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고
2014-07-16 (수) 12:00:00
산모퉁이에 가려진 동그란 역을
동그랗게 안아주다 시간의 켜를 품은 완행열차
누렇게 익어가는 볏 나락을 세어도 보고
포기 앉은 배춧잎도 묶어주고
뽀옥 기적 소리에
볼 붉어진 사과를 냉큼 품어도 본다
자인 가는 길목, 경산역쯤에선
배틀한 풋 팥밥이 고봉으로 구수하고
시고모님 대문 밖을 서성이실 때
대추 털던 장대가 밭 가운데 벌렁 누워
저린 팔다리 쉬고 있을 테지
굴속 지날 땐
철없이 사랑을 앓을 때처럼 먹먹하고
창에 비친 내 얼굴 맥없이 또렷해져서
다랑논 두렁 같은 눈가 주름이
거둘 것 몇 안 되는 가난한 농부처럼 메마른데
사는 동안,
그리움만 몇 줌 섞어 위안 삼더라고
가로로 퍼붓는 장대비같이
KTX 가 얼른 일러주고 사라졌다