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한인예술가 알리고 싶어”

2014-09-05 (금)
크게 작게

▶ 모마 30년 근속 조봉옥 행정관 은퇴식 갖는다

뉴욕현대미술관(MoMA·모마)에서 30여년간 한국문화 지킴이 역할을 해온 조봉옥(사진) 작품보존 행정담당관이 이달 30일까지 근무 후 은퇴한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유학 온 조씨는 남편인 과학자 이성규(전 라커펠러 대학 교수)씨를 만나 와이오밍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고 1986년 한인 최초로 세계 현대 미술의 보고인 모마에 입사해 28년째 근무 중이다.

그는 모네의 ‘수련’, 마티스의 ‘댄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세잔느의 ‘목욕하는 남자’,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 등 유명한 걸작들을 복원하는 작품보존부에서 오랫동안 일해오고 있고 이들 명화의 한국어 오디오 서비스와 모마의 한국어 가이드북을 건의하고 제작에도 관여했던 인물이다.또한 한국 음식을 전혀 몰랐던 모마 직원들에게 김치 맛을 알려주며 한국음식 전도사 역할도 톡톡히 했다.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모마에서 한인을 위한 교량역할을 해온 조씨가 이제 뉴저지에서 한인 예술가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고 있다.

인생의 동반자이자 친구였던 남편이 지난해 12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뜬 이래 아직까지도 매일같이 눈물로 지새우고 있지만 요즘 중견 작가인 안형남 조각가와 천세련 화가 등 뉴저지 한인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며 ‘한잔’이란 친목 모임을 결성해 슬픔을 이겨내고 있다. 또한 본보 뉴저지 자문위원과 한인 미술인 지원 비영리단체인 ‘알재단’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1년 전 맨하탄에서 뉴저지 포트리로 이사한 후 출퇴근이 힘들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은퇴를 결심했다는 조씨는 이달 22일 모마에서 열어주는 은퇴식을 갖는다. 이날 은퇴식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부인 유순택 여사와 이우성 뉴욕한국문화원장 등 VIP 인사를 비롯해 모마의 전 직원과 동료 직원 등 평소 가까웠던 지인 50여명이 함께 할 예정이다.

조씨는 “오랫동안 몸담았던 모마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쉽고 섭섭하지만 은퇴 후 뉴저지에서 한인 예술가들을 알리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최희은 기자> A11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