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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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 틈새시장이 답

2014-09-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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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니얼 힐리 / 시비타스 캐피탈그룹 CEO

미국 유명 대학의 경영대학원(MBA) 수업에 단골로 등장하는 경영사례연구 대상 기업이 있다. 바로 텍사스주 댈러스시에 위치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다.

1967년 설립돼 현재는 세계 최대의 저가 항공사로 유명하다. MBA 수업에서 말하는 이들의 성공전략은 간단하다. 바로 대형 항공사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것. 국내 단거리 고객을 노리고 낮은 요금으로 친근한 서비스를 제공한 틈새시장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 항공사가 난립하는 레드오션에서 틈새 전략으로 블루오션을 창출한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안정적인 투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최근 아시아인들의 미국 부동산 투자 증가가 그 예다. 한국 투자자도 그중 가장 적극적인 투자자 군에 속한다. 그러나 성숙되고 안정적인 시장인 만큼 고수익을 노리기는 쉽지 않다. 한마디로 ‘낮은 위험, 낮은 수익(Low risk, low return)’의 레드오션이다. 하지만 이 레드오션에도 틈새가 있다.


인공위성에서 한국보다 7배나 큰 텍사스 지역을 둘러보면 어디가 대도시인지 금세 알 수 있다. 텍사스 4대 도시로 꼽히는 댈러스·휴스턴·오스틴·샌안토니오는 밤에도 반짝인다. 그런데 인구도 적고 대형도시도 없는 샌안토니오 아래 넓은 광야 지역에 긴 불빛 띠가 나타난다. 다름 아닌 기름 채굴에서 발생하는 천연가스를 태우는 불빛이다.

이 지역에서는 세계가 주목하는 광범위한 셰일가스 채굴이 이뤄지고 있다. 바로 세계최대 단일 석유·천연가스 개발 지역으로 떠오른 ‘이글포드’다. 돈맥이 흐르기는 하지만 이 지역의 기름이나 가스 개발에 투자하기는 만만치 않다. 웬만한 대형 투자기관이 아니면 엄두도 내기 어렵다.

하지만 이곳에도 잘 찾아보면 틈새가 있다. 기름 맥을 찾아 몰려오는 인력을 수용할 호텔이 턱없이 부족하다. 수요와 공급의 큰 격차로 방값은 비싸고 공실률은 극히 낮다.

이 지역의 ‘홀리데이 인’이나 ‘베스트웨스턴’ 같은 브랜드 호텔들은 미국 내 평균 2배 이상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인구 3,680명의 커툴라시에 위치한 홀리데이 인의 가용객실 당 수입은 인구 120만명 댈러스시에 위치한 ‘W호텔’보다 30%가량 높다. 앞으로 약 25년은 기름이나 가스 채굴이 지속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장기 투자 요건도 갖추고 있다. 이처럼 잘되는 산업 옆에는 꼭 틈새시장이 존재한다.

최근 한국에서 열린 해외투자 컨퍼런스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 세미나에서 한국 기관투자가들이 주목하는 도시는 한 단어로 ‘게이트웨이’였다. 미국이라면 뉴욕·LA, 유럽은 런던·파리, 한국은 서울이다. 이 지역에 대한 투자는 안정적이라 할 수 있지만 역시 낮은 수익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눈을 조금만 돌리면 틈새시장이 존재한다.

텍사스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경기가 좋은 주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순위 2위(캘리포니아 1위, 뉴욕 3위)다. 텍사스 경기가 좋은 것은 지하자원 때문만이 아니다. 텍사스는 낮은 세금, 규제 완화 등 친기업적인 성향이 강하다. 최근 도요타 미주 본사 등 주요기업들이 잇달아 이주를 결정했다.

이런 회사들의 이주와 일자리 증가로 텍사스는 50개주 가운데 고용성장률 1위다. 실업률은 5.5%로 미국 평균(6.7%)보다 1%포인트 이상 낮다. 고용 증가는 임대형 아파트 개발, 소비 증가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에너지와 물류·IT·금융·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군이 강세여서 경기가 지속해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타임지가 지난해 텍사스를 미국의 미래라고 지목하는 특집 기사를 쓴 것도 이런 이유다.

현재 한국의 경제는 저성장·저금리에 놓여 있다. 부동산 시장 역시 정부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장 반응은 기대에 못 미친다. 투자 대상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틈새 산업·지역을 찾아낸다면 상대적으로 투자의 성공은 높아진다. 물론 투자할 시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투자에 전문적 조언을 해줄 좋은 파트너가 필요하다. 워런 버핏이 “나쁜 사람과는 좋은 사업을 만들 수 없다”고 말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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