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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자폐 스펙트럼 장애: 교사의 사명감

2014-07-2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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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뿐 아니라 다양한 아이들을 보게 된다. 따라서 학생의 발달지체를 부모들보다 먼저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학생들이 어릴수록 부모에게 아이의 발달지체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교사에게 꽤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경우 그 조기 진단 및 조기 중재가 발달장애의 치료 효과를 최대화하는 데에 결정적임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이 아이의 발달지체에 관해 부모와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하는 주 이유는 부모들의 반응이 대개 부정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래 그룹과 비교해 보았을 때 특정 아이가 발달지체가 있는 것으로 의심이 되어 부모들에게 이야기를 꺼내면, 상당수의 부모들이 "아이가 아직도 어린데 어떻게 아이에게 발달지체가 있는지를 아느냐"고 민감하게 교사에게 되묻는다. 극단적인 경우, 교사가 자신의 아이를 부당한 잣대로 보았다고 생각한 부모들이 화를 내고 어린이집을 옮기거나 선생님을 바꾸어 달라고 학교에 요구하는 사례도 없지 않아 있
다. 이러한 부정적인 부모들의 반응이 반복되다 보면, 교사들 또한 굳이 이러한 이야기를 꺼내어 부모들과 마찰을 빚기보다는 학년이 바뀌고 아이가 커서 더 이상 그 아이의 발달 정도를 부모와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는 때까지 묵과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아이들이다. 어렸을 때 그 효과가 가장 큰 조기교육의 기회를 그대로 흘려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아이가 아직 어려서 늦겠거니 생각을 하다가도 아이가 성장해
가면서 또래와 다른 모습이 확연해지면 그때서야 불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위한 특수교육 등을 찾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어렸을 때 필요한 교육이나 서비스를 더 적극적으로 받
았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모습도 적지 않게 본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의 사명감이 더욱 중요하다. 부모들에게 본인의 아이가 발달장애를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고통스럽다. 아이의 성장이 더딘 것이 눈에 보이면서도, 본인의 아이이기에 그래서 팔은 안으로 굽기에 아이가 단순히 조금 늦는 것일 뿐이라고 스스로 믿고 싶을 수도 있다.


교사들은 부모들과 이야기를 할 때에 이러한 부모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여,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식의 직접적인 대화법보다는 먼저 아이가 잘하는 점을 이야기해 주고 부모의 관심을 먼저 끌어내는 방법으로 다가가야 이야기의 흐름을 잡기가 쉽다. 일단 부모의 관심을 긍정적으로 끌어낸 이후 아이의 이상 행동을 집에서도 보았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고, 그 또래 아이들의 성장 단계에 대한 발달지표 등을 보여주면서 아이의 다른 모습이 단순히 교사 자신만의 편견이 아닌 구체적인 자료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제시해 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단순히 늦은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만약 아이의 발달이 정상 궤도에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면 최대한 빨리 그에 맞는 교육과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조심스레 권고해 줄 수도 있다.

가르침이라는 것은 그래서 힘들다. 단순히 교실 안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의 다름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 이야기를 꺼내는 교사들을 원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사들이 자신의 직업이 지니는 사명감을 언제나 되새기면서 조심스럽게 부모들과 대화하는 것을 끊임없이 시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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