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7) 효과적인 부모 옹호가가 되는 방법
2014-09-02 (화)
옹호가(Advocate)라는 단어는 미국 내 많은 사회적 이슈들과 관련하여 자주 접할 수 있으나 한국 문화에서 볼 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일 수 있다. 옹호가는 특정 문제나 상황 등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그에 따른 자신의 지지나 추천 등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런 의미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가장 첫 번째 옹호가의 역할은 부모에게 주어진다. 발달 및 지적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뚜렷하게 표현하고 전달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어서 부모가 아이를 대변하여 아이의 권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후 부모의 여정은 주로 주변에서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부모들은 사회적, 문화적, 또는 시스템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부당한 점에 부딪히게 되고,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좀 더 조직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재정비하게 된다. 작게는 학교와의 IEP(Early Intervention, 조기개입) 미팅에서 아이가 누려야 할 교육의 권리를 효과적으로 대변하는 것에서부터, 나아가서는 아이와 유사한 장애를 가진 다른 아이들을 위해 지역사회 및 정책 결정가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까지 모두가 부모 옹호가의 일로 간주된다.
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지만, 자신의 아이의 권리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특히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들은 아이의 상태에 대한 감상적인 마음을 떠나서 교육의 형평성과 효과 등을 고려하여 학교와의 미팅을 이끌어가야 하므로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많은 부모들이 IEP 미팅에서 "나는 우리 아이를 위한 최고(Best)의 교육 환경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표현이 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모든 것을 해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반영하기는 하나, 실질적으로 아이를 위한 교육 및 치료가 부모가 원하고 요구하는 대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나는 우리 아이에게 가장 적절한(appropriate) 교육 환경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부모가 학교와 능동적이고 호의적으로 일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이렇게 부모가 학교와 열린 마음으로 논의를 하게 되면,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도 아이를 위한 "최고"의 교육이 아니라 아이가 마땅히 받아야 할 "적합한" 교육을 주는 데 실패하지 않기 위해 학교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아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어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의 IEP 미팅을 몇 해 치르고 나서 다른 아이들의 부모를 위해 그들의 IEP미팅에 함께 참석해 주기도 한다. 자신의 아이만을 위한 부모 옹호가에서 다른 아이들에게까지 지지와 도움을 보태는 진보된 옹호가의 모습인 것이다. 특히 한인 사회 내에는 언어 및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을 느끼는 부모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미 IEP 미팅을 경험해 본 부모가 동반하는 것은 학교와의 미팅이 생소한 부모들에게 심적인 안정을 주고 성공적인 미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뉴욕 교육청에서는 다른 부모들의 참여를 허락하고 있다.).
부모 옹호가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아이와 유사한 장애를 가진 다른 학생들을 위한 전반적인 정책 등의 변화를 도모하고자 한다면, 자신의 아이에 대해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학교 행정을 맡고 있는 스태프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것이 좋다. 고위 교육행정가 및 정책 개발가들은 교육법 제정 등과 같은 큰 안건이 있을 때 부모들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하는데, 교장선생님이나 교내 스태프들이 평소 잘 알고 지냈던 부모들을 그러한 공청회에 추천해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한인 부모들은 아이에게 문제가 있을 때만 교장이나 교감 선생님을 찾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는데, 이러한 인식에서 탈피하여 학교의 각종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행정스태프들과의 관계를 꾸준히 유지해 나가는 데에 도움이 된다.
또한 지역사회 신문 등에 부모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생각들을 투고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투고 글들이 다른 부모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충분한 공감을 끌어냈다면, 정책이나 시스템의 변화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해당 지역 정치인들에게 연락을 해보는 것도 좋다. 물론 상·하원의원들의 사무실에 전화를 했을 때 그들과 직접 통화를 할 수는 없겠으나 그들의 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만약 전화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이메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많은 소수 커뮤니티에는 자신의 아이의 권리를 위해 효과적인 옹호가 역할을 하는 부모들은 상당수 있으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지역 정치인들과 교류하려는 움직임은 적다. 아이에게 자폐 및 발달장애가 있다는 것은 여전히 커뮤니티 안에서 쉽게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대중 앞에 서는 옹호가가 되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큰 용기가 많은 부모들로 인해 쌓여간다면, 그 노력의 결과는 자신의 아이를 포함한 장애를 가진 많은 아이들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우리 한인사회 내에서 함께 살아갈 많은 발달장애 아동들을 위해 부모들이 앞으로 전진하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고도 효과적인 부모 옹호가가 되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메일: kcskidsline@kcsny.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