않았고,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별로 없었으며, 까꿍 놀이를 할 때에도 아주 재미있는 사물이 아니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쌍둥이 언니가 많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을 즈음에도 아영이는 한 단어 정도 밖에 말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주변 사람들에게 아영이의 증상에 대해 이야기했고 사람들의 권유에 따라 소아과를 방문하여 진단을 받아보게 되었다. 아영이는 소아과 검진에서 전반적 발달장애(PDD-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 때 발달장애라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의 발달장애 진단이 잘 실감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더 지난 후, 발달장애아를 키우고 있는 한국 분을 소개 받으면서 조기개입 및 교육(EI-Early Intervention) 서비스를 찾게 되었다. 다행히 한국어가 가능한 전문가가 있었기 때문에 검사를 받는 데에 어려움이 없었고, 아영이는 이 조기개입 서비스를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18개월 때부터는 ABA Therapy 와 언어치료(Speech Therapy)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아이가 진단을 받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증상들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고, 그 장애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기까지 1년 정도가 걸렸다. 어머니는 이 과정에서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배우는 데에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한계를 넘어서는 데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이미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워오고 있는 다른 어머니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아영이는 커갈수록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현저히 다른 행동들을 보였다. 두세 살이 되었는데도 길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기도 했고, 엄마와 같이 다녀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도 없어 보였다. 그래도 어머니는 아영이가 친구들과 사귀면서 사회성을 키워나가길 바라는 마음에, 다른 쌍둥이 자매와 같이 일반 프리스쿨에 보내면서 일주일에 세 번 ABA 치료와 집에서 하는 언어치료(Speech Therapy)를 받도록 했지만 아영이의 문제행동들은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일 년 후 주변 전문가들의 권유에 따라 특수교육학교(Special Education School)에 들어가게 되면서 아이의 모습은 눈에 띄게 나아지기 시작했다.
또한 하루에 4시간 이상씩 치료를 받고 학교 선생님들과 의사소통도 잘 되니, 어머니가 아이를 이해하고 돌보기가 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아영이는 생각하는 시간이 다른 아이들보다 오래 걸리고 행동하는 데에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말을 하거나 글을 읽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경증 자폐성스펙트럼장애(Mild Autism Disorder)에 속했다.
이렇게 아이의 증상이 심각하지 않은 경우일수록 자폐 진단을 늦게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중증 자폐아들과 마찬가지로 경증의 아이들도 조기치료를 받는다면 훨씬 더 나아질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아영이의 경우에도 부모가 주변의 권유를 빨리 받아들여 조기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아이를 돕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부모가 아이의 발달장애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한 가지가 "발달의 개인차"이다. 인터넷이나 책을 찾아보면 아이의 일반적인 발달과정과 각 단계 및 시기에서 보이는 행동들에 대한 자료들이 많이 있는데, 여기에는 대부분 "아이마다 개인차가 있다" 는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다.
발달의 속도나 과정이 아이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아이에게서 무언가 다른 점들을 발견하여도 "개인차"라고 안위하며 믿지 않으려 하는 부모가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자신의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믿고 싶어 하는 부모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발달장애의 조기발견 및 치료가 어려운 이유 중 또 하나는, 장애의 증상들이 대부분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나타나므로 예민한 부모가 아니라면 알아보기가 쉽지 않아서이다. 또한, 부모가 아이의 장애를 인지하고 받아들이게 되더라도 본인의 감정을 추스르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아이의 치료 시기가 더욱 늦추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제한적인 상황들을 이해하더라도, 발달장애에 있어서 조기개입/교육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부모와 아이 모두를 위하는 길이다. 앞서 말했듯이, 발달장애의 치료는 최대한 빨리 시작하는 것이 그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약 주변에 그런 증상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면, 쉽지 않더라도 아이의 부모에게 전문가의 조언을 구할 것을 권유하고, 빠른 진단과 치료가 시작되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부모들은 아이에게 맞는 치료 방법과 치료사 및 시설을 찾기까지 많은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므로, 이 과정을 빨리 시작하여 전문가들과 꾸준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여러 가지 치료법들을 시도해보고 아이의 강점과 약점들을 먼저 파악하여 그에 맞는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부모의 역할 중 하나이다.
아영이 어머니의 경험처럼, 조기개입 및 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자폐스펙트럼장애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나 보호자가 신속하게 자폐에 대한 정보를 알고 그에 맞는 조기교육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 및 언어적 어려움으로 인해 많은 한인 부모들에게 조기교육을 시작하는 일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KCS 키즈라인은 뉴욕시에 있는 자폐스펙트럼장애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들을 한국어로 전달하고, 다른 부모와의 상담을 제공함으로서 한인 부모들의 어려움을 줄이고자 한다. 이러한 지역사회 서비스들을 통해 아이의 발달지연 증상을 보고 고민하는 한인 부모들이 그들의 아이를 위해 좀 더 신속하고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KCS키즈라인: kcskidsline@kcsn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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